기차타고 떠나는 낭만여행 - 아름다운 풍경이 있는 추억 만들기 여행 100
랜덤하우스코리아 편집부 지음, 김미경 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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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코스트코에 가보니 어릴적 기차여행때마다 빼놓지 않고 사먹었던 진미오징어를 세트로 팔아서 반가운 마음에 집어왔다. 어릴 적에 시골에 살아서, 서울에 있는 친척집에 갈때마다 타고 가는 것이 기차였고, 대도시인 대전으로 이사를 오고 난 후에도 기차 여행은 계속되었다. 특히 대학 다닐때에는 서울에서부터 기차 타고 주말마다 집에 오는게 일과여서 기차는 거의 내게 생활과 같은 존재였던 때가 있었다.
어른이 되고, 혼자서 다닐때에는 뭐 사먹기도 쑥스러웠지만 아이 때는 들뜬 마음에 기차 안에서 이것저것 사먹는 기쁨 또한 무척 컸다. 진미 오징어는 게다가 기차 여행에서만 먹던 별미 같은 것이어서 (나중에 슈퍼에서도 보긴 했지만 )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오징어와 기차여행은 마치 패키지처럼 기억이 될 정도였다

아기가 있다보니 이제 웬만한 거리는 자가용 타고 여행하는게 훨씬 쉬운 일상이 되어버렸다. (아기 짐이 워낙 많다. ) 그러다 오랜만에 다시 기차를 타게 된 것이 신랑 직장에 아이와 함께 둘이서 갈 때 기차를 타고 가는것이었다. (물론 내가 면허가 있다면 운전을 하고 가겠지만 아직 없기에) 네 살 아들이 기차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른다. 특히나 처음 기차를 탔을 적에는 아이 귀엽다고 앞자리 할머니께서 구운 계란을 주시고, 옆자리 아가씨가 과자를 한봉지 주는 등 살뜰히 챙겨주기까지 했는데 아이가 쑥스러워해서 제대로 인사를 못드린게 아쉬웠다.

내게 진미오징어와 기차가 패키지듯, 아이에게는 아빠 직장과 기차가 패키지다. 기차를 타면 아빠를 볼 수 있고, 아빠를 보면 또다른 여행으로 이어지는 특별함이 신기하고 재미있었나보다. 안 그래도 기차를 좋아하는 아들이 또 기차타고 아빠한테 가서 여행하자고 말하니 말이다.


특히 멀고먼 부산 등을 여행할때 KTX로 빠르게 가면 신랑이 오래 운전할 필요도 없고 좋을텐데, 아직은 아이짐이 많은 시기라 자가용만 이용해본것이 아쉬웠다. 아이가 좀더 크면 세 식구 단촐하게 기차 여행을 다녀도 좋을 것 같았다. 하도 기차를 좋아해서 부모님께서도 기차 여행으로 아이와 여기저기 다녀보자고 하실 정도기도 했다. 아이가 좋아한다는 이유로, 사실은 엄마도 오랜만에 낭만 여행을 되찾고 싶은 심정으로 그렇게 기차 타고 떠나는 낭만 여행을 읽기 시작했다.



시원시원하고 멋스러운 사진이 가득해서 먼저 가보는 여행이 되어주는 그런 책이었다. 사진으로 둘러보는 여행이랄까? 기차역에서 내려서 도보로, 혹은 버스 등을 타고 가까이 찾아갈만한 명소들이 실려있었는데 백문이불여일견이라 해서 그런지 글보다 많은 사진이 눈에 띄는 책이기도 했다. 여행 사진집 같은 느낌이랄까? 사진만 봐도 아, 이곳에 가고 싶다 하는 느낌이 드는 그런 곳들이 제법 있었다.



서울 대전 간을 경유하는 경부선을 가장 많이 타봤는데 요즘에는 논산을 가야하는 호남선을 타게 된다.

대학때 친구와 정동진을 보러 떠났던 영동선 여행도 나와 있고, (바다와 가장 가까운 철로라 사람들에게 정동진 여행은 늘 기차 낭만 여행의 선봉에 서 있는 듯 하다.) 춘천 남이섬에 가기 위해 친구와 일요일 아침 늦잠을 포기하고 달려야했던 경춘선 역시 빠짐없이 등장하는 추천여행이었다. 한번도 타보지 못한 동해남부선에는 포항역, 경주역, 송정역 등이 있다는데 특히 송정역은 문화재로 등록된 기와 기차역이라고 해서 더욱 기대되는 곳이기도 했다. 그러고보니 간이역에 대한 책자도 따로 나와 있던 것 같은데 이 책은 100여곳의 여러 기차여행지에 포커스를 맞추다보니 간이역보다는 전국적으로 둘러볼 명소를 두루두루 아우르는 편이었다.


대전에서도 가까이 갈 수 있는 옥천과 영동도 기차역으로 소개가 되었는데, 사실 자가용 드라이브로 가까이 찾는 곳들이었음에도 정작 정지용 생가, 육영수 여사 생가 등은 못 가보고 금강 유원지에만 가본게 아쉬웠다. 영동의 천태산 영국사라는 절이 신라 문무왕때 원각국사가 창건한 천년 고찰이라고 하니 다음엔 그냥 지나치지 말고 꼭 들러보자는 마음도 들었다. 대전에 살아서 동학사 근처는 정말 상당히 많이 가봤는데 정작 동학사에는 어릴적 이후에는 다시 올라가질 않다가 사진으로 다시 만나보니 아, 이런 곳이었지. 또 가보고 싶다 라는 마음이 들었다.


광주의 무등산과 원효사 등도 주목해서 보게 되었는데 원효사 같은 경우에는 담쟁이 덩굴에 가려 아이에게 젖을 물리고 있는 엄마의 자애로운 모습이 담긴 석상이 특히나 인상 깊었다. 문무왕때 실제로 원효대사가 머물렀다고도 하고, 고려 충숙왕때 유명한 선사가 원효대사를 추앙해 원효사라 불렀다고도 하는 원효사. 그 곳에서는 해학적인 동물 모양의 동부도가 관람 포인트라고 한다.



천안에 살고 있는 오빠가 근교 가까이 가볼만한 여행지나 드라이브 코스가 없을까 물어봤는데 주로 여행 책자들이 서울이나 일부 관광 명소에만 초점이 맞춰진 것에 반해 이 책은 기차로 가볼수있는 꽤 많은 곳들을 다루고 있어서 천안도 빠짐없이 등장을 해서 반가웠다. 그리고 오빠에게도 리각미술관, 태조사, 각원사 등의 멋진 여행지를 알려줄 수 있게 되어 기쁜 마음이 들었다.



가 본 곳에 대한 그리움,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기대감 등을 실어주는 책.

기차를 타고, 바다도 만끽하고, 선사의 고즈넉한 풍경까지 그대로 감싸안을 수 있어 행복한 만족감을 준 책이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대전 맛집으로 소개된 곳이 집근처에 있는 곳이었는데 그냥 지나쳤을뿐 맛집으로 소문난 집이 아니었다는 점? 그리고 다양한 여행정보를 얻고자 하는 분들에게는 글밥이 적게느껴질 수 있다는 것 정도가 있겠다.


끝으로 첨부된 한국 철도 노선도가 큼직하게 첨부되어 있어서 기차여행을 계획하는 분들께 정말 유용한 지도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알려진 수많은 여행지 외에도 소소히 가고 싶었던 곳들을 기차로 갈 수 있음에 만족하게 해주는 그런 책으로 기억할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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