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여름 나는 루카스를 만났다
케빈 브룩스 지음, 서애경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11년 9월
절판


참으로 가슴이 먹먹해지는 그런 소설을 읽었다.

그해 여름 나는 루카스를 만났다.

팀 보울러가 영국의 청소년 작가로 대표적인 사람이 누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을때 케빈 브룩스라는 이름을 언급했다고 한다.

케빈의 작품은 처음이었는데, 10대의 어린 나이인데도, 다 큰 어른인양 못된 짓을 일삼고 다니는 아이들을 어쩜 그리 잘 묘사해놓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 케이트처럼 그들에게 절대로 동화되지 못하는 순수한 아이도 있겠지만 말이다.



케이트의 첫사랑이나 다름없는 루카스의 이야기.

그는 참으로 신비한 소년이었다. 그리고 그 신비함은 케이트에게는 더욱 특별함으로 와 닿았다. 더군다나 소년 또한 케이트의 진심어린 순수함을 이해하고 있는 듯 했다. 그리고, 케이트가 소년을 걱정하듯, 케이트가 위험에 처했을때 소년은 최선을 다해 케이트를 구했고 여린 외모에 어울리지 않게 무서운 잔인함을 발휘할 수도 있었지만 케이트가 소년을 말렸다.

처음 만난 날 엔젤이라는 소녀에 대해 "그 아이"라고 이야기를 해서 케이트를 긴장시켰지만, 그것은 루카스의 예지 능력을 설명해주는 것일뿐이었다. 엔젤이 머리가 보이지 않는다라고 이야기함으로써 케이트의 공포를 일으킬 수도 있었겠지만, 앞으로 엔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 것임을, 그녀를 조심해야함을 케이트에게 경고를 해주는 것이었다.



500페이지가 넘는 소설이라, 상당한 두께에 시간이 꽤 많이 걸릴 것이라 생각했는데, 잡자마자 어느새 줄줄 읽게 될 정도로 빠르게 읽히는 그런 소설이었다. 초반 부분에서 케이트의 독백을 통해, 어느 정도 슬픔을 짐작하고 있었기에 책을 끝까지 읽어내리기까지, 초반만 읽고서도 책을 다 읽을 수 있을 것인가 마음 먹기까지가 참 힘들었다. 슬픈 결말을 좋아하지 않기에.. 더더군다나 루카스같은 소년이 진실을 바로 보지 못하는, 제 정신이 아닌 마을 사람들의 광적인 흉포의 희생양이 된다는 스토리는 내게는 너무나 버거웠다. 사실 청소년 소설을 읽다가 비슷한 예를 몇번 보기는 했다.



고래의 눈이라는 작품이 그랬고, 프로즌 파이어라는 팀 보울러의 작품이 그랬다.

프로즌 파이어가 이 작품 루카스와 좀 더 비슷한 느낌일 수 있다. 프로즌 파이어의 주인공이 한없이 신비한 소년으로 묘사된다는 것이 차이긴 했지만 루카스도 범상치 않은 소년임에는 틀림없었다. 그러나 좀더 와닿는 것은 루카스는 케이트라는 한 소녀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말았다.

한 소녀에게 깊은 각인을 남기고 떠난 그..



평범한 사춘기를 보낸 나였지만, 케이트의 청소년기는 참을 수 없는 그런 기억으로 얼룩지고 말았던 것 같다.

번역한 분의 말대로 이별해야 할때 제대로 된 이별을 하지 못하면 성장하지 못한다라는 말이 있다지만, 나는 그런 이별조차도 적응하기가 힘든 유약함을 갖고 있었으니..

그래도 그녀에게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은 루카스를 번역하면서 케이트에 동화되어 몇번을 울고 말았다는 이야기에는 공감하게 되었다.

너무 빠른 속도로 케이트와 루카스를 만나, 눈물로 범벅질 여유를 주지는 못했으나..



이 가슴 깊은 먹먹함은 책을 덮고도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세상은 왜 이렇게 이기적으로 돌아가는 것일까?

소위 말하는 세속적인 배경을 타고난 제이미라는 쓰레기 같은 인물에 대해서도 처음부터끝까지 화가 치밀 뿐이었다.

그때 루카스를 말리지 않았더라면..



앞일을 알고서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하는 어느 떠돌이 소년, 루카스의 이야기.

참으로 슬픈 그런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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