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쩌면 저기 저 나무에만 둥지를 틀었을까 - 초등학교 국어교과서 수록도서 (초등학교 5학년 2학기 국어교과서) ㅣ 시읽는 가족 13
이정환 지음, 강나래 외 그림 / 푸른책들 / 2011년 10월
나의 독서 편식증은 어렸을때부터 시작되었다. 우화, 신화, 동화 등을 좋아하고, 동시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어른이 되고 나서도 소설, 에세이 등을 좋아하고 인문 서적에는 큰 관심이 없으니 말이다. 사실 시 또한 문학이라 글을 좋아하는 여학생 중에는 문학소녀 소리를 들어가면서 시를 사랑한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들도 많을텐데, 나는 그 문학소녀와는 거리가 멀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초등학생 때에는 동시를 열심히 썼다. 사실 시집을 많이 읽고 쓴 시가 아니라, 일기에 쓸 내용이 모자랄때 채워넣기용으로 많이 적었다. 심사숙고하여 쓴 시도 아니었고, 쉽게 지면을 채울 수 있다고 생각해서 끄적끄적했던 것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어릴적 기억들이 좀 부끄럽기도 하다.
어른이 되고 보니 재미난 동시집들이 무척 많음에 놀랐다.
우리 아이같은 유아를 위한 말놀이동시집도 몇권 읽어보았고, 푸른 책들에서 나온 초등학생 대상의 동시집도 몇권 읽어보았는데 쉬우면서도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그런 내용들이 꼭 길고 긴 재미를 주지 않더라도 깊은 여운을 주어 좋았다. 아는 시가 많지는 않아도 몇 편의 명시를 좋아하고, 울림이 깊은 시는 기억을 해가며 좋아했던 터라 친구들에게 편지를 쓸때도 (연애편지가 아니라 단지 친구들간의 편지였음에도) 꼭 시 등을 인용해 나의 깊은 우정을 표현할 방법을 대신하기도 했다. 그 때는 아는게 부족해 시를 찾기 힘들었는데 요즘 같은 때라면 이렇게 좋은 동시집등을 읽고, 좋은 시를 많이 알고 배우게 되지 않았을까 싶다.
아이에게는 시를 좀더 접하게 해주고 싶다. 나와는 또다른 감성으로 충만할 우리 아이이기에 말이다. 네살이라 아직은 동시가 어려울 수 있겠지만,아이가 하는 말 자체가 마치 시처럼 울림이 좋고, 멋진 이야기가 많아 초등학교 선생님이셨던 아버지께서도 손자의 표현에 감탄하신 적이 있었다. 때묻지 않은 순수함을 간직한 아이들의 말은 말 그대로가 시가 되는 구나 하시면서 말이다.
이 책의 저자분도 35년을 교직에 몸담고 계신 현직 선생님이시다. 아이와 함께 한 사람들은 보통 맑고 순수하다. (학교 선생님들이 사기를 많이 당한다는 속설도 그래서 나온 듯 하다.) 어릴적 아버지께 많은 이야기를 듣고 자란 시심이 오늘날 저자분을 시인으로 만들어주었다 한다. 아이들과 함께 한 순수한 감성으로 운치있으면서도 재미난, 동시조집이 완성되었다.
그림은 네 명이나 되는 작가가 참여를 했는데, 시조를 읽는 사이사이 그림책 못지않게 예쁜 그림을 발견하는 것도 또다른 재미가 되었다.
이 책에 수록된 시 중, 친구야, 눈빛만 봐도와 혀밑에 도끼가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린 시라 한다. 친구야 눈빛만 봐도는 읽으면서 표현의 한계를 느끼는 내 마음을 대변해주는 시라 무척 마음에 들었던 시였는데 시인 약력에 보니 교과서 수록된 시라 해서 다시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의 졸린 눈에서 잠을 빼주겠다는 다은이의 이야기도, 마치 우리 아이를 보고 있는 것 같아 몹시 귀여웠다.
아이들 하는 말이 하나하나 다 시같고, 동화같다는 어른들 말씀에 다시 공감하며 즐거운 시 감상에 오랜만에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