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방귀 스티커 - 제9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ㅣ 작은도서관 35
최은옥 지음, 이영림 그림 / 푸른책들 / 2011년 10월
4살 우리 아들도 스티커를 몹시 좋아한다. 여행 가기전 스티커북 한권씩 꼭 사주고, 마트에 가도 낱장 스티커를 하나씩 꼭 사와야 직성이 풀릴정도로 스티커 삼매경에 빠져있다. 유아때부터 스티커를 워낙 좋아하는 요즘 아이들은 교과서까지 개정판이 스티커 붙이는 것으로 되어있는 것을 보았다. 교과서외에도 상벌의 의미로 선생님이 주시는 스티커는 상벌의 의미를 각각 담고 있어서 상 스티커를 받고 싶은 아이들의 마음은 스티커 받기에 한껏 쏠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방귀 스티커라는 제목의 재미난 책을 만났다. 스티커라고 하니 우리 아이도 눈을 번뜩이며 달려들었다. 허나, 책에 스티커가 없다고 또, 글밥이 좀 많으니 어려운지 살며시 뒤로 빠진다.
덕분에 짧지만 (엄마에겐 짧다) 재미난 내용을 엄마 혼자 실컷 즐겼다.
초등학생 민구는 요즘 고민이 많다. 유치원때부터 시도때도 없이 나오던 방귀가 학교 다니니 더욱 참기 힘들어진 것이다. 친구들이 놀릴까봐 마음껏 뀌지도 못하고, 급기야 아침을 안 먹겠다는 선언까지 하였다. 아이에게는 정말 큰 고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고보니 내 학창시절에는 어땠던가? 방귀를 숨죽여 뀌기 위해 얼마나 힘들었던가? (초등학교 저학년때에는 학교에서 대소변을 실례하는 아이도 간혹 발견되었지만 말이다.)
민구의 이런 고민에 아버지는 책상을 탁 치거나 재채기를 해서 방귀를 뀌면 된다고 일러주었다. 아버지의 동작 묘사 또한 어찌나 절묘한지 재미났다. 아빠도 사실 회사에서 방귀가 나올때면 쓰는 방법이라니 정말 그렇게 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싶어 빙그레 웃음이 머금어졌다. 어쨌든 민구는 학교에 가서 방귀 뀌고 싶을때 그렇게 해보았다. 그랬는데 하필 그날, 고약한 방귀 냄새로 인해 반 아이들이 모두 소란을 떨게 되었다. 민구는 조마조마하고 있는데 민구가 짝사랑하는 너무 예쁜 친구 혜린이가 민구가 방귀를 뀌어 토할 것 같다며 몰아세우는게 아닌가. 방귀쟁이로 소문난 민구는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고, 급기야 방귀 뀌고 싶을때마다 화장실에 가서 몰래 시원하게 뀌고 오게 되었다. 시도 때도 없이 나오는 방귀 탓에 화장실을 수시로 들락거리니 결국 선생님께서 민구더러 방과 후에 남으라고 하시고, 선생님과 마주하니 그 모습이 너무 무서워 민구는 솔직하게 자기 마음을 다 털어놓게 된다. 그때 선생님이 의외로 환히 웃으시면서 고민을 해결할 방법이 있다 하시며 마침 주말이라 다음주에 편히 만나자고 하셨다.
방귀로 고민이 생긴 귀여운 학생을 위해 선생님이 내놓으신 방편은? 바로 책 제목인 방귀 스티커다.
그림이 어찌나 재치있게 그려져있는지 선생님의 포즈와 아이들의 방귀 뀌는 모습 등이 제대로 살아있는 느낌이었다.
또, 민구와 친구들이 서로 방귀를 트게 되고 (선생님이 시범조로 아이들 앞에서 시원히 방귀를 뀌는 장면은 정말 압권이었다.) 그로 인해 더욱 꾸밈없이 각별한 사이가 되는 것이 참으로 보기 좋았다. 사실 부부지간에도 부끄러워 방귀를 트지 못하는 부부가 얼마나 많은가. 부끄럽긴 해도 일상 생리 현상이고, 부부 사인데 뭐 어때? 하는 마음과 달리 몇년이 지나도 절대 트지 못하는게 방귀라고 수줍게 말하는 연예인 부부들을 보면서 깜짝 놀라기도 했다. 그게 그렇게 어렵고 창피한일인가? 남남처럼 꼭 그래야하나 싶었는데.. 민구네 반 이야기를 읽으면서 정말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