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 말고 꽃을 보라 - 정호승의 인생 동화
정호승 지음, 박항률 그림 / 해냄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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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힘겨운 사람들에게 어깨를 토닥여줄 따뜻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
사실 지금 꼭 힘든 고민에 쌓여있지 않더라도 인생에 대해 (특히 인생의 가장 중요한 일부를 차지하는 "사랑"에 대하여) 진정한 감동을 느끼게 해줄 짧은 동화가 가득한 그런 시인의 동화집을 읽었다.
정호승님의 책은 의자라는 인생동화를 통해 먼저 읽어본 적이 있었다. 그때도 몽환적인 느낌의 삽화와 함께 인상깊은 느낌을 주는 동화가 참으로 기억에 남았는데 이번 책을 보고 반가운 마음에 덥썩 집어들게 된 책이다. 이 책은 <당신의 마음에 창을 달아드립니다>, <너를 위하여 나는 무엇이 될까>, <스무살을 위한 사랑의 동화> 등을 박항률 화백의 그림과 함께 다시 한권의 책으로 묶어낸 책이라 한다. 예전에 못 읽어봤던 책들인지라 신간의 느낌으로 받아들이게 되었고, 삽화와 함께 여전히 깊은 울림을 주는 동화들은 첫 느낌부터 잔잔한 마음의 파문을 일으키며 내게 느낌표 하나처럼 다가왔다.

<사랑의 동그라미>로 시작되는 첫 이야기.
부모의 이혼 이후 엄마를 보고 싶은 아이는 동그란 엄마 얼굴을 떠올리며 동그라미를 그리려 하지만 직선밖에 그리질 못했다. 아빠는 "얘야, 동그라미를 그리려면 처음 시작했던 자리로 되돌아가야하는거야."라고 말해주고서, 스스로 깨달음을 얻는다.
"아, 사랑도 이런 것이구나. 사랑하던 첫마음으로 되돌아갈 수 있어야 사랑의 원을 그릴 수 있구나. 처음과 끝이 서로 같이 만나야 진정 사랑을 완성할 수 있구나." 12p

다람쥐를 사랑한 평범하지 않은 고슴도치의 사랑<고슴도치의 첫사랑> 도 참으로 눈물겨웠다. 상처없는 사랑을 원했던 어린 날의 내모습을 보는 듯도 싶었다. 상대에게 얼마나 잔인한 일이 되는지 미처 생각지 못했던 이기적인 어린 날의 나를 보는 듯한 그 느낌 말이다. 가시를 버리지 않으면 만나지 않겠다는 무리한 다람쥐의 요구에 고슴도치는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도록 가시를 없애서 다람이의 사랑을 잠깐 얻는듯 했다. 목숨을 걸고 사랑에 올인했지만, 들쥐의 공격으로 목숨이 위태로워지고, 결국 모든 것을 버리고 얻은 다람쥐의 사랑조차 도로 빼앗기고 말았다.

동화는 거의 몇페이지 되지 않을 정도로 짧은 길이가 많다. 그래서 시와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고, 어쩌면 더 긴 이야기와 재미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쉬움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길고 긴 이야기, 길고 긴 인생살이에 다소 지쳐 쉬고 싶었던 사람들에게는 휴식이라는 느낌을 준다. 책을 읽으면서 재미를 느끼기도 하지만, 잠깐 쉬었다 가고 싶다라는 느낌으로도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그런 인상을 주었다. 요즘은 책을 제법 많이 읽고 있지만, 직장 생활을 하던 시절에는 정말 한달에 한권도 읽을까 말까 할 정도로 책을 읽지 않고 지냈다. 그때 읽는 글들이라곤 인터넷에서 찾는 짤막한 글들이 대부분이었다. 책이 아닌 웹 상에서 얻는 이야기들은 가벼이 읽고 지나칠 그런 가쉽거리나 허무한 정보들이 많았고, 뭔가, 활자라는 것을 읽고 있으면서도 늘 머릿속에는 텅빈 공백으로 가득찬 느낌이었다. 그럴때 오랜만에 책이라도 한권 읽을라치면 익숙하지 않은 긴 호흡 (장편소설)에 금새 지쳐 책을 도로 내려놨던 아쉬움이 있었다. 그때 읽을 수 있던 책이 좋은 생각등의 짧은 꼭지 거리였다. 이 책이라면 책을 읽기 위한 시작으로라도 그럴때 내가 읽을 수 있을 그런 책이지 않았나 싶다.

고로, 책을 열심히 보는 사람들이나 혹은 책을 읽을 시간이 없어, 혹은 책을 읽을 생각을 못해서 책을 멀리했던 사람들 모두에게 다양한 시각에서 접근이 가능한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특히 사랑이라는 관념에 많은 생각, 혹은 상처를 받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더욱 관심을 갖고 읽어볼만한 책이 아닌가 싶었다. 부모 자식간의 사랑, 이성간의 사랑, 세상 그 모든 사랑에 대한 이야기들을 만날 수가 있었다. 짧고도 깊은 생각, 정호승의 인생동화가 우리에게 주는 긴 여운의 시작이 될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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