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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로마 신화의 영웅들 ㅣ 1218 보물창고 5
버나드 엡슬린 지음, 이순미 옮김 / 보물창고 / 2011년 10월
절판
어려서 읽었던 그리스 로마 신화는 무척이나 인상깊고도 재미난 내용이 많았다. 워낙 좋아해서 읽고 또 읽었고, 신화 속 주인공들 중 유명한 신들의 이름 몇개는 주로 외워서 좋아하는 인형에 이름을 붙이기도 하고, 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신들의 이야기를 머릿속으로 떠올리는 그런 상상 놀이를 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신들의 이름이 꽤나 오랫동안 머리에 각인되었던 경험이 있다. 그래도 주로 어린이 대상의 책을 읽어서인지 내용이 축약된 것이 많아서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라 생각했음에도 다시 읽어보니 미처 내가 몰랐던 부분들이 많음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은 12~18세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출간된 책이어서 그런지 좀더 자세히 신화의 재미난 부분들까지 번역된 그런 책이라 할 수 있다.
제우스, 헤라, 아폴론,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 헤르메스 등 기억하기도 ,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로 수많은 신들이 각각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무수한 이야기들 속에는 인간이 다가가기 힘든 성역의 부분도 분명 존재하지만, 신의 모습이 거의 인간과 흡사해, 질투하고, 화를 내고 하는 등의 불완전한 모습까지도 그대로 신화 속에 재현되고 있는 것이 독특하다. 인간이 존경해야할 신들의 모습과 조금 달리 그리스 로마 신화의 신들이 매력적인 것은 인간에 보다 가까운 모습이라는 점일 수 있겠다. 현대 유럽 문화의 뿌리라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근간이 되고 있는 그리스 로마 신화. 무척 재미난 이야기였건만, 어떤 사람이 번역하느냐에 따라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었나보다. 이번 편은 세계 최고의 신화학자 중의 한사람인 버나드 엡슬린(그는 네살때 이 이야기를 삼촌에게서 그리스어와 영어로 처음 전해들었다 한다. 삼촌의 그리스어 연습 상대였다는데,마침 네살난 우리 아기를 생각하면서 어렸을적에 들은 이야기들이 정말 인생의 큰 주춧돌로 작용할 수도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의 번역본이라 세계 10개이상의 언어로 번역된 그리스 로마 신화 입문서로 꼽히는 책이라 한다.
어렸을 적에도 제우스가 너무나 많은 여성에게서 수많은 자식을 얻는 일이 참으로 이해되지 않았었는데 제우스 뿐 아니라 바다의 신 포세이돈도 그에 맞먹을 왕성한 바람끼를 과시한다. 수많은 장소에서 수백명이 넘는 자식을 얻었다하니 말이다. 제우스가 무척이나 사랑한 데메테르 (땅의 여신)를 포세이돈 역시 아주 좋아해서 열렬히 따라다녔다고 한다. 데메테르는 그런 포세이돈의 구애를 거절하기 위해 "땅위의 동물을 만들어주세요. 하지만 아름다운 걸로요 제가 본 생물 중에 제일 아름다운 걸루요." 라고 말을 하였는데 그동안 괴물만 만들어온 포세이돈이 데메테르를 위해 만든것은 바로 말이었다고 한다. 데메테르도 감탄했지만 포세이돈 스스로 작품에 감동하여 즉시 더 많은 말들을 만들었고 말 떼가 초원 위를 달리는 모습은 너무 아름다웠다 하였다.
말에 대한 탄생과 말의 습작품, 실패작으로 만들어진 것들이 낙타, 하마, 기린, 당나귀, 얼룩말이라는 대목도 이 책에서 처음 만나는 이야기였다. 사실 처음 접한 이야기들이 무척 많았고 몰랐던 비하인드 스토리들도 상당히 많아서 (아라크네의 자살 역시 어린이 번역본에서는 잔인하다 싶었는지 축약되어 잘 드러나지 않았다.) 책을 읽는 재미가 더욱 쏠쏠해졌다.
제우스 못지 않게 신 중의 신으로 느껴지는 아폴론의 탄생 역시 독창적이었다. 그의 누이 아르테미스가 제우스의 더욱 극진한 사랑을 받고, 선물도 스스로 모두 선택할 수 있는 총애를 받았다는 것이 놀랍기도 했다.
아기때부터 과감히 아폴론의 소를 잡아다가 수금을 만들고, 형 아폴론과 거래를 할 정도로 수완이 좋은 헤르메스의 이야기 또한 감탄할 정도였다.
대충 알고 넘어갔던 신들의 몰랐던 진면목을 깨달으면서 인간을 능가할 정도로 능청스러운 신들의 지혜와 넉살, 해학 등에 웃음이 나올 정도였으니 말이다. 너무나 오래 전의 이야기건만 지금 읽어도 재미있을 정도의 다양한 이야기들이 신화 속에 완성되었다는 것이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을때마다 감탄하게 되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