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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의 비망록 - <오만과 편견>보다 사랑스런
시리 제임스 지음, 이경아 옮김 / 좋은생각 / 2011년 8월
절판

아침에 눈을 뜨고, 아이가 잠들어 있는 시간동안 참으로 달콤한 제인 오스틴의 일생과 사랑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거의 서너시간을 책 속에 묻혀있었던 것 같다. 제인 오스틴의 책으로 <오만과 편견>이 너무나 유명해서 많은 사람들이 그녀가 남긴 소설이 얼마 되지 않음에 안타까워함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가 편지를 무척이나 즐기고, 또 아버지 돌아가시고 난 후에는 무척 어려운 삶을 살기도 했던 것은 미처 몰랐던 사실이었다.
책은 그녀의 오빠의 저택에서 제인 오스틴의 삶과 사랑 (비밀에 뭍혔던, 그리고 오만과 편견의 토대가 될 사랑의 대상이 담긴)이 담긴 놀라운 비망록을 발견하게 되는 것으로 시작한다. 비망록에는 의문의 루비 반지까지 같이 들어 있었다. 소설이 아닌 실제 제인의 삶과 사랑이라니 얼마나 로맨틱한가? 실제 그녀의 삶을 생각하면 해피엔딩은 아니었겠지만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소설에 빠져들었다.
목사로 40년을 재직하신 아버지께서 퇴임을 하시고 관사를 내놓아야했기에 이후 제인의 부모님은 제인과 카산드라, 두 딸의 결혼을 위해 신랑감을 물색차 바스로 이사를 하게 된다. 당시 여성들의 삶은, 따로 직업을 갖는 일이 드물었고, 좋은 남성을 만나 안정된 삶을 꾸리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친정 부모님께 기대어 살다가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나면 따로 갈 곳이 마땅치 않은 어정쩡한 상태가 되곤 하였다. 바로 제인의 가족이 그런 처지에 놓이게 된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나자 집은 그대로 장자에게 상속이 되고, 얼마 안되는 유산으로는 어머니, 제인, 그리고 언니 카산드라가 살기엔 턱없이 부족한 신세였다. 오빠들은 모두 직업이 있어 자신의 삶을 꾸렸지만 정작 어머니와 누이들에게는 집한채 없는 신세였던 것, 오빠들의 십시일반 보내주는 돈으로 생활은 어찌 유지를 했으나 집이 없어 오빠들의 집을 이집저집 떠도는 신세가 되고 만다. 딸들이 결혼을 하게 되면 어머니도 딸을 따라 그 집에서 기거할 수 있는 것이 당시의 상황이었나보다. 그로 인해 제인의 어머니는 결혼을 하지 않는 두 딸을 원망을 하기도 한다.
제인의 오빠 중 한 사람은 그 중 유독 부유하였다. 부유한 친척 집에 양자로 들어가 많은 재산을 물려받았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오빠가 작은 집한 채를 내주어 제인과 세가족이 그 집에서 살게 되었는데 그로써 오빠들의 집에 더부살이를 하던 제인네의 삶은 안정화가 되는 듯하였다.
처음에는 그런 제인의 삶이 이해되지 않았는데, 제인과 친분이 있던 빅위더 가족의 경우에도 재산이 있어도 모두 아들에게만 상속이 되고 딸들은 반드시 결혼을 해서 남편의 재산으로만 살 수 있다는 데서는 당시의 생활 자체가 그런 것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제인은 다른 여성들과 달리 당찬데가 있었다. 대부분의 여성이 사랑 없이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남성들과도 안정적인 삶만을 위해 결혼하는데 반해 그녀는 사랑 없이는 결혼않겠노라고 소신을 밝히며 살았다. 실제로 그녀에게 청혼한 연하의 남성 해리스가 있었는데, 재산도 넉넉했고 그녀도 그의 청혼을 받아들였지만 다음날 이내 그 청혼을 번복하며 거절하고야 말았다. 사랑이 없었노라는 것이 그녀의 거절 이유였다.
당시로서는 꽤나 파격적이었을 것이다. 책 속 제인의 어머니가 비참한 이사 생활 동안 그 이야기를 거론하며 그녀를 비난하는 것도 어쩌면 사회적 현실로선 당연한 일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평범한 부인이 아닌 소신있는 삶을 살았기에 그녀의 작품이 더욱 생생히 살아있을 수 있었고, 또 그녀가 일생의 사랑을 만나게 되었을지 모른다. 그녀는 모든 것이 완벽한, 그런 남자 애시포드를 만나게 되었다. 가난한 그녀의 처지와 너무나 대비되는 엄청난 가문의 후계자인 애시포드. 너무나 아름다운 대저택 펨브룩 홀에 살고 있고, 어마어마한 부를 가진 집안의 애시포드 경이라 불릴 수 있는 작위와 멋진 외모와 그를 아는 모든 사람들이 칭송할 정도로 온화한 성품, 그와의 사랑은 그녀의 잠들었던 창작욕구에 불을 지펴주었고, 그로인해 묻힐뻔했던 그녀의 작품들은 다시 재구성되어 세상의 빛을 보도록 손질되었다. 실제의 사랑의 힘을 입어 말이다.
"처음에는 서로를 경멸하지. 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 서로의 진면목을 알게 되면 존경하게 되고."
"그래서 오만을."
"편견을."
"극복하는 이야기."
그가 내 손을 꼭 잡았다. 우리는 서로의 눈을 마주보았다. 327p
주말의 이른 아침을 달콤하게 빛내준 안타까운 사랑이야기였는데, 결말은 그런 나를 다시금 놀라게 하였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여기에서 하지 않으려 한다.
출처: 네이버 무비, 미스 포터 중에서
책을 읽으며 내내 영화 <미스 포터>를 떠올렸다. 귀여운 캐릭터 피터 래빗을 창조해낸 작가 베아트릭스 포터의 이야기였다. 여성이기에 귀여운 캐릭터를 창조해냈음에도 실제 출판을 하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이 겪었지만, 그로 인해 숨겨졌던 그의 사랑이야기를 알수 있는 그런 영화였다. 르네 젤위거와 이완 맥그리거의 사랑 이야기로 기억하는 미스 포터, 이 소설과 참 많은 부분 닮아있었다.
책의 감흥이 다 사라지기 전에 두서없는 서평으로 그 느낌을 조금이나마 남기고자 한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그러나 서평은 책을 좋아하는 마음이 담긴 순수한 리뷰로 상업적인 의도로 작성된 것이 아님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