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섀도우 랜드 ㅣ 이모탈 시리즈 3
앨리슨 노엘 지음, 김경순 옮김 / 북폴리오 / 2010년 11월
절판

엘리슨 노엘의 이모탈 시리즈 중 3부인 섀도우 랜드를 거의 1년만에 다시 읽었다. 예전에 쓴 리뷰를 보니, 에버의 우유부단한 태도로 인해 데이먼에게 자꾸 상처를 주는 것이 못내 마음에 걸리는 이야기가 많았다. 이번에 다시 읽으니, 느낌이 또 다르다.
특히 에버가 끝없는 심연으로 떨어진 듯 경험했던 섀도우랜드의 고통, 그것을 다시 읽고 갑자기 섬뜩해졌던 것이 내가 막연히 생각했던 죽음의 공포와 비슷한 느낌이 들어서였다. 사후 세계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으로써, 천국과 지옥을 만나게 될지, 아니면 정말 말 그대로 죽음 이후에 아무것도 없이 그냥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일지 종교적 개념으로 생각하자면 전자를 믿고 싶지만, 막연히 생각하자면 후자의 느낌도 느껴지기 마련이었다.
게다가 평범한 사람들과는 다른 불사자, 영원히 죽지 않는 삶을 사는 그들에게도 죽음이라는게 존재할 수 있음을..
마치 뱀파이어가 영원히 태워져, 소생불가능한 상태가 되듯, 불사자들에게도 그런 죽음의 단계가 있음이 밝혀진 것이 바로 섀도우 랜드의 등장이었다. 그냥 죽고 마는 것이 아니라 영혼의 죽음을 경험하는 것, 고독하게 허공에 매달린채 혼자 남겨진 그 상태로 영원히 버려져 있다는 것 그것이 섀도우 랜드의 끝없는 심연의 공포였다.
죽음을 막연히 두려워하다보면 사랑하는 사람들을 더이상 볼 수 없고, 나만 동떨어진 어느 곳인가로 간다는 두려움이 들곤 했는데, 생이 끝난 후에 아무것도 없이 그냥 백지인 상태가 되어버린다 생각을 했던 것이 바로 섀도우랜드의 공포였다 생각하니 갑자기 데이먼과 에버의 공포를 그 느낌 그대로 전해받는 듯 하였다.
600년을 흥청망청 하고 싶은 대로 살아왔던 데이먼이 섀도우 랜드를 경험한 충격에 휩싸여, 사랑하는 에버를 불사자로 만들어, 평범한 다른 사람들처럼 영혼의 안식처를 갖지 못하고 잘못하게 되면 섀도우랜드에 보내버릴 수 있음을 알게 되었을때의 그 상실감과 미안함은 도대체 어느 정도일 것인가. 600년을 기다리고 참아온 사랑을 완성하기도 힘든 판국에 (게다가 그들은 로만의 계략에 의해 저주에 걸려 마음대로 사랑할 수도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로만의 치유제가 있어야만 완벽한 사랑을 할 수 있는 사이가 되는 것, 지금은 베일의 힘을 빌어 서로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가련하고 불운한 연인이 되어버린 처지였다.) 찾아오지 않을 것 같은 불행이 그들 주위에 상주하고 있다는 엄청난 현실에 직면하였다는 것을.. 게다가 실제로 그들을 노리는 세력이 있어 더욱 조심해야하는 처지가 되었다는 것을 그들이 알았을때의 비운의 심정이라 함은 어떨 것인가.
또한 로만의 치유제를 찾으려 애쓰는 와중에 또다른 의문의 남자 주드까지 등장해 에버와 데이먼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든다.
환타지 로맨스라 그런지, 미소년도 많이 등장하고 하나같이 주인공에 얽힌 사연도 구구절절하지만, 이전에 등장한 로만등과 달리 주드는 뭔가 특별히 다르다. 게다가 데이먼 역시 뭔가를 숨기고 주드를 경계한다. 에버는 자신도 모르게 자꾸만 주드에게 끌리는 감정을 속이지 못하게 되고..
에버모어 이후 행복하기만 할 것 같았던 해피엔딩의 동화는 더이상 해피한 상황이 아니게 되어버렸다.
더욱 아름답고 모든 것을 만들어낼 수도 있는, 아프지도 죽지도 않는 불사자가 되었건만, 세상살이는 불사자인 그들에게도 역시 팍팍하지가 않다.
흔한 뱀파이어가 아닌 불사자라는 새로운 대상을 창조해내 그들의 삶에 대해 전혀 다른 세상을 꿈꿔내는 엘리슨 노엘의 재주에 감탄하며, 앞으로 남은 세권의 책을 더욱 기대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