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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소녀들
안드레아스 빙켈만 지음, 서유리 옮김 / 뿔(웅진) / 2011년 8월
절판

엄마, 아빠는 집에서 주무시고, 오빠는 외출중일때 앞을 볼 수 없는 열살 소녀 하나가 집 앞 그네를 타고 있다 감쪽같이 사라져버렸다.
그 후 10년이 지나 똑같은 나이, 똑같은 빨간머리와 주근깨, 그리고 똑같이 앞을 볼 수 없는 소녀 하나가 또다시 침대에 누워있다 유괴되었다.
10년전 유괴된 소녀 지나의 오빠인 막스 웅게마흐는 세계적인 권투 챔피언으로 성장했다. 알콜중독인 아빠와 엄마가 그에게 소녀를 맡기고 친구들과 어울리지도 못하게 하는 현실 속에 또래 소년들이라면 누구나 그랬다시피 소년은 축구가 너무나 하고 싶었고, 동생은 자신때문에 피해보는 오빠를 걱정하면서 축구 경기를 다녀오라고 독려해주었다. 그리고 그 두시간 동안 다녀온 후 동생은 사라져버리고 이전부터 이어져온 아버지의 구타는 더욱 심해졌다. 바로 너 때문에 동생이 사라진 거라면서..아픔을 간직한 소년은 결국 집을 탈출해 동생에 대한 죄책감과 그리움을 간직한채 최고의 펀치를 자랑하는 권투 선수가 되었다.
그리고, 최근의 유괴사건을 수사하게 된 프란치스카, 여형사인 그녀는 유사 범죄를 검색하다가 막스 웅게마흐라는 이름과의 연관성을 알고서 그와의 면담을 갖게 된다. 너무나 큰 시간 차가 존재하긴 했지만 사건 사이에는 분명 떼어놓을 수 없는 유사성이 있었고, 사건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만났던 사이였지만, 프란치스카와의 만남을 통해 막스 또한 또다시 자신에게 영원히 트라우마가 된 동생을 잡아간 범인에 대한 추격이 새로이 시작되었다.
쥐는 죽었고 공포와 사냥도 없었고 자신의 무력함을 인지하는 일도 더 이상 없었다.
그가 그토록 황홀하게 생각하는 모든 것이 죽음과 함께 갑자기 끝나버렸다.
그는 죽음에는 관심이 없었다.
45p
또래 딸아이가 있어서 이 소설을 번역하게 된 것이 처음에는 무척 부담스러웠다는 아이엄마인 번역자님의 말이 책을 읽는 내내 가장 머리속을 맴돌았다. 나 또한 어린 아이가 하나 있어 아동 학대나 유아 성범죄자들에 대한 이야기, 뉴스 등을 접하는 것이 너무나 껄끄럽고 부담스러웠기때문이다. 이 책은 그동안 쉽게 만나온 일본, 미국 등의 소설이 아닌 독일 작가의 소설이었다. 독일 심리 스릴러 소설계의 신동으로 평가받는 안드레아스 빙켈만의 세번째 장편 소설로 치밀한 플롯으로 수개월간 아마존 베스트셀러를 석권한 작품이었다 한다.
하나의 시선으로만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이 아니라,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지나가 납치되던 끔찍한 상황부터 시작해서, 이후 막스의 현재와 과거 회상, 프란치스카의 시선, 그리고 밝혀지지 않은 범인의 시선 등이 교차적으로 나타나며 서술된다. 누구인지 모르고 읽다가 어느 줄에선가 아, 그 사람이구나를 깨닫게 만드는... 초반의 지나 납치 사건 이후로는 다소 느슨해진 구성이었다가 중반이후부터 급속도로 진행되는 사건의 흐름은 뒤로 갈수록 책장을 넘기는 마음이 더욱 빨라지게 만드는 구실을 하였다. 도대체 두 소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그는 희생자에서 사냥꾼으로 변신해야만 머리가 깨끗해지고 전략을 세울 수 있었다. 221p
소설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아이들이 어렸을때 받은 상처가 커서 어떻게 작용할 수 있는지 등을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무시무시하고 끔찍한 사건을 일으킨 "그"가 어릴 적 받은 트라우마는 사실 어른인 내가 읽어도 그게 그렇게 무서운 일인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부분이기는 했다. 다만, 어떤 사람에게 어떻게 일어나느냐에 따라 보통 사람들은 그냥 참고 견뎠을, 아니면 극복했을 그 문제가 비정상적인 범죄자로 삐뚫게 성장시킬 수도 있음을 알았다.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소녀들, 더욱이 앞을 보지못하기에 더욱 숨을 곳도 피할 방법도 없을 무력한 소녀에게 스멀거리고 참을 수 없는 고통이 엄습한다. 약자들을 상대로한 범죄였기에 더욱 그 잔인함이 참을 수 없게 느껴졌다. 번역자가 표현한대로 끔찍한 모습은 상상만 하게 될뿐 다행히(?) 실제로 묘사되는 것을 피하고, 독자의 상상에 맡겨졌다. 그럼에도 그 스멀거리는 느낌은 깊이 아로새겨졌다. 지금 내 몸에도 뭔가가 지나간듯 갑자기 가렵다. 따끔거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