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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저택 사건
조세핀 테이 지음, 권영주 옮김 / 검은숲 / 2011년 8월

18세기 실제 유괴사건을 재구성해낸 이 작품은 영화, 드라마로 세 차례나 리메이크 될 정도로 인기를 끈 작품이었다 한다. 요즘처럼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내용 일색인 미스터리 소설과 달리 이 책에는 선정적인 내용이 전혀 들어있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매끄럽게 사건이 진행되고, 흥미롭게 독자를 몰입시킨다. 초반에는 이렇게 명명백백한 사건을 어떻게 해결하려는거지? 하고, 다소 느슨해보이는 인물들의 등장에 지루해질 뻔했는데, 웬걸 책장을 넘길수록, 흥미진진해지는 내용에 몰입해서 결론이 어떻게 날지 기대감이 잔뜩 샘솟게 되는 그런 책이었다.
잔인하고 폭력적인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 아버지께도 권해드릴만한 추리소설이었다.
평화롭고 일상적인 하루하루를 보내던 로버트라는 변호사에게 어느 날 걸려온 다급한 전화는 전혀 예상 밖의 사건으로 그를 이끌어낸 일이었다
가끔 마주친 적 있는 프랜차이즈 저택의 여인으로부터 걸려온 전화였는데, 지금 자신이 누군가를 납치했다는 누명과 함께 집에 스코틀랜드 야드(런던 경찰청)에서 나온 사람들이 와 있다는 전갈이었다. 복잡한 일에 끼이고 싶지 않은 그였으나 매리언, 전화를 건 그 여인은 똑똑한 변호사가 아닌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자신과 같은 사람을 찾아 로버트를 기억해냈다고 말한다.
사건은 이랬다. 마을 사람들의 호감을 얻지 못하는 낡고 큰 저택에 사는 늙은 엄마와 40대의 딸이 살고 있었다. 하녀를 부릴 형편이 되지 못해 일도 직접 해야했던 그녀들이었고, 엄청 구형의 차를 몰고 다니며 마을 사람들의 이런 저런 입소문의 대상이 되기 딱 좋은 그녀들이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한 여학생이 그녀들로부터 납치를 당해 한달간 하녀 생활을 강요당하며 구타까지 당한 후에 가까스로 도망쳐나왔다는 이야기였다. 게다가 소녀의 이야기가 너무나 프랜차이즈 저택을 명확히 설명해냈고, 모든게 상황에 딱 들어맞는 이야기였다. 다만 프랜차이즈 모녀는 그녀를 처음 봤다고 말하는 상황이었고 말이다. 어떻게 된 일일까?
게다가 로버트는 소녀가 아닌 프랜차이즈 모녀를 변호하게 된 상황이었다.
소녀는 딱 보기에도 모범적인 가정에서 자랐을 법한 깔끔하고 여린 인상의 여학생이었고, 그가 변호하게 될 두 모녀는 평판까지 그리 좋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소녀가 말한 것들이 너무나 정확했기에 처음에는 무슨 이런 사건이 다 있을까? 싶었는데, 오히려 너무 정확하게 증거를 들이대는 소녀를 로버트는 믿을 수 없게 되었다. 너무 정확한 알리바이. 게다가 만나면 만날수록 알면 알수록 그녀가 범인일리 없다는 확신이 들게 하는 매리언에 대해서도 강한 믿음이 생겼고 말이다.
만나보면 그 모녀가 범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라는 마음 속 믿음 만으로는 사건을 해결할 수 없다.
로버트가 일을 풀어가는 방법, 게다가 그는 유괴 등의 사건을 다뤄본적이 없는 평온한 일만 맡아온 변호사였다. 그런 그가 일생 일대의 중대한 사건을 맡아 (당시 꽤나 이슈화되었을, 요즘에는 이 사건이 큰 사건으로 이슈화될 정도도 아니지만) 그가 할 수 있는 온힘을 다해 열정적으로 빠져드는 모습은 읽는 재미를 더해주는 부분이었다. 무엇보다도, 이 소설은 영국소설이다. 그것도 영국 클래식의 느낌이 강하다 라는 인상을 받았을 정도로 로버트와 그의 주변 일상을 통해 과거의 영국인들의 생활상과 가치관 등을 살펴볼 좋은 기회가 되었다. 지나치게 폭력적이 아니면서도 흥분 상태가 되면 조용한 말과 생각으로써 그에 적절한 대응을 하는 로버트와 영국인답지 않은 괴짜였지만, 솔직한 평가와 격렬한 반응으로 로버트를 만족시킨 네빌(로버트와 같이 일하는 동업자이자, 후에 그의 사업을 이어받을 수 있는 인물로 나온다)의 반응은 나까지 시원해지는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준 것이기도 했다.
때로는 너무나 우연히 해결되는 일도 있긴 했지만 그럼에도 지나치지 않게 흘러간 이야기와 적절하게 매듭된 결말은 참 만족스러웠단 생각이다.
살인사건이나 성폭력, 폭행 등의 이야기 없이 (물론 소녀가 폭행당한 흔적은 있지만, 이야기를 읽다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잔인한 폭력과는 다소 다른 성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흥미롭게 이야기가 서술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참으로 낭만적인 뉘앙스로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것이 색달랐던 느낌이었고, 뒷끝없이 개운한 느낌이 정말 만족스러운 그런 깔끔한 소설이었다는데 가장 높은 점수를 주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