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라면 꼭 가봐야 할 100곳 - 언젠가 한 번쯤 그곳으로
스테파니 엘리존도 그리스트 지음, 오세원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11년 7월
절판


여행할 곳이 이렇게 많다는 것을, 새삼 새로이 알게 해 준 책이었다. 저자는 여행 칼럼니스트로 이 책은 10여년간의 자신의 여행 기록 중에서 여자로서 당당하게 인정받고 존중받을 수 있는, 그래서 그 곳에 가면 새로운 힘과 열정에 사로잡히게 되는 그런 장소들에 대한 기록이다. 6p

여성들의 여행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은, 예전에 읽었던 책 <여자 혼자 떠나는 여행의 기술>이라는 책을 읽고 쓴 리뷰로 내 블로그로 유입되어 온 사람들이 무척이나 많았던 것을 봐도 잘 알 수 있었다. 사실 나도 여행을 좋아하지만, 혼자서 여행 떠나는 것은 겁이 많아 실행을 거의 못해봤다.



얼마전 같은 곳을 두번이나 다녀왔다. 한번은 여동생을 비롯한 친정 식구들과, 또 한번은 신랑과 아기 이렇게 셋이 단촐하게였다. 신랑과의 여행이 더 즐거울 것 같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여동생과 함께 한 여행이 더 즐거웠다. 엄마도 같이 계시고, 여성들이 많아 그런지, 아니면 수십년을 함께 해온 가족들과의 여행이라 그런지 마음 속까지 편안한 그런 여행이 되었는데, 신랑과도 분명 즐겁긴 했으나, 움직이기 싫어하고 쉬고만 싶어하는 신랑과는 거의 돌아다니지 못하고, 자꾸 눈치를 보게 되는 아쉬움이 있었다. 비단 여행뿐이겠냐만은.. 작가의 이분법에 100% 공감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성과의 여행이 분명 더 재미있겠다는 것에 조금은 동의를 한다. 나도 경험한 일이었으니까..결혼 전 친구들과도 같은 주제, 흥미를 갖고 여행을 다녀오니 정말 더 설레고 재미났던 기억이 나니 말이다.



좋아한다 말만 무수히 늘어놓고, 막상 다녀온 곳은 많지 않은 나에 비해, 작가의 여행 기록은 참으로 눈부시다.


책에 빼곡한 여행지들은 한 꼭지에 여러 나라가 실려있기도 하고, 각각의 여행지를 자신이정한 테마에 맞추어 분류해놓았는데 그 중에서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무조건 가봐야할 곳들>이 가장 관심가는 파트였다. 그 중 첫 장소가 세상의 절반이라는 이란의 에스파한. 페르시아의 오랜 속담이라는데, 도대체 어떤 곳이길래 그런 속담까지 생겨난것일까? 과거 페르시아의 영화를 반영하고 있는곳인지, 미처 여행지로써 염두에 두지도 못했던 이란(워낙 내가 못 가본 곳들이 많아서)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진 글이었다.

전원과 주택, 궁전과 지붕 덮인 다리들, 파란 색조를 띤 이 도시는 모든 도시의 전형이라 할만하다. 누구든 이곳에 몇주만 머무르면 미국의 재즈피아노 연주자 듀크 엘링턴처럼 이곳을 찬양하는 노래를 작곡하게 될지도 모른다. 170p

에스파한을 즐기는 방법 중 하나는 그곳의 모든 커피하우스를 둘러보는 것이다. 171p



여행을 풀어내는 방식도 여성들의 초점에 잘 맞춰진 칼럼이다보니 한결 더 몰입하기가 쉬웠고 금새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다. 사실 남자가 읽어도 큰 무리가 없을 여행서긴 하지만, 여성을 위해 쓰인 책이라니 더욱 친근한 느낌이랄까?



쿠바에 대한 여행서를 조금 접해봤지만, 기적의 여인에 대한 부분은 처음 읽었다.

1901년 아멜리아 고이리 드 호즈라는 이름을 가진 젊은 여인이 출산중 사망하자 발치에 아기를 놓고 매장했다고 한다. 몇년 후 사람들이 그녀의 관을 열어보았을때 그녀는 딸을 가슴에 품고 있었다고 한다. 그 후 현지인들은 ..그녀를 임산부들의 수호자로 여기게 되었다. 32p 나 또한 아기엄마였기에 가슴아픈 그녀의 모정에 가슴이 다 뭉클해질 정도였다.



여행지의 기본이 될, 그리고 많은 여성들이 좋아할 쇼핑 추천지, 아이스크림과 초콜릿의 명소 등 흥미로운 곳들도 눈에 많이 띄지만, 세계적인 여성 명사를 비롯해서 이렇게 전설과 관련된 기억할만한 여성들에 대한 기록도 이 책만의 장점으로 자리잡았다.

아이스크림의 경우 이탈리아나 미국 등이 추천되는 것은 예상했지만 멕시코, 그리고 쿠바가 추천될지는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인정받는 아이스크림 가게를 꼽으라면 단연 쿠바 하바나 베다도의 아바나리브레 호텔 근처 공원에 자리잡고 있는 우주선 모양의 코펠리아다. 92p 과연 얼마만큼의 맛일까? 쿠바의 아이스크림을 맛보러 머나먼 여행을 떠나게 될날이 과연 올까?



소녀시절로 되돌아가 다양한 모험을 하고 싶은 파트에서는 진주 조개잡이의 바레인과 더불어, 대한민국의 제주도 해녀들의 물질 이야기까지 나와 반가운 마음으로 읽어내렸다. 맨 끝에 다시 한번 대한민국의 이야기가 100번째로 등장하는데, 나의 땅, 나의 하늘이라는 제목으로 씌여 있어서 작가가 우리나라 출신인가?하고 깜짝 놀랐다. 다시 읽어보니, 그 파트만 김지선이라는 한국 여행가가 쓴 부분이고, 세계 여러나라를 둘러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중요한 우리의 근본을 놓쳐서는 안되지 않겠냐는.. 독자들을 위한 배려로 "나의 땅"이라는 표현이 들어간 것이었다.



여성을 위한 여행서라길래 처음에는 쇼핑, 휴양, 맛집 등에만 치중한 책이 아닐까싶었는데 나의 좁은 견문을 확 넓혀주는 다양한 이야기가 담긴 책이라 더욱 재미나게 읽었다. 사진도 컬러로 삽입되어 좋았지만 워낙 많은 곳들 다루다보니 일일이 다 사진을 실을 수 없어 궁금증을 자아낸 점은 좀 아쉽기도 했다. 여행을 좋아하는 여성들을 위해 참고가 될, 그리고 나처럼 여행을 떠날 여건이 충분치 않은 사람을 위해서도 대리만족이 될 재미난 여행서, 여자라면 꼭 가봐야 할 100곳을 읽는 내내 세계일주를 잘 마치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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