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포트 피크닉
김민서 지음 / 노블마인 / 2011년 7월
품절


해외여행을 많이 다녀보지는 않았어도 한동안 너무나 그리고 꿈꾸던 그런 때가 있었다. 누구는 백화점 공기를 들이마셔야 숨통이 트인다는데, 난 공항 공기만 마셔도 좋을 것 같은 그런 시기가 있었다. 남들이 여행하러 타는 공항 버스에 출장차 (공항 근처에 있던 곳에 출장을 가야할 일이 있어) 탔을 적에는 스튜어디스를 비롯, 캐리어를 든 많은 이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자주 타기 힘들어 그런지, 어쩐지 설렘과 기대가 증폭되는 곳, 공항. 그 곳에 얽힌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갇힌 공간, 전혀 다른 사람들, 이들이 한 공간, 그것도 공항이라는 아주 특별한 장소에서 며칠을 부데끼며 같이 살아야했던 아주 독특한 상황의 이야기가 소설로 재구성되었다.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 사건으로 유럽행 항공기가 전편 결항된 적이 있었다 한다. 난 그 사실도 까마득히 모르고 살았던 뉴스에 둔감한 아기엄마였을 뿐이고.. 예전의 기대는 어디로 사라져버렸는지 그냥 하루하루 보내기 바빴던 것 같다. 아뭏든 그런 뉴스 기사를 보고 작가는 바로 소설을 떠올렸다 한다. 에어포트 피크닉. 공항에서의 소풍이라..

모든 사람은 자기만의 공항을 품고 있다. 그곳엔 아무것도 머물 수 없다. 채워지는 순간 필연적으로 비워지는 곳. 가족과 연인, 친구와 일, 멋진 집이나 차,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것으로도 채울 수 없는 거대하고 황량한 벌판. 그것은 인간이 철저히 홀로 끌어안아야 할, 인류 공동의 블랙홀과도 같다. 어쩌면 사랑은 그 미지의 땅을 정복하기 위한 인간의 마지막 몸부림일지도 모른다. 277p

다양한 국적,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공항에서 노숙을 하게 된다. 돈이 많은 사람들은 호텔에 갈 수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노숙 신세를 지게 되고, 공항의 모든 라운지를 공개하고, 최대한 배려를 하려는 시도는 책에서처럼 아마 다른 공항에서는 보기 힘든 대우였을 것이다. 어쨌거나 우리나라에 온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려는 시도가 좋아보였다.

B급 영화지만 프랑스 대중 영화로 상업적으로는 크게 히트를 친 <누라>의 영화 감독 기욤과 그의 가족, 런던으로 입양된 한국인 입양 청년 제임스, 미국에서 크게 성공한 한인 출신 여자은행장이 된 엘리자베스 김, 나오미 켐벨보다 아름답지만, 이름을 알리지 못한 무명 모델 크리스티나, 6.25 참전 용사로 60주년 기념으로 한국으로 초청받은 전사 해리, 그리고 호주라는 독특한 이름을 가진 한국인 항공사 여성 직원, 이들의 이야기가 항공기 결항으로 갇힌 공간 속에서 펼쳐지고, 결항 사태가 풀리고 다시 인천을 떠나는 그 시간이 될때까지 일어나는 일들은 다소 희극적이기도 하고, 읽는 재미가 참신한 그런 사건들이 발생을 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드나들고 오가는 공항, 미국에서는 가장 로맨틱한 사랑의 장소로 꼽히는 곳이라지만, 잠시 공항에 묶여야했던 그들에게는 인생 자체를 되돌아보게 되는 성찰의 시간이 되기도 하고, 정말로 로맨스가 발생하기도 하고, 백지였던 시나리오가 극적으로 써지는 그런 공간이 되기도 한다. 에어포트 피크닉. 공항 버스가 서는 터미널이 집에서 가까워, 종종 캐리어를 끈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내일 국내긴 하지만 나도 캐리어를 끌고 비행기를 타러 떠날 것이다. 지방 공항이라 협소해서 인천 공항의 느낌이 되살아나지는 않겠지만, 공항 속 다양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의 얼굴을, 조금씩이라도 살펴보고픈 그런 마음이 생겼다.

김민서 작가의 책으로는 처음 읽어본 작품이었는데, 보통의 날들 사이로 찾아온 가장 찬란한 선물이라는 띠지의 말처럼 선물처럼 찾아온 특별한 일상의 해프닝이 참신하면서도 재미난 작품이라 공항을, 아니 여행을 꿈꾸는 다른이들과도 공유해보고픈 그런 색다른 소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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