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를 위한 인생 10강
신달자 지음 / 민음사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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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에는 "여자"라는 말로 구분짓는 것이 너무나 싫었다. 남자들은 앞에 남성이라는 말이 따로 붙지 않지만, 여자들은 꼭 여성이라는 말이 붙는 것도 못마땅했다. 그렇다고 무척이나 강력한 여성도 아니었고, 대학에 들어가 남녀평등을 부르짖는 그런 서클에 가입하지도 않았으면서도 어렸을 적의 억울한 감정은 계속 남아있었다. 오빠에 비해 덜 사랑을 받은 것도 아니었고 (어렸을 적에 잔병치례를 많이 해서 어른들의 관심이 끊일 수가 없었다 한다) 욕심이 많은 편이라 그 이후로도 부모님의 관심을 놓치지 않는 둘째가 되기 위해 무던히 노력을 했던 나였다.



결혼하고 아기를 낳기 전까지도 전업주부가 될 내 모습을 상상하기는 어려웠다.

결혼 후 남편이 벌어오는 돈을 쓰는게 미안해서 (마치 연애할때 더치 페이를 하지 않으면 큰일이라도 나듯) 한동안 그 돈에 손도 못 대던 때도 있었으니 말이다. 똑같이 벌고 똑같이 집안일도 해야지 했는데, 어릴적의 그 고집이 어느새 사라지고 잘하던 못하던 아이를 키우면서 아동바동 살고 있는 주부가 되어 있는 내 모습이 지금도 잘 믿어지지 않기도 하다.



이 땅의 여성으로 산다는 것.

사실 전업 주부가 아니라 직장 여성일지라도 여성이라는 위치는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태어나면서부터 남성과 비교당하고 때로는 아쉬운 처지에 놓여야 하는 이땅의 여성으로서의 현실을 말이다.

저자 신달자님이 항상 20대에서 50대 여성들과 만남을 가져왔고 교류해왔음에도 그들에게는 "외로움"이라는 공통점이 늘 존재해왔다고 한다. 가장 두려운 것이 바로 외로움. 어떤 의미로든 쉽게 다가오는 것이 그 외로움이었나보다. 나 또한 학창 시절부터 화장실에 갈적에도 친구와 함께 가고 (남자들이 가장 이해하기 힘들다는) 지금도 잠깐 밖에 나갈 적에도 핸드폰을 손에 들고 수시로 친구들의 목소리나 가족의 목소리를 찾는다.



신달자님의 이 글을 읽으며 강연을 듣는 기분도 들었지만 하나하나의 글이 참 쉽게 귀에 쏙쏙 들어와 신기한 기분마저 들었다.

가장 초점이 되는 사람은 아마 40대 여성이 될 것 같은데 40대를 향해 다가가는 30대 중반의 내게도 여전히 큰 도움이 될 그런 내용들이 많았던 것. 10대까지만 해도 시간가는 줄 모르고 학교 공부에 매달려야했던 현실이고, 고삐풀린 망아지와 같은 20대가 되고, 또 다시 취업이라는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또 직장 생활에 매였던 20대를 보내고 나니 결혼생활과 함께 30대가 시작되어 버렸다. 치열한 경쟁은 더이상 없어졌지만 아이를 낳고 나니 육아라는 전쟁을 치루면서 앞으로 있을 자녀 양육에 대한 부담이 조금씩 조금씩 현실로 다가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도 우울증을 경험하고, 그렇지 않아도 우울증을 경험하고..

꽤 많은 여성들이 우울증, 외로움 등으로 몸살을 앓는다. 사실 그런 정신적인 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저자 말씀대로 꽤나 많이 아프다. 통증과 너무나 가까운 우리 여성들. 남성은 통증과 상대적으로 멂에도 불구하고 통증을 참아내지 못하고 엄살이 강해 진통제 역시 남성 위주로 개발되고 있다는 아이러니한 말에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씁쓸하지만 맞는 말이란 생각에 말이다.



쌓여가는 것을 풀어내는 방법, 그리고 지금의 위치를 자꾸 망각하고 뭔가에 끌려가는 여성들에게 주위를 돌아보게 하는 방법.

신달자님의 여자를 위한 인생 10강에 녹아있던 많은 지혜들이 하나둘씩 살아가면서 되살아날것같다.

그리고 "누군가"를 위한 삶을 살고 허무해진 모습을 발견하기보다 자신이 원하는 모습, 진짜 원하는 모습을 재발견하도록 자신을 위한 투자도 게을리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 역시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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