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기억하지 못할 것들에 대하여 - 외할아버지의 손자 키우기
정석희 지음 / 황소자리 / 2011년 7월
장바구니담기


외할아버지의 손자 키우기, 참으로 범상치 않은 책이다. 처음에는 할머니 없이 할아버지 혼자 아이들을 어떻게 키웠을까 걱정했는데, 걱정도 잠시 주 양육은 물론 외할머니가 도맡아 하시고, 외할아버지는 옆에서 돕는 역할이라 하셨지만, 그 넘치는 사랑만큼은 전혀 부족함이 없는 그런 내용이었다.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사실 우리 아버지 또한 첫 손주인 우리 아들을 너무나 예뻐하시고, 주양육자 못지않게 잘 돌봐주고 계셔서 아빠랑 같이 이 책을 읽으면 좋겠다 싶어 책을 집어들게 되었다.



하루도 안되서 뚝딱 다 읽으시고, 엄마와 이 책 이야기를 나누셨다 한다. 두분의 말씀을 직접 듣지는 못했지만, 책을 읽으며 부모님의 기분이 어떤 느낌이실지 충분히 알 것 만 같았다. 명목상으로는 내가 아이를 혼자 키우고 있다 하지만, 친정 집이 가까워 거의 매일 아기를 업고, 친정에 가다시피 했었다. 책 속 저자분처럼 우리 아빠도 정년 퇴직을 하셨기에 (아기가 태어나고 얼마 안되어) 집에 계실 시간이 많아 아빠와 내가 아이를 같이 볼 시간이 많았다. 나보다도 더 아이를 더 잘 봐주실 정도였는데도 7개월 정도에는 할머니, 엄마 품도 아닌 할아버지의 품 안에서만 아주 잠깐 눈을 붙이고 할아버지와만 눈을 맞추던 우리 아들이.. 좀더 클수록 할머니 어부바를 더 좋아하게 되고, 엄마를 더 찾기 시작했다. 자꾸 할아버지 보고 할머니, 엄마보다는 싫다는 내색을 하니, 우리 아이 보는 낙으로 하루하루가 가장 재미나다는 할아버지께서 얼마나 낙심하셨는지 모른다.



그러지 말라고 할아버지 뽀뽀해드리자고 해도, 아무래도 할아버지는 엄격하게 "수도 놀이하면 안된다. 깨끗이 정리해야지" 등의 말씀으로 지적을 하시는데 반해 할머니는 의견을 많이 들어주시는 편이고, 엄마는 24시간 껌딱지다 보니.. 할아버지 인기가 갈수록 떨어졌나보다. 그래서 예전엔 할아버지가 최고였는데..하시면서 과거의 아기 모습을 그리워하시는 모습에 코끝까지 찡해지고 말았다.



책 속 저자분도 정말 대단하시다.

갓난 아이 하나 돌보기도 힘든데 50일 차이의 두 외손자를 동시에 도맡아 보기로 하신 것이다. 작은 딸, 큰 딸, 모두 바빠 어느 한쪽만 봐줄 상황이 아니었다. 외할머니 또한 절대로 손자는 안 보겠다 말씀하셨다는데 막상 아이들이 태어나니 집안 전체가 어린이집 모드로 바뀌어 돌아가기 시작했다 한다. 게다가 두 분의 대처 자세 또한 정말 대단하시었다. 나이가 드니 아무래도 건강이 안좋아질 수밖에 없는데, 건강해야 아기를 볼수있다는 각오로 예전에 안 챙기던 영양제와 각종 몸보신 음식 등까지 꾸준히 섭렵하면서 아이 돌보기에 최선을 다했다는 것. 아기들이 진짜 어린이집에 가기전까지 거의 만 3년반이 넘는 시간을 집에서 돌보셨다니 정말 대단하신 부모님들이 아닐수없었다.



얼마나 힘든데..

자식 키우기도 힘들지만, 손주 키우는 것은 잘 키워도 보통, 못 키우면 (혹시나 다치거나 하면) 자식들 눈치 보여 더 힘들다는 그 손주 양육을 너무나 최선을 다해 해내신 모습. 사실 나 또한 거의 친정에 기대어 아기를 키우고 있다시피 해서 늘 민폐육아라며 죄송해하는 상황이기에..딸들의 죄송스러운 심정을 백분 이해할 수 있었다.



늘 퍼주고도 더 퍼주시려 하시는 부모님의 사랑. 엄마는 늘 가까이해 그 사랑을 실감했지만 무뚝뚝하셨던 아버지께서 100일전 아기 똥 기저귀를 직접 손빨래하시는 모습에 너무 놀랐던 것을 생각해보면.. 땅바닥에 등만 대도 바로 자지러지게 울며 깼던 아기를 재우시기 위해 몇시간이나 부동 자세로 아기를 안고 재우셨던 것을 생각해보면.. 아기에 대한 사랑, 그 근원적인 할아버지의 깊은 사랑에 다시한번 감복할 수 밖에 없었다.



책 속 부모님을 보면서 우리 부모님을 보는 듯 했다.

아기 키우는 것이 이리 어려운데.. 난 너무 늘 기대어 살아왔구나.

너무나 죄송한 일이었구나. 책속 딸들처럼 부모님 건강도 제대로 못 챙겨드렸는데..앞으로 좀더 잘해야겠다. 마음먹게 된 책이었다.



세상 모든 아기를 키우는 사람들이 보면 아이들 크는 모습에 하나하나 웃고 공감하게 될 그런 책. 너무나 가슴이 따스해지는 그런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