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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트레크 저택 살인 사건
쓰쓰이 야스타카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11년 7월
절판
정말 미묘한 느낌의 소설이었다.
우선 책을 읽기 전에 놀랐던 것이 중간 부분이 마치 공개되지 못할 잡지 부록마냥 봉인되어 있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절대 결말부터 읽어보지 말라고 한 것, 처음부터 읽어보되, 끝에 봉인편을 읽어보면 "반드시, 그 누구라도 처음부터 다시 읽을 수 밖에 없다!" 라는 띠지의 확고한 멘트가 나를 살짝 불편하게 만들면서도 동시에 기대감을 북돋웠다는 것.
어떤 내용일까?
로트레크라는 사람은 실존했던 유명한 화가로 열네살때 두 다리가 부러져 하반신이 짧은 난장이 형상으로 살아야하는 기구한 운명의 처지였다 한다. 이 책의 저자는 쓰쓰이 야스타카로 일본 사람이니 로트레크 저택이라는 이름만 듣고, 외국의 이야기를 쓴 것인가 생각했으나 저택의 주인이 로트레크의 작품 수집광이라 붙은 별칭일뿐 배경과 등장인물 모두 일본인들이 분명하다. 다만 로트레크라는 사람과 비슷한 상황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책 속 주인공인 시게키 또한 여덟살때 척추를 다쳐 영원히 불구의 몸으로 살아야하는 가혹한 운명을 지녔다.
시게키를 포함한 청년들이 바로 그 로트레크 저택으로 초대를 받는다. 저택에는 쓰리 버진스라 그들이 이름 붙인 세명의 아름다운 처녀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고, 아름다운 처녀들과 청년들의 멋진 만남으로 즐거운 여름 휴가가 진행될 것 같았으나, 갑작스러운 총성으로 시작된 처녀들의 의문의 죽음, 그렇게 세 처녀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가족들과 친구들 모두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독자가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던 범인은 바로 누구란 말인가?
책을 읽기전에 하도 확고한 단언을 읽고서, 두 눈 똥그랗게 뜨고서, 책을 두 번 읽지 않겠다라는 옹고집으로 (사람은 원래 반대급부와 같은 심리가있나보다. 당연히 이럴것이다 하면 이상한 반발감이 생긴다) 어디에 무슨 장치가 되어 있을까? 나름대로는 샅샅이 찾아가면서 책을 읽어나갔다. 사실 조금 미심쩍고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으나, 어떻게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기에 궁금증은 그냥 뭍어두고 그래도 정말 재미나게 책을 읽어내려갔다. 그리고 드디어 설레는, 나를 놀라게 할 봉인분을 뜯어낼 차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봉인분을 뜯었다. 그 다음 내용은.. 아, 이런 것이었나?
확실한게 있다면 로트레크 저택 살인사건에 장치된 트릭은 다시 쓰일 수 없다는 사실이다. 쓰쓰이 야스타카는 이 트릭을 창조했으며 독점해버렸다. 280p라는 해설처럼 다시 쓰이지 못할 독창적인 트릭, 아, 정말 기묘하다는 찬탄밖에 나오질 않는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해냈을까?
절대 되돌아보지 않겠다라 마음먹었던 나도, 얼른 다시 읽어볼 수 밖에 없었다. 그럴 수 밖에 없게 그는 정말 천재적인 장치를 해놓았다.
순수하게 책 속 재미를 느끼기 위해 마음의 준비를 하지 않고 읽다가도 텅~ 하고 놀라게 되고.. 나처럼 안 속아넘어갈테닷 하고 단단히 마음 먹고 읽다가도, 다시금, 아이코 속았다. 하게 되는 소설이 바로 이 책만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스포를 좋아하지만, 절대 스포를 할 수 없는 이 책, 일독하시는 분들을 위해 참고 또 참아야할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