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전 : 신분 사회를 비틀다 역사로 통하는 고전문학 3
김경란 지음, 김연정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11년 7월
장바구니담기


휴이넘의 고전 시리즈를 읽으면서, 너무나 유명한 고전이면서도 이렇게 자세히 번역되고, 또 쉽게 서술된 책을 읽어보는 것은 처음이 아닌가 싶었다.

토끼전과 심청전도 재미났는데, 3권인 춘향전 또한 재미나다. 춘향전의 경우에 꽤 많은 갈래 이야기들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우리가 간략하게 알고 있던 춘향전 이야기 외에도 이 책에 완판본으로 번역된 이야기 속에는 미처 예전엔 몰랐던 이야기들이 제법 많이 숨어 있어 새로이 알게되는 기쁨 또한 있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 처음 만나는 고전으로서 손색이 없는 것이 제대로 된 번역서기에 쉬우면서도 좀더 자세한 내용을 깊이있게 배울 수 있다는 점이 돋보이는 장점이었다.

춘향전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기억을 하고 있지만, 춘향이의 엄마 월매가 항상 희극화되어 비춰져서 춘향이처럼 아름다웠다거나 일찍이 기생을 접고, 성참판의 소실로 들어가 행복을 누렸다는 대목, 거기에 춘향이 월매 60에 낳은 아이였다, 변사또가 추남이 아니라 잘생겼다 등은 자세히 접해본 적 없는 이야기였다.


이몽룡이 16, 어린 나이에 (당시에는 어린 나이가 아니었을) 성춘향의 미모에 홀려서 당장 사위가 되겠다면서 약조를 하고 문지방 닳듯이 넘나든 이야기를 읽으며 이제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니, 그들의 만남이 참으로 철없이 느껴지기만 했다. 물론 아름다운 사랑이야기기는 했지만, 이도령의 부모가 반대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이야기였기에 나중에 한양으로 승진해서 올라가는 이도령 이야기에서 어머니가 불같이 반대하는 것은 당연했고, 어린 나이인 이도령이 그에 결별하자고 이야기한 것이 좀 당황스러웠을 따름이었다.


기억 속 춘향전에서는 사실 순종적인 열부상 춘향이의 모습만 떠오르곤 했는데, 책 속 춘향이는 일부종사하는 열녀가 맞으나 몽룡이 결별을 선언할까 했을땐 살림도 때려부수고, 미친듯 실신까지 하는 솔직한 심경을 모두 드러내는 모습이었다. 새로 해석된 이 고전 시리즈가 더욱 마음에 드는 것이 그 점이었다. 요약되지 않고, 자세히 서술된 주인공들에게서는 놀랍게도 현대인의 모습처럼 솔직하고 다양한 모습들이 있는 그대로 표출되어서 더욱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았던 것, 인물을 너무 평면적으로 한쪽으로만 치우쳐 그리려하는 것은 받아들이는 이들에게도 단조롭게만 느껴진다.


아버지는 양반이었으나 어머니가 기생, 첩 출신이었기에 춘향이까지 천한 신분이 되어 몽룡과의 혼인은 감히 꿈도 못 꾸고, 그의 첩이 되기를 소망하는 대목은 당시의 신분사회를 대변하는 대목이라 가슴아프기도 했다. 아무리 사랑해도 신분이 엄연히 달라 결혼할 수 없는 처지인 두 연인. 그들이 신분을 뛰어넘는 사랑 이야기는 조선 시대 후기 흔들리는 신분 사회의 신분 상승 욕구를 반영해낸 그런 작품이라 한다.



이 책의 장점 중 하나가 고전을 전체적으로 훑어서 이 책이 담고자 하는 주제와 큰 뜻을 책의 재미 외에도 따로 짚어준다는 점에 있었다. 그래서 왜 사람들이 이 고전을 즐기느냐, 요즘 사람들이 고전에서 얻을 수 있는 지혜는 무엇이 있겠는가? 하는 점 등을 주목해서 쓴 글이라는 것이다. 논술 등을 하기에도 적합하게 고전 파헤치기의 이야기가 아이들에게 책을 읽고 그 안에서 얻을 수 있는 큰 뜻을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어 유익한 책이라 더욱 마음에 들었다.




인당수가 정확히 어디냐를 두고 의견이 분분한 심청전의 배경과 달리 춘향전의 배경인 남원은 남원, 광한루 등 아예 지명까지 언급되어 있어서 실제 그 장소의 생생함으로 이야기를 뒷받침해주는데 더욱 신빙성을 부여해준다. 여러 춘향 이야기 중에 박색고개에 얽힌 이야기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이야기와 달리 춘향이가 너무 못생겨서 사또 자제가 돌아보질 않아 짝사랑에 그쳤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하니, 설화의 무궁무진함은 알면 알수록 재미난 구석이 많은 듯 하다.



또한 천한 신분이었던 춘향이와 양반 자제 이도령의 사랑에 빗대어 이루어지기 힘든 양반과 기생 사이의 실제 사랑 이야기가 소개되기도 했는데 퇴계 이황도 단양 기생과 시를 통해 마음을 주고 받았다는 것은 이 책을 통해 처음 만나는 이야기기도 했다.

유명한 고전이지만 다시 읽을 가치가 충분했던 이 시리즈, 읽을 수록 깊은 맛이 진하게 배어나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