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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비틀 Mariabeetle - 킬러들의 광시곡
이사카 고타로 지음, 이영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6월
구판절판

레이디버그, 레이디비틀, 무당벌레는 영어로 그렇게 불린다. 그 레이디는 마리아님을 가리킨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누구한테 들었는지는 기억나지않는다. 누군가가 귓가에 속삭여준 기억이 있는가하면, 도서관에서 펼친 책에 쓰여있었던 기억도 났다. ...마리아님의 일곱가지 슬픔을 등에 지고 날아간다. 그래서 무당벌레는 레이디비틀이라고 불린다. 554p
이사카 고타로라는 이름만으로 많은 팬층을 흥분하게 하는 일본의 작가, 나 또한 그의 이름만으로 이 책이 무척이나 설레고 기다려졌다.
신칸센에 모여든 킬러들, 그리고 그 안에 가장 위험한 악마의 화신 (의외로 그는 중학생이다. 사실 그게 더 끔찍할 수도)이 타고 있다. 읽는 내내 너무나 불편했던 것이 바로 그 왕자라는 별명을 가진 중학생의 잔인함에 대한 것이었다. 그것도 내가 가장 싫어하는, "어린 아이에 대한 괴롭힘"의 수위가 정도를 넘는다.
사건의 시작은 전직 킬러인 기무라가 자신의 사랑하는 6살 아들을 옥상에서 일부러 떨어뜨린 대상을 찾아 복수하기 위해 신칸센에 타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게 참 이상했다. 아니, 어째서 상대방은 그렇게 오픈된 공간에 떡하니 자신있게 타고 있는 것이었을까? 역시나 그 상황은 함정에 지나지 않았다. 약해보였던 그 중학생은 악의로 똘똘 뭉친, 정말 악마의 화신같은 존재였다. 킬러 출신이건, 킬러건 어른이고 아이고 자신이 원하는대로 못 주무를 사람이 없고, 사람 목숨 없애는 것쯤 재미나게 여기는 ,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될 그런 사람이었다.중학생이라는 설정이 가혹하게 느껴졌을 정도로.. 이름에 왕자라는 한자가 들어가 왕자로 불리는 그는 아이들을 조종해, 세상의 악마로 군림을 한다.
나 또한 아이 엄마로써, 얼마전 아무 잘못 없는 지나가는 어린 아이를 하이킥으로 날린 여중생들의 즐거워하는 동영상에 엄청나게 분노한 적이 있었다. 일본도 아니고, 우리나라에서 일어났던 일, 지나가던 아이에 대한 테러는 그 일 하나로 그친게 아니었다. (뉴스에는 종종 그런 말도안되는 사건들이 등장했다) 단지 즐거움을 위해서 동년배도 아니고, 너무나 어린 아이들에게 대해 조롱거리로 장난을 일삼던 그 여학생들, 자신보다 훨씬 더 센 힘을 가진 어른에 의해 무차별 폭력이 가해진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기무라처럼 복수란 좋은 생각이 아니었지만, 왕자와 같은 악마에게 세상의 법으로 공정히 다스려짐이 옳지 않듯, 그때 그 단순 유희를 위해 아이들에게 테러를 가한 학생들에게 관대한 처분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다.사람 죽인 것도 아니고, 그냥 발로 차 넘어뜨려, 이빨 몇개 부러뜨린건데? 하는 사람들이 과연 있을까 싶다만. 그 아이들이 나중에 커서 엄마가 된다면? 자신의 아이가 밖에 나가 그런 일을 겪을때, 괜찮아, 세상 살다보면 그런일도 있는거지? 소리가 과연 나올까 싶었다. 아, 다른 사람일에 너무 흥분해버렸나? 아뭏든 아무 힘 없는 어린 아이들을 농락하고 괴롭히는 사람들, 게다가 정말 순수하게 즐거움만으로 어린 유아에게 전기충격기를 대보고 싶어하고, 죽일 생각으로 옥상에서 떨어뜨린 "왕자'를 보면서 끝없이 분노했다. 나를 흥분하게 하는 스위치는 아주 단순했다. 어쩌면 세상 모든 엄마들을 분노하게 할 스위치일수도 있을것이다.
하고 싶은대로 마음껏 하는, 세상의 행운은 모조리 나에게 따라준다는 대단한 착각속에 빠졌던 소년, 그에게는 어울리는 결말이 펼쳐진다. 아주 속시원히 말이다. 그 끝을 보지않으면 불편할 독자들을 위해 작가는 간접적인 장치로 살짝 소개를 해주기도 하였다.
전직 킬러, 그리고 지금의 킬러, 여러 상황이 한데 모여 아무도 예측하기 힘든 상황으로 사건이 진행되는 가운데, 어른들 틈바구니에 끼여 기 한편 펴기 힘들것같던 아이가 머리를 요리조리 써가며 다른 사람들을 농락하는 장면은 예상하기 힘든 상황인것은 분명했다. 사람들의 허를 찌르는 생각과 사건들, 착한 모범생같은 목소리와 행동으로 어른들을 쉽게 속여가면서 즐거워하는 그런 모습.
아이에 대한 복수로 신칸센에 탔다가, 결국 아이의 목숨을 위협받고 손쉽게 왕자에게 제압당하고 조종당하는 기무라, 어릴적 우연히 사람을 죽게 만든 이후로 인생의재미를 이상한데서 느끼게 된 악마의 화신 왕자, 왕자와 반대로 하루종일 불운 투성이인데다가, 트렁크 들고 다음역에서 내리는 일도 못해내는 나나오(하도 엉성해 그가 제일 불안했는데..), 이름만 비슷한게 아니라 쌍둥이처럼 여겨지는 현직 최고의 킬러라 불리는 밀감과 레몬 (성격과 혈액형도 정 반대, 그럼에도 그들은 참 잘어울리는 한쌍의 킬러다) 그들이 트렁크 하나를 사이에 두고 200km로 질주하는 신칸센 내에서 피말리는 접전을 펼친다.
그래스 호퍼를 읽은 사람들에게는 더욱 반가울, 속편격인 책이었다. 미처 그 책을 읽지 못해 예전 책의 등장인물들이 다시 등장하는 잔재미를 느끼지 못했지만, 같이 읽어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반가워했다. 사실 나라도 예전 책에서 만난 등장인물이 다른 책에 등장하면, 마치 아는 사람을 만난듯한 반가움을 느꼈을테니 그래스호퍼의 내용이 무척 궁금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