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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 대한민국 365일 사진여행
조계준 지음, 황중기 사진 / 성안당 / 2011년 7월
어릴 적부터 유난히 현실적이었던 나는 물놀이를 하지 않는 바다는 갈 필요조차 없다 생각했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물놀이를 하지 않아도 바라만 봐도 좋은 그런 바다 여행을 즐기고 있다. 바다 뿐 아니라 여행 자체도 마찬가지다. 직접 다녀야 제대로 된 묘미를 느낄 수 있는 여행이, 사실은 시간과 금전적 제약으로 마음먹은대로 항상 여행만 다니며 살기엔 어려움이 많이 따른다. 그럴때 여행 관련 책들, 에세이, 가이드북 등의 다양한 책들을 통해 마치 내가 여행을 간 듯한 느낌을 어느 정도는 대리만족으로 채울 수 있다. 예전엔 떠나지 못하는 여행, 남들이 다녀온 여행, 배만 아프지 싶었던 내가, 어릴적 들어가지않은 바다를 지금은 사랑하듯, 책 또한 여행책을 통해 가보지 못한, 아니 언제 가게 될지 모를 그 수많은 곳들을 대신 만나며 즐거움을 누리는 일에 기꺼이 뛰어들고 있다.
특히나 여행책의 묘미는 뛰어난 풍광이나 볼거리를 재현해내는 사진에 있다. 여행에세이를 읽을 적에도 사진에 큰 기대를 하게 되는데, 순전히 글로만 거의 빼곡한 여행책을 받아들면 약간은 아쉬운 마음마저 든다. 여행책을 통해 여행지를 선택할 적에도 열마디 글보다, 하나의 뛰어난 사진이 여행지를 정하게 할 수도 있다. 그만큼 사진의 힘은 강력하다.
얼마전 읽은 춘우의 아름다운 우리나라 라는 책에서 정말 사진집을 보는 듯한 우리나라 풍경의 아름다움에 그대로 빠져들었다면, 사진의 비중이 워낙 커서 여행지 소개는 좀 많이 약화된게 아쉽기는 했다. 이 책은 두 사진 작가가 쓴 책으로, 사진 뿐 아니라 여행 시기, 숙소, 맛집, 주변 관광명소, 축제, 교통 지도 등 여행지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해줄 여행책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게다가 더 마음에 들었던 점은 수도권 위주의 여행지 소개가 아니라 전국 여러 곳에 펼쳐진 여행지들 중에 내 고장에서 가까이 갈만한 곳들이 제법 많이 소개되어 실제 여행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았다는 점이었다. 눈으로도 즐겁고, 실제 여행 계획 수립에도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책.
목차를 보면, 매 달 가볼만한 여행 추천지대로 소개가 되어 있어, 매달 여행 계획을 수립할때 참고하기 좋게 짜여있다.
7월의 추천지로 나온 대천 해수욕장은 때마침 적절하게 잘 다녀왔고, 8월의 여행 추천지는 태안반도, 비응도와 새만금 간척지, 태백 고원 생태 식물원, 영덕 풍력발전단지였다. 8월의 여행을 제주도와 부산으로 계획하고 있어 책의 일정과는 좀 엇갈리게 되었지만, 책을 읽기전부터 계획했던일정이라 우선은 그냥 진행하려 한다.
10월에 너무나 아름답다는 대둔산 도립공원의 단풍은 사실 며칠전에 다녀왔다. 여름이라 단풍은 못 봤지만 말이다. 친정오빠 휴가에 맞춰 가까운 어딘가로 드라이브를 가자고 나섰다가 대둔산 케이블카나 타자 하고 떠났는데, 아기가 아직 어려 케이블카에서 내려 구름다리등을 건너 정상까지 올라갈 수는 없었고, 말 그대로 케이블카만 타고 갔다 매점에서 잠시 휴식 후 다시 내려왔다. 잠깐의 휴식 동안 아이스크림을 먹은 기억이 무척이나 행복했는지 아기가 며칠째 계속 케이블카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어서 (사실은 너 대둔산 케이블카 두번째란다. 생후 8개월에 낮밤이 일주일째 바뀌어서, 죽을 고생을 하다가 그때도 외삼촌과 엄마가 널 데리고 케이블카 타러 가서, 계속 낮에 재우지 않고 강행군을 하니, 너무 피곤했던 나머지 그때 이후로는 밤에 잘 자더구나. 라고 이야길 해주고 싶었지만 아직은 어려 말해줘도 이해하긴 힘들것같았다.) 다시금 또 가봐야지 싶은 곳이다. 단풍이 멋지다니 가을에 또 가게 되면 좋을 것 같다.
사진을 찍으며 전국의 아름다운 명소들을 훑고 다닌 끝에 멋진 사진들과 함께 이렇게 남들 앞에 소개할 수 있는 여행집까지 낼 수 있는 작가들의 능력이 참으로 부러웠다. 아주 가까운 곳이면서도, 그리고 최근 몇년간 신랑의 직장이 있던 곳이라 자주 놀러갔던 옥천에서 보고 온것은 봄철에 피는 벚꽃이 전부였는데, 대한민국 지도 모양의 지형이 있는 멋드러진 곳이 바로 옥천이라는 사실은 이 책에도 소개가 되지만, 최근 읽은 여러 책에서 접한 정보라 가까운 시일내에 가봐야겠다 마음 먹게 되는 여행지였다. 그곳에 갈적마다 즐겨 찾는 별미 올갱이의 올갱이 국밥도 맛집으로 소개되어 있어서 내가 가본 맛집이 소개가 되어 있는 걸 보며 맛집 정통성에 믿음도 쌓이는 것 같았다. 그냥 그냥 식당을 올렸다기 보다 제대로 된 맛집도 같이 끼여있으니 말이다.
대학 동기의 고향이라 다녀왔던 봉평도 다시 만나 반가운 여행지였다. 비록 소금처럼 하얗게 펼쳐진 흐드러진 메밀꽃밭은 보지 못하고 왔지만 이효석 생가에서 마셨던 메밀커피와 정취는 아직도 잊을 수없는 여운으로 남아있다. 친구들과의 모처럼만의 여행이라 더 멋지기도 했고 말이다. 대부분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아 이제는 언제 다시 모여 여행을 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가능하다면 또 가보고 싶은 곳이 바로 봉평이었다.
가본 곳, 가보지 못한 곳, 33곳의 여행지 속에는 참 많은 이야기와 추억을 끼워가며 읽을 수 있는 여유가 있었다.
보고 또 볼수록, 같은 풍경을 봐도 이런 색감으로 멋드러지게 사진을 찍어낸다는 것은 손떨림이 심한 나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적어도 그 어느 곳엔가는 나도 다녀왔고, 또 가보지 못한 곳들은 다음에 가봐야지 하고 마음먹게 하는 힘이 있는 책이라 즐거운 마음으로 마지막 책장을 덮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