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청전 : 효의 길을 묻다 역사로 통하는 고전문학 2
이민아.박선희 지음, 조예정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11년 7월
장바구니담기


불쌍하기도 해라 우리 아가. 네가 좀 더 일찍 태어났거나 내가 좀더 오래 살거나 했으면 이렇게 서럽지는 않을텐데, 어쩌다 너를 낳자마자 병이 들어 헤어지게 되었단 말이냐? 아이고, 불쌍한 것. 내 마지막 젖이라도 먹고 건강하게 자라거라.
곽씨부인은 눈물을 주르륵 흘리고 가쁜 숨을 몰아쉬다 이 말을 마지막으로 숨을 거두고 말았다. 32p



워낙 유명한 심청전은 짧은 아이들 동화책부터 시작해서, 교과서에도 여럿 실리고 하도 많이 들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대부분 그 내용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그런 고전 중의 고전이다. 이 책을 다시 읽으며 내가 눈물까지 흘리게 될 줄은 미처 몰랐다. 대부분의 이야기가 다 낯이 익음에도 불구하고 판각본의 완판본을 기본으로 삼고 어려운 문체는 쉽게 풀어낸 책이어서 아이들이 쉽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그 깊이 있는 내용은 예전에 읽었던 여느 심청전의 내용보다도 훨씬 훌륭했다.


특히 생략되기 쉬웠던 심청이의 엄마 곽씨부인의 이야기가 나오는 대목에서는 나 또한 아기를 낳아 키우는 엄마가 되고 보니, 마흔 넘어 낳은 너무 귀한 아기를 두고 젖도 제대로 못 물리고 세상을 떠나야 하는 그 마음이 얼마나 애닲았을까 싶어 눈물이 주르륵 흐르고 말았다. 청이라는 이름이 눈망울 청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고, 아버지가 일을 할 수 없는 맹인이라 아이와 부인이 얼마나 고생을 했을지 절절히 나오는 대목이 많아 더욱 가슴이 아팠다.



사실 책 사이사이 나오는 예전의 배경에 대한 설명들을 읽어보면, 처음부터 맹인이 홀대를 받은 것은 아니라 한다. 맹인이어도 다양한 일을 할 수 있었고, 맹인이 홀대를 받기 시작한 것은 조선시대 후기 성리학의 영향이었다 한다. 효를 중시하는 것은 좋으나 자식의 목숨까지 바쳐가며 효를 맹세해야 했던 효 중심의 이야기, 이 속에는 진정한 효가 무엇인지 아비의 가슴을 뚫는 그 효가 무슨 가치가 있을 것이냐에 대한 현대적인 비판도 서슴없이 드러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많이 우리나라의 효 사상이 많이 약화되어 부모에게 천륜을 거스르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나 불효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고전이기도 하다.



닭아 닭아 울지 마라

제발 울지 마라

날이 새면 나 죽는다.

나 죽는 거야 슬프지 않지만

앞 못 보는 우리 아버지는 이제 누구에게 의지하며 사실까?

홀로 계실 아버지를 어찌 두고 떠날까?

닭아 닭아 울지 마라

제발 울지 마라 68.69p



교과서인지, 문제집에서인지, 분명 이 대목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나 죽기는 섧지 않으나 눈먼 아비를 걱정하는 절절한 청이의 걱정과 슬픔이 드러나는 글.

예전에 완판본을 읽기전에는 알 수 없었던 간략화된 심청전에 대한 궁금증도 이 책을 통해 대부분 해결이 되었다.



"기왕 주시는 김에 신이라도 한 켤레 주시면 좋겠습니다."

심 봉사의 너스레에 태수는 신도 마련해주었다.

"봇짐도 잃어버려 담뱃대도 없소이다."

태수는 기가 막혀 물었다.

"대체 그걸 나보고 어쩌란 말이냐?"

그러자 심봉사는 기왕 이렇게 된 김에 체면이고 뭐고 없다 싶어 또 요구했다.

"담뱃대만 있으면 뭐 합니까? 담배도 한대 맛보면 좋을텐데.."

"그 놈 참 웃기는 놈일세"

태수는 어이가없었지만 오죽하면 저럴까 싶어 담배까지 주고 길을 떠났다. 126.127p


심청전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너무 어려서 아직 읽어보지 않은 아이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글을 아는 아이들서부터 앞으로 몇십번 이상을 반복해 듣게 될 이야기이다. 그래서 다시 줄거리를 언급할 필요는 없지만, 심봉사, 심청이의 아버지의 너스레는 정말 다시 읽어도 참 얄미울 수 밖에 없었다. 딸아이를 그렇게 보내고도 뺑덕어미와 살림을 차리는가 하면, 옷을 잃고 맹인잔치에 올라가는 형편에 지나가는 태수에게 필수품이 아닌 기호품까지 챙겨달라는 뻔뻔함을 보인다. 태수의 어이없음도 글 속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었다.



완판본이 이래서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략되지 않은 글들의 소중함, 대부분의 큰 줄거리를 훑어낸다고 해도 생략된 이야기 속의 궁금증이 글 어딘가에 남겨져 언제나 찜찜함을 주곤 했는데, 이번 심청전으로 인해 그 궁금증이 묵은 체증 내려가듯 깨끗이 내려가 너무나 시원한 기분이 들었다.



다시 읽어도,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도 무릎을 치게 만드는 책 심청전, 부모님 뿐 아니라 노인 공경 의식도 아주 희박해지고 있는 요즘의 씁쓸한 현실을 되돌아보며 (전철 등에서 노인에게 함부로 대하는 젊은이들의 이야기에 씁쓸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었지만) 고전을 아이들 뿐 아니라어른들도 다시 읽는 계기가 마련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