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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미모자를 그렸나 - 손미나의 로드 무비 fiction
손미나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7월
구판절판

다양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을 보면 참으로 부럽다. 아나운서로서도 상당히 명성을 쌓았던 손미나님이 돌연 아나운서를 사퇴하고 책을 내기 시작했다 들었을때는 그 책을 읽기 전이라, 여행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쓰고 싶어하는 여행 에세이라 쉽게 도전했던게 아닌가 생각을 했다. 그분의 책을 읽고는 싶었으나 여태 읽어보지 못했고, 먼저 읽어본 사람들에 따르면 여행에세이 또한 참으로 재미나게 쓰는 분이라고, 그래서 그녀가 소설을 내놨을때 어떤 느낌일지 더욱 기대가 된다는 이야길 들었다. 아나운서, 공인이라 생각했기에 글솜씨까지 탁월할줄은 몰랐던 그녀.
그녀는 고려대 서어서문학과 출신이다. 전공이 탄탄하게 받쳐줘서인지 그녀의 소설은 다소 멋스러우면서도 데뷔작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탄탄한 솜씨로 배경부터 상세히 묘사되기 시작한다. 멋있게 쓰기 위해 억지로 지어내는 글과 실제로 멋을 알고 쓰는 글은 분명 다르다. 책을 좋아하지만, 나 자신이 책을 쓸 용기는 없는 것은 바로 그런 기본적인 것이 부족하게 느껴져서이다. 자신의 에세이도 아닌 소설이라는 전혀 새로운 그런 것을 쓰는 것은 글쓰는 사람들에게는 어쩌면 궁극적인 그런 목표와도 같을 텐데, 공인, 연예인과 같은 독자들의 선입견을 이 책 한권으로 가볍게 날려버리면서 그녀의 아름다운 연애소설은 시작되었다.
네 남녀의 사랑, 한국 여자 두명과 프랑스 남자 두명의 사랑이야기.
첫 시작은 국내 최고 그룹 CEO의 딸이자, 대학교수기도 했던 최정희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녀의 인생에 대한 책을 쓰려다보니, 그녀가 열정적으로 사랑했다는 프랑스 남자 테오의 이야기가 부족하다면서 테오를 만나 최정희의 알려지지 않은 스캔들에 대해 밝혀오라는 것이 또다른 여주인공 장미가 프랑스로 보내진 이유였다.
장미, 그녀는 또다른 한국인 여성이다. 자신의 책을 쓰고 싶었지만, 김선배의 꼬임에 넘어가 대필 작가의 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번에도 역시 최정희의 대필 작품을 써야하는 자신의 신세가 못내 처량하다. (대필 작가의 이야기는 여러 책을 통해 만나게 되었는데, 꽤 문제가 심각한 모양이다. 수많은 연예인들, CEO의 책들을 읽으며 대필은 생각도 못하고, 그저 그들의 이야기를 누군가 편집 정도는 해주겠지 했지만 다들 매끄럽게 너무나 글을 잘 써서 놀라워했었는데, 그게 알려지지않은 대필 작가의 솜씨라는 글을 접하고 얼마나 실망감이 컸던지..) 장미가 테오와 레아 (최정희)에 대한 정보가 가득 든 여행가방을 들고 프랑스로 떠났다가, 프랑스 의사 로베르의 가방과 바뀌어 그와 우연으로 만났으나 운명적인 사랑을 하게 되는, 테오와 레오의 사랑 못지 않은 또 다른 이국적인 사랑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책에서는 장미와 테오의 시선으로 (처음에는 목차만 보고 장미와 테오의 사랑이야기인줄 알았다. 마치 냉정과 열정 사이의 준세이와 아오이의 이야기가 교차로 진행되는 것처럼 말이다) 이야기가 교차적으로 진행이 된다. 처음 쓰는 소설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의 신선한 시도를 한 것이 돋보였고, 교차적인 그들의 시선을 통해 이야기가 진행이 되다가 장미와 테오의 이야기가 한데 묶여 진행되는 것까지, 책을 읽는 내내 손미나 작가의 (아, 이제는 아주 자연스럽게 작가라는 말이 흘러 나온다. 그녀는 정말 천상 작가였다.) 능수능란한 기교 속으로 빠져들 수 밖에 없었다.
조각같은 외모에 순수한 영혼을 간직한, 미술 공부를 따로 하지는 않았어도 미술작품을 대할때는 어린아이와도 같은 순수함으로 제3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었던 테오와 대기업 총수의 딸이지만, 부로 도배된 삶보다 운명과도 같은 사랑을 받아들이는데 더욱 충실했던 그녀 레아와의 사랑, 그들의 사랑이 레아의 아버지 덕에 순탄치 않을거라 생각은 했지만, 레아의 돌연 교통사는 지나친 비극이기는 했다.
결말 부분이 더욱 마음에 들었던 소설, 많은 이야기를 할 수는 없지만, 읽다보면 중반부에서 결말을 조금은 짐작케도 되었지만, 그래도 너무나 마음에 드는 결말이었다. 난 이런 결말이 좋으니까..
이 여잔 소설가가 될수밖에 없는 영혼이다라고 손미나작가를 평한 김탁환 (밀림무정의 작가)작가님의 평이 인상깊었는데, 전 공인 출신 소설가에게는 너무 후한 평이 아닐까 싶었는데, 책을 다 덮고, 새로운 손 작가님의 신작을 기대하는 나를 보면서 김탁환님의 평이 후한것만은 아님을 깨달았다.
달콤한 꽃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히는 것 같은, 아름다운 네 연인의 이야기.
여주인공들이 한국인이기에 막연한 로맨스에 대한 환상을 품어 주게 될 수도 있겠지만, 싱글인 여성들이 읽으면 분명 봄레 미모자와 파리에 가고픈 강한 유혹을, 그곳에서 마치 운명과도 같은 연인을 단박에 만날것같은 그런 기대감을 심어줄 그런 소설이 아니었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