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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꼭 안아 주세요 ㅣ 마음똑똑 (책콩 그림책) 12
천미나 옮김, 프레야 블랙우드 그림, 닉 블랜드 글 / 책과콩나무 / 2011년 7월
절판

요즘 34개월의 우리 아기, 아기 사춘기가 온 건지 짜증도 잘 부리고, 고집도 제법 많이 늘었다. 더워서 그랬는지 컨디션이 예전같지 않아 특히 엄마인 나를 자꾸 깨물고 (한때는 양 팔에 멍자국이 너무 많아, 부황도 아닌것이 마치 매맞는 아내처럼 보이게 만들어 외출할때마다 신경쓰이기도했다.) 밀고 때리는 등, 순둥이 우리 아기로써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그런 일들을 하기 시작했다. 너무 놀라 예전처럼 말로 조곤조곤 타이르지 못하고, 엄마인 나도 참다참다 나중에는 같이 소리지르고, 혼내고 엉덩이도 팡 때리는 등 과격한 훈육이 시작되었다.
안 그러다가 자꾸 아이에게 화를 내니, 아이 또한 자다가 놀라 울면서 깨는 등, 자꾸만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 같아 무척 힘들었던 몇주간이었다. 그러다 이러면 안되겠다 싶어서 마음을 추스리고 아이에게 덜 소리지르고, 아이와 좀더 놀아주려 노력하니 아이도 다시 예전 모습을 조금씩 찾는듯했다. 초등학교 선생님인 동생 또한, 언니가 너무 혼내는 것보다 말귀알아들을 나이가 되었으니 말로 타이르는게 오히려 빠른 것 같다, 또 아기가 언니를 더 찾는데 언니와 더 놀고 싶어서 그랬던 것 같다 라는 말에 얼마나 후회가 되었는지 모른다. 그렇게 반성하고도 여전히 엄마의 일상에 빠져들어 아이와 온몸으로 놀아주길 소홀히 하는걸 보며 철든 엄마가 되려면 참으로 멀었다란 생각이 든다.
한참 그런 생각이 들었을때 이 책을 읽고 코끝까지 찡해졌다.
스킨쉽, 특히 내 아기를 안고 뽀뽀하는 것을 너무너무 좋아하는 나였지만 요즘은 아이가 자꾸 때리고 꼬집는게 얄미워 잘때도 등 돌리고 자고, 아이를 바로잡겠다면서 너무 어린 아기에게 무리한 시도를 많이 했는데, 다시금 온통 사랑으로 포옹하는 이 책을 보자, 너무나 가슴이 아파왔기 때문이었다.
이 책의 작가 닉 블랜드의 이름이 낯익다 싶었더니 짜증난 곰을 달래는 법이라는 책을 쓴 저자였다. 그 책 역시 무척이나 재미나게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이 책에서는 포옹이라는 것을 주고 받는 것으로, 그리고 그 속에서 더욱 큰 사랑이 샘솟는 멋진 것으로 그려내고 있다.
"엄마, 잠자러 가기 전에 한 번만 안아주세요."
"이런, 어쩌지. 다 해주고 포옹이 딱 하나밖에 안남았는데."
"그럼 잠깐만 빌려주면 안돼요? 꼭 돌려드릴게요. 약속해요."
루시가 엄마에게 졸랐어요.
아, 루시와 엄마의 대화가 심상치 않았다. 아니, 포옹이라면 한도끝도 없이 해도 모자람없는 것을 왜 이리 인색하게 굴까 싶었는데 다 읽고 나니 엄마만의 재치가 아니었나 싶다. 루시 또한 소중한 엄마의 포옹을 소중한 이들과 공유하면서 행복감에 빠져들게 되었다.
아빠, 쌍둥이 오빠 (특히 쌍둥이 오빠는 루시가 포옹하자고 하자 됐거든 우웩 하는 격렬하고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한창 그때쯤의 장난꾸러기 남자들이라면 여동생과의 포옹에 그런 반응을 보일 법했다. 그장면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지기도 했지만 말이다.
루시의 소중한 가족들 하나하나를 둘러보고, 그들의 일상까지도 소소히 보여주는 책, 그러면서 다시 잠자리에 드는 루시의 모습으로 돌아오면서 포옹이 얼마나 기분좋은 것인지 다시금 깨닫게 해주는 책이었다.
다시 예전의 아기로 돌아오고 있는 우리 아들, 때리는것, 깨무는것도 많이 줄어들었지만, 포옹과 뽀뽀는 유난히 많이 늘었다. 예전에 내가 엄청나게 퍼부어주던 참을수없을만큼 넘치던 뽀뽀를 이제는 아기가 내게 해주고 있다. (나는 입병이 심하게 나서 아이에게 뽀뽀를 자제하고 있는 중이었다.) 아이의 열렬한 뽀뽀를 받으면 너무나 행복해져서,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든다. 그래 잠투정하고, 짜증내고 깨물기 신공을 발휘해도 우리 왕자님이 최고라는 사실은 내게는 불변의 진리이니까.
내일은 더욱 더 사랑스럽게 안아줘야겠다.
세상 사람들 이 책 속가족처럼 행복하게 안아주라고 아기에게도 수시로 읽어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