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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농구 코트 ㅣ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18
칼 듀커 지음, 황윤영 옮김 / 보물창고 / 2011년 8월
절판

사춘기 아이들과 부모와의 갈등을 제대로 그려낸 소설인 악마의 농구 코트.
요람에서부터 스탠퍼드 대학원까지 아주 쉽게 전과목 A의 신화를 자랑한, 세계적인 과학자이자 유명대학 교수인 아버지를 둔 조는 자신의 평범함이 아버지의 비범함에 비해 상대적으로 너무나 초라하게 느껴져 자꾸만 위축이 된다. 부모는 자식에게서 거울과 같은 모습을 보기를 원하고, 그런 기대가 조에게는 너무 큰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 학문과 신체적 활동, 건강한 몸 거의 모든 것에서 완벽을 자랑하는 아버지가 유일하게 조보다 잘 못하는 것이 바로 농구였다. 조는 농구에서 탁월한 재능을 보이고, 농구를 보다 더 열심히 하고 싶지만, 공부를 더 잘해내기를 바라는 부모님의 뜻과 자꾸 충돌할 따름이다.
부모님이 걸어온 사립학교의 길, 조 또한 사립학교만 내리 다녔지만, 농구에는 관심 없고, 공부만 강권하는 분위기가 조에게는 영 마뜩찮다. 아버지의 대학 교수 이직을 계기로, 전학을 오게 된 조는 공립학교로 전학을 해 농구선수로써의 꿈을 펼칠 계획을 세우지만, 결국에는 아버지의 뜻대로 또 사립학교에 들어가고 말았다.
한창 공부할 나이인 고3에 농구에 듬뿍 빠져든 아들이 걱정스러운 부모님과 달리 조는 조대로 자신의 학창시절을 농구와 함께 불태우고픈 욕심을 저버릴 수가 없다. 게다가 동네에서 새로 사귄 친구 로스는 다소 불량스러운 면도 있지만 농구에 있어서는 천재적인 재능을 갖고 있었고, 조의 농구 재능을 인정해 자신과 함께 공립학교에서 최고의 농구시합을 펼치자며 유혹을 한다. 부모들이 보기엔 영 마음에 들지 않는 로스, 그리고 조와 로스의 눈에는 차지 않지만, 부모, 또 어른들의 눈에는 올곧은 성품으로 비춰지는 이웃 소년 존. 부모가 원치 않는 행동만 자꾸 하는 삐딱선의 대명사 조, 정말 말썽쟁이 사춘기 소년의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는 캐릭터였다.
아직 아기가 어려, 나 또한 사춘기 시절이 아주 멀게만 느껴지는 것은 아닌데, 조의 입장 보다는 이제는 조의 부모 입장에서 글을 바라보게 되었으니 벌써 그런 위치가 되었나 싶은 묘한 기분도 들었다. 사실 조의 반항심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 내 학창시절이 존과 비슷해 일반 학생들이 보기엔 좀 따분할 수도 있었을 그런 생활들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지금 내가 걱정을 하는 것은, 내 아이가 사춘기가 되었을때 나의 사춘기를 되돌아보며 아이를 이해하고자 노력하고 싶지만, 내가 지극히보수적인 성격이라 아이를 많이 옥죄지는 않을까 싶은 우려가 들고 있다는 것이다. 3살,5살밖에 차이 나지 않는 사촌동생들에게조차, 대학생때 내가 해준 조언들이 씨가 먹히지 않아 (지방에서 평범?얌전히 자란 나와 서울에서 누릴거 다 누리고 개방적으로 자란 동생들과는 많은 가치관의 차이가 존재했다.) 곤란했던 경험을 되돌아보면서 말이다.
조 또한 아버지에 대한 기본적인 반항심리가 뿌리깊게 박혀 있어, 아버지를 곤경에 처하게 하는 그런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스스로 농구를 너무나 잘하고 싶었으나, 전학간 사립학교 농구팀에서 비로소 자신의 한계를 느끼고 슬럼프에 빠지기 시작한 조가 어느 낡은 체육관에서 묘한 경험을 하게 되면서 자신도 모르게 파우스트 박사와 같은 악마와의 계약을 스스로 하게 된다는 것이 재미에 박차를 가하게 되는 부분이었다.
실제로 악마와의 계약이 존재했느냐는 읽는 독자들마다 느끼는 견해가 다를것이다. 유치하게 악마가 짜잔 하고 등장하지는 않았고, 조가 그런 기분을, 그런 놀라운 상황을 경험했음을 암시하고 있을 따름이다. 그는 스무게임이 넘는 농구 시합의 승패에 자신의 영혼을 거는 무모함을 보인다. 농구선수들이 미신을 잘 믿는다라는 부분도 있지만, 공부만 하는 학생들조차 때로는 외곬수처럼 한 곳에 너무 빠져서, 실제 존재할거라 믿지 않는 악마의 허상에 대해서 (머리로는 믿더라도 직접 보지는 않았기에 말이다) 너무 손쉽게 그런 무책임한 약속을 해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무지 중요한 시합, 시험 등을 앞두고 아무나 붙잡고 빌고 싶은 마음, 하지만, 영혼을 걸다니, 참으로 무서운 십대였다.
책에는 조가 읽고 느끼는 파우스투스 박사의 악마와의 계약에 대한부분이나 스크루지의 회개 등에 대해서도 잘 설명이 되어 있다. 파우스투스 박사를 읽어보진 않았지만 대략 내용만 알고 있다가, 그가 마지막에 회개를 할 수 있었음에도 하지 않았다라는 대목을 접하고는 다른 학생들과 같이 정말 이해가 되지 않기도 했다. 하지만, 그에 대해서도 선생님의 답변 등을 통해 자세히 설명을 해준다. 책 속의 책을 제대로 이해하는 느낌이었달까?
스스로와의 약속이었지만 놀랍게도 그 이후로 조는 승승장구하게 된다. 아주 손쉽게 이겨버리는 게임이 아니라, 정말 막상막하나 아주 간발의 차이로 농구 경기를 승리로 이끄는 주역으로 자리잡게 된다. 조의 농구선수로서의 성공, 그리고 학업 성적에서도 올 A를 기록하는 등 부모님을 놀라게 하는 조. 악마와 그의 계약은 어떻게 될 것인가. 자꾸만 결말로 갈수록 내가 다 불안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댓가 없는 행복은 없을 것이기에..자신의 노력이 아닌 요행을 바라는 무엇은 정말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악마의 농구코트. 사춘기 청소년들도 재미나게 읽겠지만 그들의 부모 또한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그런 책이었다.
운동을 싫어해 재미없을 줄 알았는데, 조가 게임 하나하나에서 놀랍게 이겨나가는 장면은 꽤나 스릴 넘쳤고, 후반으로 갈수록 사건이 어떻게 전개되어 나갈지 더욱 긴장감이 높아져 꽤나 몰입도가 높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