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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밖으로 달리다 ㅣ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16
마거릿 피터슨 해딕스 지음,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11년 7월
절판

시간여행이라는 주제는 영화, 책 어디에서 만나도 언제나 재미난 소재이다. 어렸을적에는 무척이나 신선했는데, 이제는 정말 많은 작품이 나와서 정말 이미 시간여행이 우리 모르게 진행되고 있는건 아닐까 생각이 될 정도로 시간여행이라는 소재는 많이 대중화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여행에 대한 소재는 여전히 사람들을 끌어당기고, 나 또한 그런 골수팬 중 한 사람이다. 수많은 시간 여행들, 미래에서 온 여행도 인상 깊지만, 과거로의 여행도 마찬가지로 재미나다. 시간여행에 대한 많은 소재를 접했지만, 이번 책은 그야말로 독특했다.
시간여행이라는 소재를 재치있게 비틀어 독자들이 긴장감을 잃지 않고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라는 북리스트의 평처럼 말이다.
의사선생님은 초크베리로 습포를 만들어 하루 세 번 목에 문지르는 처방을 내고,이상한 점은 초크베리 습포보다 잘 들었던 알약 (그건 그냥 민간요법이라는)을 어느땐가부터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아플때 의사가 아닌 조산사인 제시의 엄마를 찾는다. 제시는 어른들의 속닥거림과 귀신들린 나무에서 봤던 이상한 나무 상자 등 이해할 수 없는 어른들의 비밀 세계를 궁금해하면서도 절대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평범한 소녀이다. 마을 아이들이 아파 엄마가 며칠째 밤마다 치료하느라 힘들었던 날, 제시는 평소와 다른 엄마의 행동에 놀라게 되었다. 1828년 처음 이 마을 클리프턴에 왔던 이후로 여행도 한 번도 못 나가고, 좁디좁은 오두막에서 이사도 못 가본 제시는 엄마의 이야기에 대경실색하게 된다.
"이 곳에 있는 모든 것들은 1800년대처럼 꾸며놓은 거야. 바깥 세상은...."
엄마는 마음 속으로 숫자를 세고 있는 것 같았다.
"바깥세상은 1996년이야." 34p
소설의 거의 첫 부분부터 이렇게 놀라운 충격을 주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문명의 이기, 현대 의약의 혜택을 거의 누리지 못하고 살았던 제시네 가족이 살고 있는 곳은 역사 보호구역이라는 이상한 지정 구역이었다. 말이 좋아 보호 구역이지, 실상은 관람객들의 구경대상이었다. 어른들은 알고 있으나 12년째 살고있는 아이들은 전혀 모르고 자라온, 그들은 말 그대로 자신들이 1800년대의 사람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 순수한 사람들이었다.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아이들이 디프테리아로 앓고 있어도 갑작스럽게 약 공급이 끊겨 아이들의 목숨이 위태롭게 되었다. 현대에서 실제 간호사 출신이었던 (그래서 그녀는 조산사 역할을 했던 것) 제시의 엄마는 위험을 무릅쓰고 딸 제시를 1996년으로 보내, 클리프턴 설립에 반대했던 닐리씨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게 한다. 자신의 딸과 마을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서 말이다. 엄마가 나설 수 없었던 이유는 현대의 옷이었던 청바지에 더이상 어른들 몸매가 맞지 않아 입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옮긴이의 말처럼, 이 책을 읽다보니 영화 트루먼 쇼가 생각났다. 내 인생 그대로가 영화였다라는, 참으로 비인간적이었던 영화, 그러면서 그 쇼킹한 스토리에 정말 많은 사람들이 놀라워하며 보았던 영화, 이 소설 속의 트루먼은 바로 아이들이었다.
시간여행이라는 소재를 정말 절묘하게 비틀어낼 수 있었던 소설, 실제로 제시는 1800년대와 1900년대 후반의 갭을 이해할 새도 없이 그대로 받아들여야 했다.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로 간 사람의 충격과는 비할 바가 없을, 게다가 그녀는 타임머신을 탄 것도 아니었는데도 이기적인 어른들에 의해 시간여행을 강제로 경험해야했다. 동물원 동물들처럼 관람객들의 관음의 대상이었던 그녀가 받았을 충격은 어떠했을까? 놀라움도 잠시, 제시는 동생을 구하기 위해 낯선 세상 속을 달려야했다.
자신을 위협하고, 클리프턴이라는 이상한 세계를 만들어낸 어른들의 음모까지 파헤쳐내야했다.
굉장히 신선한 소재였던것에 흠뻑 빠져들어 읽었는데, 빠르게 사건을 진행하다보니, 아쉽게도 갈등 구조는 많이 약화되거나 생략된 느낌이었다.
긴장감을 더하기 위해 어른들 소설처럼 복잡하게 혹은, 더욱 현실감있게 그녀가 곤경에 처해있다면 사실상 빠져나올 구멍도, 또 마을을 돕기 위해 그녀가 해결할 수있는 일도 극히 드물거나 더욱 어려워졌기는 했을것이다. 그래서, 보다 더 쉽고 빠르게 그녀의 일이 해결되었다는 점에서 뒷심이 약간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소재의 파격적인 변신이 준 충격은 아직도 여파가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