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째 내가 죽던 날
로렌 올리버 지음, 김지원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6월
구판절판


단 며칠 사이에 이렇게 더워질 수가 있을까?

비가 오던 지난 주엔 여행을 가서도 가랑비를 맞으며 그럭저럭 돌아다녔건만, 폭염이 쏟아지니 어디를 가지도 못하고 그냥 숙소 안에서만 방콕하고 에어컨을 쐬며 책을 읽고 있었다. 사실 이게 가장 재미난 바캉스가 아닐까 싶었지만.. (여행이 길었던게 아니라 두번의 여행을 다녀왔다.)



꽤 두꺼운 책을 단숨에 읽어내렸다. 책에 대한 호기심에 미리 다른 님들의 리뷰를 읽어보니, 대충 내용을 짐작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내가 새로이 읽은 그 느낌은 상당히 달랐다. 줄거리만으로는 와닿을 수 없는 느낌이랄까. 아뭏든 그랬다.



미국 고등학교에 퀸카 그룹이 존재하고 (아마도 영화 속에 등장하는 치어리더 그룹 같은 모임이 아닐까?) 그들은 학교내에서 누릴 수 있는게 너무나 많아 누리지 못하는 그 밖의 "불쌍한"아이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다. 공부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얼굴 좀 예쁘고 인기 좀 많다는게 그들이 가진 최대의 자산, 사실 처음에는 그런 사실에 많은 거부감을 갖고 읽기 시작했다. 좀 예쁜 아이들이 도도하게 다른 아이들을 짓밟고 흉보는 이야기가 무슨 대수람?



최고의 이슈메이커와 같은 린지, 그리고 린지의 추종자격인 세명의 아이들, 그 중 하나인 샘은 린지가 자신을 선택해줌으로써, 인기없는 절반의 무리에서 인기 높은 무리로 계급상승한 기쁨에 하루하루가 행복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자유라 누린 그 방종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치명적인 독이 될 수도 있는 것이었다. 사이코라 불렀던 줄리엣 사이크스, 거의 맹목적으로 그녀를 놀림감으로 삼고, 괴롭혀왔는데 그녀는 샘의 마지막 날 이상하게 자꾸만 얽혀들게 된다.



그렇다.

한창의 나이, 10대에 최고의 고등학교 파티를 즐기고, 또 그날 밤은 학교 최고의 킹카와 첫날밤이 예정되어 있는 샘에게는 특별한 하루였다.

그날 남자친구 롭이 너무나 만취한 나머지 별다른 일 없이 자기 무리들과 집에 가다가 사고로 그만 목숨을 잃고 만다.



엄청난 고통, 그리고 다시 그녀는 알람 소리에 잠을 깬다. 날은 바로 어제의 그 날. 그녀들이 최고로 치는 큐피드 데이이다.

학교 친구들에게 받는 장미 갯수로 인기를 가늠하는 큐피드 데이. 공부는 못해도 인기를 최고로 치는 그녀들에게는 정말 최고의 행운이 주어지는 날이다. 그녀가 누리는 그 많은 행복들, 하지만 그녀가 죽었던 하루를 다시 산다는 것은 그녀 자신을 어리둥절하게 하고, 동시에 두렵게도 만드는 일이었다. 죽음을 피하기 위해 갖은 수를 다 동원해보지만, 어제와 조금 다른 듯 하지만, 조금씩 일이 틀어지는 것 같아도 분명 어제와 비슷한 상황으로 일이 꼬여만 간다.



영화 데스티니와 이프 온리를 동시에 떠올리게 했던 소설, 이 책은 헐리웃에서 영화화 될 예정이라 한다. 죽음과 환생이라는 그것도 바로 죽는 날 하루뿐인 환생이 연거푸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끔찍함이라는 데서 이 책은 독특하게 사람들에게 기억될 것 같다.



단 하루만 살 수 있다면..그것도 그 하루가 내가 죽는 그 마지막 날이라면..어떻게 살게 될 것인가?

샘은 처음에는 피해보려고 갖은 애를 써보고, 그 다음에는 미친듯 방종한 삶을 살기도 해보다가 몇번의 죽음 끝에 결국 깨달음을 얻게 된다.

너무나 어린 나이에 허무하게 목숨을 잃어야했던 그녀가 미처 모르고 죽을뻔했던 사실들. 그녀는 다행인지, 괴로운 죽음을 몇번 반복함으로써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단 하루뿐인 삶, 죽음에 이르는 그 하루의 삶이 반복적으로 계속된다는 것은 저주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 일어나는 일임에도 그녀에 의해 조금씩 변화되기도 한다. 그녀가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일까? 누가 그녀에게 그런 열쇠를 쥐어준 것일까?

나라면? 내가 당시의 샘이라면? 샘과 참 다른 삶을 살아와서인지 대신 감정이입이 되지는 않았지만, 그런 끔찍한 일에서 다시 살아나는 하루가 주어진다면? 을 깊이 생각해보려했다. 아직은 죽고 싶지 않다는 생각만 간절히 드는 것을 보면 나 또한 참 삶에 대한 강한 집착의 끈을 갖고 있는 듯 하다. 토끼같은 아기 얼굴을 보고 있으니 더욱 살고 싶은 생각만 간절하다.



그 순간 내 심장은 부서지는 것 같았다. 나는 이 아이에게 해 줘야만 하는 이야기를 결국 하나도 하지 못하게 되리라. 296p



샘도 그랬다. 발음도 불분명하지만 너무나 사랑스러운, 해주고 싶은게 너무나 많은 여동생 이지에게 그녀는 많은 이야기를 들려줄 수 없는 언니가 되어버리고 만다. 가족들에게도 제대로 사랑 표현도 하지 못하고 살아왔다. 질풍노도의 잘 나가는 여고생이었으니까. 그런 그녀가 참으로 많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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