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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타는 기분이 좋아요 ㅣ 알맹이 그림책 23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일론 비클란드 그림, 김서정 옮김 / 바람의아이들 / 2011년 6월
절판
말괄량이 삐삐, 어렸을 적에 정말 재미나게 봤던 TV시리즈였어요. 아빠없이도 동물 친구들과 꿋꿋하게 세상을 잘 살아가는 삐삐의 삶이 자유분방해보이면서도 모험이 가득해 무척이나 신선했던 내용이었지요. 삐삐의 성우를 맡았던 분의 맛깔나는 목소리가 지금까지도 귀에 생생히 들리는 듯 해요. 재미난 시리즈였던 삐삐가 스웨덴의 유명한 동화 작가 린드그렌이 쓴 이야기라고 하네요. 딸에게 잠자리에서 들려준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삐삐시리즈가 전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고, 그 책 외에도 꽤 많은 훌륭한 작품으로 스웨덴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동화작가가 되었다고 해요.
그리고 이 책의 그림은 린드그렌의 동화를 주로 그린 일론 비클란트가 맡았답니다.
책을 읽으며 로타라는 주인공 속에서도 삐삐의 느낌을 받을 수 있었어요. 그보다는 좀더 공손한 아이긴 했지만요.
로타의 언니, 오빠는 로타와 부활절 마녀옷을 입기로 약속한 날, 친구의 생일 파티에 초대를 받았다면서 하루종일 언니오빠만 눈빠지게 기다린 로타만 놔두고 생일 파티에 가버립니다. 게다가 "넌 언제나 화나있잖아." 라는 말로 로타를 더욱 화나게 만들지요.언니오빠가 가버리고 로타가 외롭고 슬프고 화가 나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하지만 시간이 조금 흐르니 슬프지도 않고 외롭기만 했답니다.
언니, 오빠가 올때까지 뭘할까? 뭔가를 생각해내는 건 로타가 아주 잘하는 일이에요.
로타는 엄마를 찾아가 엄마가 하시는 일을 보고 그리고 나서 베르크 아줌마네로 갔어요. 옆집에 사는 베르크 아줌마는 몸이 아파요. 그래서 로타가 아줌마의 잔심부름을 해드리곤 한답니다. 참으로 귀엽고 깜찍한 아이가 아닐 수 없어요.
그리고 부활절 토끼 (부활절에 대해 잘 몰랐기에 그저 계란먹는 행사정도만 기억하고 있었는데, 서양에서는 부활절 토끼가 사탕, 초컬릿을 가져다 준다는 믿음이 있나봐요)가 혹시나 바실리스 아저씨네 가게에서 부활절 달걀을 사러 가지 않을까 싶어 아저씨네 사탕가게에 들러봤어요.
"아저씨, 사탕이랑 초컬릿은 다 어디 있어요?"
"없다. 가게 문 닫았어."
아저씨는 울었고, 로타도 울기 시작했어요.
가게 운영이 어려워 문을 닫은 아저씨의 슬픔을 어린 로타가 함께 합니다. 아, 정말 바라볼수록 예쁜 아이였어요.
"울지마. 넌 언제나 기푼 좋은 아이가 아니었니."
그리스에서 온 아저씨라 기푼이라고 말했네요.
로타의 오빠는 로타더러 언제나 화가 나있다 말을 하는데, 바실리스 아저씨는 언제나 기분 좋은 아이라고 말해주네요.
아저씨의 슬픔을 진심으로 공유해준 로타에게 갑자기 기적이 일어납니다. 로타는 믿을 수가 없었어요.
아저씨는 팔리지 않은 크리스마스 산타 초컬릿을 로타에게 한박스 가득 안겨줍니다.
너무나 행복했던 로타지만, 우선은 숨겨두고 혼자서만 보물을 간직할 생각을 하죠.
어쩌면 어린 아이니 당연한 생각일 수 있어요. 게다가 언니 오빠는 로타만 놔두고 놀러가버렸잖아요.
신이 나서 보물을 숨긴 로타에게 뒤늦게 언니오빠가 돌아와 부활절 마녀 분장을 하자고 합니다.
셋이서 열심히 마을을 돌아다녀도 너무 늦어 그들에게 사탕을 나눠주는 동네사람들이 없었어요.
게다가 최악인 것은 부활절 토끼가 진짜 있다 믿은 로타를 비웃으며 오빠가 진실을 들려주죠. 진실은 바로 아빠의 1인 3역이라구요. (크리스마스의 산타까지..) 아빠는 바실리스 아저씨 가게가 문을 닫아서 부활절 토끼가 늦게 올 수 밖에 없다 해명합니다.
아이들의 꿈이 사라져버릴 위기에 봉착했어요. 아, 어쩌면 좋을까요.
귀여운 로타를 아주 실감나게 잘 그려낸 그림이 돋보였어요. 그리고 아이 그림책치고는 제법 글밥이 많았지만, 덕분에 읽는 재미가 아주 쏠쏠한 그런 책이 되어주었구요. 글밥이 다소 적은 책에 익숙한 우리 아들은 아직 책을 다 이해하는데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알록달록한 색감이 무척 예뻤는지 이 책을 참 마음에 들어하더라구요. 아마 긴 글밥에 익숙하게 되면 더욱 좋아하는 그림책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로타, 발랄하고 언제나 기분 좋은 우리의 로타는 어린아이답지않은 깜찍한 생각을 해냅니다. 너무나 사랑스러운 주인공이었다 생각합니다. 기분좋은 로타를 또 만나고 싶을 정도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