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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승리 - 도시는 어떻게 인간을 더 풍요롭고 더 행복하게 만들었나?
에드워드 글레이저 지음, 이진원 옮김 / 해냄 / 2011년 6월
구판절판

도시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책을 읽게 되었다.
그동안 도시는 수많은 언론과 책 등의 지탄의 대상이었다. 수많은 사람들, 심지어 그렇게 도시를 비난하는 사람들조차 도시에 삶의 기반을 두고 있으면서도 교외, 시골에 대한 예찬론을 멈추지 않는다. 그것은 도시로 몰려드는 사람들을 분산시키고자 하는 의도도 깔려 있을 것이고, 자연에 기반을 둔 건강한 삶을 추구하려는 현대의 참살이 붐에 입각한 현상일 수도 있다.
건강한 삶= 교외에서의 여유있는 삶이라는 인식이 굳어져, 나이가 들어 직장을 그만둔 사람들은 당연히 교외를 선호할 거라는 막연한 편견까지 생기게 되었다. 특히 우리 부모님 세대는 복잡한 도시를 딱 질색으로 여길거라 생각했는데, 나의 그런 편견을 여지없이 뒤집어주신 분이 바로 근처에 계시니 시부모님이 그러하셨다. 특히나 어머님은 도시에서만 나고 자라서, 시골의 삶을 살아본적도 없고, 동경해본적도 없으시다. 젊으셨을때부터 도시에서도 중심부에서만 살아오셨고, 지금은 구도심이 되어버렸지만, 나중에 이사를 가더라도 교외 등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갈 생각은 없다고 하셨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이 그리운 법이고, 아픈 곳도 많은데 빨리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이 가까운 도시에서 살아야한다는 것이 어머님의 지론이셨다. 이 책에서 바로 어머님의 생각과 일치하는 꽤 많은 내용을 읽어내고 신선한 충격을 받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 에드워드 글레이저는 하버드대의 경제학과 교수로 뉴욕 맨해튼에서 나고 자란지 40여년이 되었다. 그가 살아온 도시의 삶에 애정과 관심을 기울이고, 도시에 삐딱한 시선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해묵은 편견에 반발하고자 세계적 도시들의 흥망성쇠와 그에 따른 문명의 발전 등을 다뤄낸 이 책을 씀으로써, 사람들에게 그들이 살고 있는 도시에 대해 색다른 시각을 갖도록 조언해주고 있다.
나 또한 가끔 나가게 되는 교외에서 마시는 시원한 공기 등에 매료가 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도시를 떠나 교외로 이주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내 삶의 터전은 언제나 도시가 될 것이고, 도시에서 누릴 수 있는 수많은 혜택과 이점을 포기할 생각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 수많은 이점을 당연스레 누리고 살면서 도시에 대한 고마움은 덜 느끼고 있는 듯 하다.
도시는 녹색이다. 고밀도 지역에서 살면서 걸어다니는 것이 저밀도 교외지역에서 살면서 어디를 가건 운전해서 가는 것보다 훨씬 더 친화적이다. 사람들에게 그들이 한 행동때문에 생긴 환경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합리적인 환경 정책을 갖고 있지 못한 탓에 미국은 위험한 반도시적 편향을 창조하고 있다. 468p
어떻게 보면 궤변처럼 들리는 그의 말들이 잘 읽어보면, 정말 그렇구나 하는 대목들이 무척이나 많다. 전혀 정반대의 논리처럼 들리는 부분들도 그의 설명을 듣고 있노라면 맞다 하면서 공감하게 하는 부분들이 제법 많아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된다.
미국과 유럽에서 도시는 똑똑한 거주민들을 서로 연결시킴으로써 혁신의 속도를 끌어올리지만 개발도상국 세계에서 도시는 이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해서 도시는 시장과 문화를 연결하는 '관문'으로서의 역할을 한다. 19세기에 뭄바이(당시에는 봄베이라고 불렸다)는 목화가 통과하는 관문이었다. 21세기에 방갈로르는 아이디어가 지나가는 관문이다. 23p
그가 사랑한 도시 뉴욕에 대한 애정에서 시작된 도시에 대한 뛰어난 통찰과 분석은 이 책 속에 아주 똑똑한 그만의 견해로 잘 풀어져 있었다.
도시 속에 살면서 도시의 제대로 된 이점에 대해 충분히 생각해보지 않았던 나로써는 꽤나 반성할 거리가 많은 순간이기도 했다.
우리는 고층 아파트보다 교외 규격형 주택을 선호하는 주택 소유의 우상화 활동과 함께 시골 마을을 낭만적으로 묘사하는 짓을 중단해야한다. 우리는 장거리 커뮤니케이션의 발달로 인해서 서로 지척에 머물고 싶은 우리의 바람과 욕구가 약화될 것이라는 단순한 시각을 버려야 한다. 특히 우리는 도시를 도시에 있는 건물로만 보려는 경향에서 벗어나고, 진정한 도시는 콘크리트가 아니라 인간의 체취로 이루어져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38.39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