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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완 송 1 - 운명의 바퀴가 돌다
로버트 매캐먼 지음, 서계인 옮김 / 검은숲 / 2011년 6월
절판

엄청난 두께에 압도되었던 스완송, 이 책의 저자 로버트 매캐먼은 스완송으로 최초로 브램 스토커상을 받게 되었고, 이후로 발표하는 모든 작품이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이후로 브램 스토커 상에 8차례나 이름을 올리게 된다. 그를 최고의 대중 작가로 만들어주기 시작한 스완송.
장장 1500페이지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두께에 내가 읽어본 단행본 중 가장 두꺼운 책이 아니었나 싶다. 두권으로 나뉘어 있는데 한권이 700페이지를 거뜬히 넘으니 말이다. 일반 책의 세배 정도의 두께랄까?
과거 최고의 열강이었던 미국과 소련이 팽팽히 접전을 벌이다가 자국을 보호하기 위한 미국의 방어전략으로 핵미사일이 발사되었고, 소련은 그에 맞게 응대를 하였다. 이미 버튼이 눌러진 후, 거의 핵과 방사능에 의해 전 도시가 전멸하다시피한, 끔찍한 3차대전, 스완송의 세기말 이야기는 바로 핵 전쟁으로 인한 3차대전을 다루고 있다. 과거의 구 소련과 미국의 대결이라니, 너무 뜬금없다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도 그럴 수 밖에 이 책이 발표된 시기가 1987년이었다.
절대로 망하지 않을 것 같았던 소련의 붕괴, 그 이후의 역사적 순간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설정이지만, 책은 지금 읽어도 충분히 진지하게 흥미롭다. 두께에 압도되긴 했지만 책장을 다 덮을 무렵엔, 얼른 2권을 읽어야겠단 갈망이 생길 정도로 빠져들었다. 정말 술술 넘어가는 책장들.
우리는 귀환 불능 지점을 넘으려 하고 있어요. 아니, 어쩌면 이미 넘어버렸는지도 몰라요. 29p
몇번을 망설이던 미국의 대통령은 결국 나라를 지켜야한다는(?) 압박에 의해 먼저 스위치를 누르라는 명령을 내리고 만다. 그 명령 이후로 모든 것이 달라졌다.
롤런드는 피와 살이 타는 냄새를 흡사 영혼을 정화시키는 향기처럼 깊이 들이마시며, 상처가 타는 손을 놓지 않은 채 불꽃을 살에 더욱 가까이 댔다. 223p
핵 미사일의 폭격 이후에도 살아남은 사람들은 존재했다.
끔찍한 일들이 도처에 일어나고, 대부분 화상을 입거나 심각한 부상을 입었지만 그보다 더한건 오염된 물을 마실 수 없다는 것과 온전한 정신으로 버텨내기가 힘든, 희망을 점치기 힘든 최악의 상황이라는 점이었다.
책에는 총 세무리의 생존자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 중 롤런드는 부모님과 함께 지하 요새에 들어왔다가 지하요새마저 붕괴되자 살아남기 위해 수장격이었던 매클린 대령의 오른팔이 된다는 이야기다. 킹스 나이트 최고의 게임에 빠져 살았던 유약했던 소년 롤런드는 전쟁 이후 숨겨진 본성을 찾으며 놀라우리만치 무서운 사람으로 탈바꿈된다.
그 버튼을 누른 오만하고 어리석은 자들이 손에 닿는 곳에 있다면 성냥개비를 분지르듯 목뼈를 부러뜨려버리고 싶었다. 305p
리더의 위치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알 수 있었다. 정말 미국 대통령이 버튼을 누르지 않았더라면 소련에 의해 붕괴되었을까? 현실은 그렇지 않지만, 소설 속 그들은 충분히 압박당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억명의 인구가 사라져버리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 아이를 지켜라' 수 완다. 스완. 죽은 노인의 입에서 새어 나온 말은 이제 사라지고 없었다. 345p
제목 스완송을 연상케 하는 스완이라는 이름의 아이, 그녀는 모든 죽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신비한 소녀였다.
연약한 아이였지만 세상을 견디는 힘이 있었고, 예지력과 같은 초현실적인 힘을 갖추고 있었다. 그녀가 차후에 만난 점쟁이 할머니를 통해서도 스완의 미래가 조용히 점쳐진다. 타로 카드로..
또 스완을 지키라는 계시를 받은 조시는 자신의 온힘을 바쳐 어린 소녀를 지켜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롤런드와 매클린 일행, 조시와 스완, 그리고 남은 세번째 무리는 시스터 일행이다.
거리의 노숙자나 다름 없던 그녀에게는 가슴아픈 과거가 있었다. 그녀가 무서운 불기둥 속에서도 목숨을 부지하고, 우연히 발견한것은 사람들에게 희망적인 메시지를 보여주는 보석이 녹아 만들어진 고리였다. 놀라운 힘을 가진 그 고리를 파괴하기 위해 악마가 그녀의 뒤를 쫓고, 사람의 힘으로 견뎌내기 힘든 고통들을 감수하면서 그녀는 그녀를 따르는 무리를 지켜내려 노력한다.
살아남은 자들의 고통이 너무나 커서 두렵기까지 했던 이야기.
영화 속 세기말의 이야기도 끔찍했지만 스완송의 이야기는 여전히 적응되지 않는 그런 핏빛 가득한 사건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그들은 희망을 본다. 그들의 희망의 불씨를 꺼트리려는 많은 세력들을 물리치고, 끝까지 희망을 노래한다.
2권까지 읽고 나면 두꺼운 책 세권은 내리 읽은 기분이 들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기다려지는 2권이다.
대단한 책을 만났다. 아마 올해의 최고의 책으로 손꼽아도 좋을 만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