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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색은 다 달라요 - 다인종.다문화를 이해하는 그림책 ㅣ I LOVE 그림책
캐런 카츠 글.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11년 7월
엄마 어릴적에는 크레파스에도 "살색"이라는 명칭의 색깔이 있었고, 그 색은 물감으로는 주황색과 하얀색을 합쳐 만들 수 있는 색이었다. 바로 대부분의 우리나라 사람들, 황인종의 피부색을 말하는 것이었는데, 미국만큼 다인종 국가는 아니지만 우리나라에도 국제결혼이 정말 많이 늘고 2세도 많아지니 단일민족, 살색이라는 단어들은 그 아이들에게 큰 상처가 될 수 있어, 살구색이라는 다른 말로 이름이 바뀐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 아이 크레용에는 살구색이 아닌 엷은 주홍이 있긴 했지만 말이다. 아마도 대부분은 살구색이라는 명칭이리라.
이 책의 저자 캐런 카츠는 아이가 만나는 모든 이들, 친구들서부터 가까운 이웃들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피부 색이 모두 다른 것을 재미난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사실, 흑인, 백인, 황인 이렇게 뭉뚱그려 표현하는것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더욱 다양한 피부색을 갖고 있다.
심지어 같은 황인종 중에서도 유난히 더 흰 사람이 있고, 좀더 까만 피부를 갖고 있는 사람도 있지 않은가.
책에서는 다인종, 다문화를 바라보는 시각을 낯설게 드러내기보다 화가인 엄마를 둔 아이의 시선으로 재미난 색깔 놀이처럼 그리고 다양한 피부색은 정말로 아름답다는 편견없는 멋진 시선을 심어주는 책이었다
화가인 우리 엄마는 노릇하게 살짝 구운 식빵 색깔이지.
엄마는 나에게 색깔 섞는 법을 알려주었어.
빨강, 노랑, 검정 그리고 하양 물감을 알맞은 비율로 섞으면 나를 그리기에 딱 좋은 적갈색을 만들 수 있대.
갈색은 그냥 갈색이잖아요 라고 말하는 아이에게 엄마는 조금씩 빛깔이 다른 갈색이 참 여러가지가 있단다. 하면서 산책을 나가 만나는 사람들의 피부색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엄마가 색을 말하면 아이가 자신이 좋아하는 무언가의 색을 떠올리며 대답하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무척 즐거워보이는 그림과 각각 다른 피부색들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일곱살 여주인공 레나. 레나와 가장 친한 친구 미나는 벌꿀색이다. 카를로스는 밝은 코코아빛 갈색이고 로지타는 캐러멜맛 사탕처럼 연한 갈색이야.
인종차별을 극복하는 그런 사회적 문제뿐 아니라, 아이들의 색에 대한 좀더 명확한 구분과 확실한 개념을 세워주는 책이라고나 할까?
다양한 그림, 다양한 친구들의 피부색, 그리고 피부가 살색이 아닌 갈색으로, 그것도 아주 종류가 많은 갈색으로 구분되는 것도 참으로 신선한 재미를 주었다. 항상 백인 내지는 황인이 주인공이던 그림책을 보다가, 얼마전 읽었던 책에 흑인이 주인공이어서, 엄마도 조금 낯설기도 했지만, 책을 읽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아이들에게도 피부색이 달라도 똑같은 친구라는 인상을 주었는데, 이 책은 거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간다.
보모인 캔디 아줌마의 피부는 분명 흑인의 그것임에도 좀더 아름다운 보석같다고 한다. 불그스름한 구릿빛과 진한 호박색을 띤 아름다운 보석, 그래서 마치 공주님같다고 아이는 표현한다. 아마도 아줌마에 대한 사랑이 담겨 있어 더욱 예쁘게 보이는 것이리라.
다양한 아이의 시선과 느낌을 체험할 수 있었고, 많은 사람의 피부색에 대한 멋진 표현을 배울 수 있는 책이었다.
나도 황토색, 갈색, 고동색까지는 알아도 좀더 세분화된 색은 몰랐는데 황금빛 갈색, 복숭앗빛 황갈색, 초콜릿빛 갈색 등 참으로 많은 갈색의 나열에 책을 읽는 내내 따뜻해지는 마음만큼이나 머릿속까지 풍요로워지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아이는 기분좋은 산책을 마친후, 엄마에게 배운 물감 색 배합 놀이로 자신이 만난 모두의 그림을 그려낸다.
아름다운 우리들의 빛깔이에요. 라고 말이다.
억지로 이해시키기보다, 자연스러운 감동을 주어 더욱 인상깊은 그림책이 된 살색은 다 달라요.
이제는 시골 뿐 아니라 웬만한 도시에서도 2세 친구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상황이기에, 피부색이 다르다고 놀라거나 쭈뼛거리지 않고 모두가 친구임을 일깨워주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바로 이런 책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