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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자존감 - 스스로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당당한 아이로 키우는 양육법
정지은.김민태 지음, 이영애 감수 / 지식채널 / 2011년 6월
구판절판
얼마전부터 시작한 미술놀이 수업에서, 수업이 끝나면 꼭 선생님이 바로 내게 다가와 우리 아이의 문제점이라 생각하는 것들을 지적해, 기분이 별로 좋지는 않았다. 워낙 문화센터니 어디니 다녀본 적이 없이 집에서만 있어서 그런가보다, 나는 우리 아이를 이해하고,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려니 그냥 그렇게 믿고 있었는데, 선생님은 수업이 힘드셨는지, 조금은 원망이 섞인 어조로 푸념을 하셔서, 듣는 엄마로써 난감하게 느껴졌던 것.
이번 요리 수업시간에도 선생님이 바로 내게 다가와 "어머님, 집에서 어머님이 다 해주시죠? 아이가 스스로 하려고 하질 않고, 자꾸 해달라고 하네요. " 라는 말을 한 세번 정도 계속 반복해 말씀하시니 듣기 좋은 말이라도 듣기 싫을 법한데 기분은 가히 좋지를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선생님의 표현법을 넘어서서, 너무 내가 아이의 앞에 미리 나서서 다 해주려는 부모는 아니었는가 생각이 되었다.
조금 늦게 걸었고, 조금 늦게 말했고, 그리고 좀 성격이 유순하고 얌전한 편이라 아이가 겁을 먹지는 않을지 주눅이 들지는 않을지 엄마는 늘 걱정이었다. 아이 스스로 할만한 일들도, 어지럽혀진다고 엄마가 나서서 해주는 일이 많았고, 자연히 아이가 실패를 반복하며 성취감을 느껴야할 기회를 박탈하고 있었던 것.
아이의 자존감이 크게 중시되고 있는 요즘에 나의 육아방식은 과잉보호로 비춰질수도 있겠다 싶었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아들, 하는 행동도 예쁘고 한데 혹시나 위험한 행동을 하지는 않을지, 아니 다치지는 않을지 싶어서 아이가 두려워하거나 하면 억지로 하게 하질 않았고, 되도록 꾸짖지도 않고 칭찬을 한다고 생각을 했다. 자존감이라는 단어는 일찌감치 듣고 익혀 알았지만, 사실 육아를 하다 보면 육아서의 내용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린채 눈앞의 일에 급급하기 일쑤였다

아이가 관심있어 하는 일은 뭐든 스스로 해 보도록 합니다. 간혹 어른인 제가 할 일을 본인이 하려고 우길 때도 있어요. 그럴 때는 제재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아이가 하고 싶은 마음을 우선 알아주려고 합니다. 크게 잘못될 일이 아니라면 '그래 한번 해봐라'라고 말해주지요. 아이의 자존감을 높여주려고 특별히 한 일은 없어요. 그저 아이의 말을 많이 들어주고 스킨십을 자주 해주고, 사소한 것까지 칭찬을 해준 것밖에 없습니다. 274p
티브이 방송후 여러 테스트에서 높은 자존감을 보인 한 아이의 아버지의 자존감에 대한 질문에 아버지는 이렇게 답변했다고 한다.
들어보면 참 평범한 것들인데.. 나또한 아이에게 스킨십도 많이 해주고 사소한 것까지 칭찬을 해주는 것 같은데..
나는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말을 들어주고, 아이가 하고 싶다는 일들을 위험하다는 전제로 너무 많이 막아서고 있었던 것일까? 하면서 나의 문제점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아이의 자제력, 끈기, 참을성, 자기조절능력 등은 만 3세부터 형성되기 시작하여만 7세쯤 되면 어느 정도 기본 틀이 자리잡게 된다. 그러므로 유아기 때 아이에게 해도 되는 것과되지 않는 것을 잘구분해주고, 아이 역시 이를 구분할 수 있도록 훈육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때 꼭 필요한 것은 평소 수 많은 실패를 경험했다가 스스로 떨쳐내고 성공하는 경험을 하게 하는 것이다.
아이가 저 혼자 시도하다 실수할 틈도 주지 않고 떠먹여주고 입혀주고 신겨주고 닦아주고 재워주는 등 모든 것을 부모가 해주었다. 이런 모습은 아이의 건강한 자기 조절능력 형성을 방해하게 된다. 86p
이제 슬슬 우리 아이도 스스로 무언가를 하려 하면 격려해주고 실패하더라도 내가 금방 나서서 옆에서 해주는 일 없이 나 또한 끈기를 갖고 아이를 믿고 기다리는 습관을 들여야겠다. 물장난이 목적이긴 하겠지만 베란다에서 걸레를 빨고 있는 엄마에게 얼른 다가와 "엄마, 제가 도와드릴께요." 방긋 웃으며 뭔가를 해보려 하는 아이에게 나는 물기에 미끄러진다며 밖에 나가 있으라고 밀어내기에 급급했던 엄마였다. 그것이 아이를 위험에서 벗어나게 도와주는 최우선의 방법이라 생각했다. 예전에 물기바닥에서 뒤로 넘어진 적이 있어서 그때의 일이 얼마든지 다시 일어날 수 있어 항상 조심스러웠다. 아이가 뭔가를 해보길 원한다면, 해보게 해야하는데, 그게 아직 참 잘 안된다. 이 책의 여기저기 페이지를 접어가면서 읽었는데, 다시 또 읽어가면서 내 마음을 다잡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