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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 연필을 가진 꼬마곰의 모험 ㅣ 알이알이 명작그림책 5
앤서니 브라운 글.그림, 오미숙 옮김 / 현북스 / 2011년 6월
구판절판
어렸을 적에 이런 상상 정말 많이 해보시지않나요?
그리는 대로 실제가 되어버리는 마술연필에 대한 상상 말이지요.
앤서니 브라운님의 책에서는 하얀 꼬마곰이 바로 그 마술 연필을 갖고 다닌답니다.
얼마전에 읽었던 마술연필을 가진 꼬마곰(http://melaney.blog.me/50110736668)에서 만났던 꼬마곰을 또 반갑게 만났어요.
담을 뚫고 나가는 꼬마곰을 보면서 어쩐지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나가는 모습이 속편을 기대하게 만들었는데, 바로 그 모험편으로 이렇게 이어지네요. 이야기가 비슷한듯 하지만, 이번 모험편은 좀더 새로운 이야기가 접목되어 있답니다.
매 이야기마다 만나게 되는 등장인물들이 바로 세계명작에서 만난 이야기 속 등장인물이라는 것이지요.
아주 사나워 보이는 배고픈 늑대와 맨처음으로 만나게 된 꼬마곰.
늑대 뒤에 눈썰미 좋은 분들은 쉽게 찾으셨을테고 저처럼 나중에서야 어? 정말 그렇네 하고서 찾는 뒷북을 잘 치는 사람들은 나중에라도 찾았겠지만 바로 빨간 두건 소녀가 살짝 엿보입니다.
배고픈 늑대 앞에 꼬마곰이 그려준 것은? 두구두구두구...
늑대를 겁나게 만드는 무시무시한 아저씨 돼지네요. 아마 아빠 돼지인가봅니다. 흰 돼지 너머로 알콩달콩 아기 돼지 삼형제가 벽돌집에 살고 있는 모습이 엿보여요. 책을 볼때는 하나하나의 무서운 존재들을 물리치는 꼬마곰의 재치가 엿보였는데, 그 이면에 이렇게 세계명작 이야기가 숨어있다는 것이 역시나 앤서니 브라운님의 놀라운 상상력의 세계를 엿보게 하는 한 장면이었어요.
곰세마리 가족은 노래에서도 반갑게 만나지만, 옛 이야기 속에서는 산책나간 곰세마리네 집에 들어온 불청객의 이야기가 생각나지요. 그래서인지 곰세마리 가족도 심기가 불편해보였어요. 하지만 귀여운 꼬마곰은 재치껏 즐거운 상황으로 바꾸어 줍니다.
전편에서 만났던 셰이프 게임은 이번 편에서도 어김없이 재미나게 펼쳐집니다.
셰이프 게임인지도 모르고 학창시절에 몇번비슷한 걸 해본적이 있어요.
매일하지는 않았어도 얼룩 같은게 진 모습을 보고 거기에 덧대어 그림을 그린다거나 하였던 기억이 나거든요. 하지만, 이렇게 친구들끼리 혹은 가족끼리 아무거나 그리고 그 다음 사람이 이어서 새로운 것으로 스토리를 부여한 그림을 그린다면 상상력이 마구마구 샘솟는 소리가 들릴 것 같아요. 어른들에게도 재미나지만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는 정말 유익한 게임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아봅니다.
손에 잘 안 뭍는 크레용을 사주었더니, (어쩌다보니 12색, 18색, 24색 세가지를 다 갖고 있게 됐어요.) 아침에 눈뜨자마자부터 외출할때까지 항상 크레용을 챙기며 그림을 그리는 아들이 며칠전에는 미끄럼틀에 자기만의 세상을 펼쳐놓았더라구요. 벽이나 바닥에 낙서를 거의 한 적이 없었는데 (외가에서만 한두번 하고요 ) 미끄럼틀에 하나둘 그리기 시작한 그림을 하루만에 완성(?) 시켜놓은 모습을 보니, 아, 이거 언제 지워? 하는 생각이 아니라, 우와~ 작품인데? 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엉덩이에 뭍는 것 같으면 얼른 지워주겠지만 손에 잘 안뭍는 크레용이다 보니 옷에도 잘 안뭍어나더라구요. 아이가 만든 독창적인 작품이라는 생각에 지우기도 아까워서 감상하고 있답니다.
자기 나름대로는 기차와 뭐 이것저것을 그렸다고 설명하는데 어느날 깨끗이 지워져있으면 가슴이 아플 것 같기도 해요.
벽이든 어디든 종이가 아닌 신세계에 그림을 그리는게 무척 재미나 보이는 어린 아이들, 꼬마곰처럼 실제로 만들어지는 마술연필까지 갖고 있으면 더욱 좋겠지만 지금 우리 아들에게는 크레용이 마술연필이나 다름없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