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망고 - 제4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36
추정경 지음 / 창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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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문학은 성인 문학에 비해 순수한 느낌이 살아 있어 좋다. 사춘기 소녀들의 갈등이라던지, 성적이 떨어진 학생들의 불안과 방황? 뭐 이런 이야기로 시작이 된다면 (사실 많은 청소년들이 실제로 그런 문제를 끌어안고 살고는 있지만 ) 청소년 문학이라도 구태의연하고 지루해지기 쉬운데, 이 책은 청소년들의 고민을 일상에서 캄보디아로 휘릭 던져다 준 독특한 환경이 눈에 띈 작품이었다. 창비 청소년 문학상 수상작인 완득이, 위저드 베이커리, 싱커  세작품이 모두 많은 이들에게 호평을 받았기에 4회 수상작인 이 책에도 거는 기대와 관심이 높았다. 앞선 작품들을 읽어보지 못한 나조차도 이 작품부터 시작해서 거꾸로 읽을 지언정 꼭 만나보고 싶었다.

 

그리고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입가에 미소가 머금어진다. 역시 읽길 잘했어.

 

캄보디아의 한국인 소녀 수아가 주인공이었다. 캄보디아에 관광차 놀러간 것도 아니고, 엄마 아빠 이혼과 아빠 사업 부도로 빚을 진 후 야반도주하다시피 떠나온 캄보디아였다. 엄마는 이 곳에서 가이드로 일을 했고, 수아는 태국의 학교를 다니고 있는데, 동남아의 엽서를 팔고 원달러를 외치는 아이들을 보며 수아는 거지같아라는 생각을 서슴지않고 한다. 읽다보면 그녀가 참 까칠한 성격임을 알 수 있다. 어른 대하는 것도 그렇고, 특히나 철이 좀 없어보이긴 하지만 엄마 대하는 것은 극단에 가깝다. 한국에서 아빠랑 살고싶은데 캄보디아까지 끌고 와 나를 고생시키나 싶어 엄마에게 날카로운 칼이 될만한 말도 마구 내뱉는다.

 

삶이 지옥이라는 줄 알았는데 엄마의 이름도 지옥이다. 그리고, 수아 또한 수아 리 라는 영어식으로 이름을 표기하면 수와이가 캄보디아말로 망고라, 망고라고 부르는 옆집 삼콜 할아버지도 있다. 수아는 그 할아버지의 능청스러운 친절함도 싫다. 가이드 보조를 하는 쩜빠랑은 몸싸움까지 벌일 정도로 사이가 안좋기도 하다. 수아가 캄보디아에서 좋아하는 것은 도대체 뭘까 싶다.

 

게다가 그녀에게 오늘은 더욱 최악인 날이었다.

술에 가득 취해 들어온 엄마는 아침부터 또 가이드 일을 펑크내려 했고, 오늘까지 펑크냈다가는 회사에서도 낙인찍혀 더이상 가이드 생활을 할 수도 없는 상황, 억지로 엄마를 깨웠더니, "네가 대신 할래?"라는 무책임한 답변이 돌아온다. 어찌어찌 엄마를 깨워 억지로 내보냈는데, 웬걸. 엄마가 공항에 가지 않고 도망을 가버렸다. 돈도 없는 양반이..하고 생각해보니, 아뿔싸. 한국에 있는 아빠에게 가려고 내가 아르바이트 해가며 못 쓰고 모은 돈 오백달러까지 들고 도망을 갔다. 울고 싶어도 울 수도 없는 처지. 수아는 스스로 엄마 대신 가이드로 나서기로 한다.

 

그리고 다행히 숙련된 현지 보조가이드인 쿤라가 있어 안심이었는데, 이튿날부터 쿤라도 갑자기 아파서, 쩜빠까지 대신 보조가이드로 뛰게 되었다. 일행을 여섯명만 맡기는 했지만, 중년의 아저씨 부부가 유난히 까칠하다. 5일간의 일정동안 삐그덕대는 초보 가이드, 초보 보조 가이드 (둘다 10대 소녀인) 들의 좌충우돌 캄보디아 안내기가 진행된다.

 

하지만 '만약'이란 말은, 삶은  시금치처럼 아무런 힘이 없다. 125p

어린 소녀가 하기엔 참 어울리지 않는 말인데도, 부모의 이혼을 겪고, 엄마의 뒤치닥꺼리에 진력이 나버린 수아로써는 어느새 산전수전 다겪은 어른 마냥 그런 소녀답지 않은 생각, 특히나 비관적인 그런 생각들을 하게 된다. 쩜빠, 압살라 춤을 잘 추는 무용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으나 돈이 없어 그 꿈을 실현하기 힘들어하는 어린 소녀. 그 쩜빠를 보면서 수아는 만약이라는 말을 다시 되새긴다.

그리고, 가이드를 하면서 삐걱대기만 했던 쩜빠와의 관계도 개선되기 시작하고, 서툰 안내였지만 사람들의 호응도 얻게 되었다. 가장 놀라운 점은 엄마를 이해할 계기가 생기게 된 것.

 

저자가 소설속에 캄보디아 현지 사정을 제법 잘 녹여내었기에, 관광여행을 한번 다녀온 것으로 이 소설을 썼다는게 믿기지가 않았다. 캄보디아에서 나고 자랐거나, 내지는 수아처럼 몇년이라도 살아본 사람인줄로만 알았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경우에도 무지개라는 소설을 쓴 것이 타히티 섬 여행을 다녀오고 난 감상을 소설로 풀어낸 것이 아니었던가. 물론 소설을 완성하기까지 짧던 길던, 엄청나게 자료를 수집하고, 내지는 현지인들의 일상을 더 열심히 들여다보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아가 너무나 생생하게 잘 살아 있어서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다.

 

수아가 처음에 무척이나 싫어했던 캄보디아는 변화하지 않았다. 변화한 것은 수아일뿐.

아- 나는 지금의 내가 막 좋아지기 시작했다. 256p

그리고 그 변화가 무척이나 반갑다. 그녀의 행복한 기운이 내게도 전해져 오는 것 같아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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