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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보다 친절한 요리책 - 초보주부 생존요리 비법 A to Z
김영빈 지음 / 예담 / 2011년 6월
품절
신혼때는 누구나 요리에 열을 올린다고 하지만, 저도 정말 그땐 열심이었던 것 같아요. 마침 신랑도 집에 있는 날이 많은 시기여서 (일찍 퇴근하거나) 한참 시간이 걸리더라도 맛있는 요리를 차려서 행복한 밥상을 마주하곤 하였지요. 요리 과정 사진도 많이 찍고, 싸이월드, 메뉴판 등에도 열심히 포스팅을 했었답니다. 그러던 때가 있었는데, 입덧과 함께 주방일을 좀 멀리하기 시작하면서 어쩌다 들어선 주방이 참 낯설게 느껴지고 무엇을 해야할지 참 막막해지는 때가 오더라구요. 아기를 낳고 한동안도 그랬구요. 이제는 아이도 어느 정도 자랐고, 가족의 건강 밥상에 다시 신경을 기울일때건만, 신혼인 새댁마냥 주방이 여전히 낯설게 느껴지고, 무얼 할까 매끼니 걱정만 하게 되면서 예전의 열심이었던 열성 주부의 모습만 사라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요리책 한권이 너덜거릴정도로 그 안의 모든 메뉴를 다 해보았던 신혼 초에 비해 지금은 요리책도 다양해지고, 궁리만 하면 기대하는 메뉴도 웬만한 책에서 뚝딱 찾을 수 있는 상황인데도 왜 자꾸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반성했네요. 밥상의 주 고객인 아기에게 제일 미안했고, 신랑에게도 미안했지요
제목부터 몹시 흥미로운 이 책은, "결혼 전 밥 한번 차려보지 않았으나 결혼 후 밥상을 책임져야하는 수많은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고마운 책입니다.
초심으로 돌아가서, 이 책부터 제대로 섭렵하기로 결심했어요. 많은 요리책의 다양한 메뉴들이 선보였지만, 우선 이 책의 강점은 재료 구비도 쉽고, 상세한데까지 배려를 해주어 정말 초보 주부, 초보 요리사를 위한 책이구나 싶었어요. 제목에도 주요 팁들이 눈에 띄게 소개되어 있답니다. 아, 다시 보니 부제가 "초보 주부 생존 요리 비법"이네요.
저자님과 함께 작업을 한 결혼 2년차 에디터 분과 결혼 1년차 포토그래퍼 분 (이 분은 남자분이신데 집에서 요리를 담당하신대요) 의 생존 요리 후기도 눈에 띕니다. 요리책을 같이 완성해가다보니, 이 책을 가장 먼저 만나보고 활용하실 기회를 얻게 되신 거죠. 김치찌개, 된장찌개만 반복하던 에디터님이 어느결에 대파 육개장도 밥상에 올렸다라는 글을 읽고, 대파 육개장도 궁금해졌어요. 육개장 하면 고사리니 뭐니 들어갈게 너무 많아 맛은 있어도 여태껏 한번도 시도 못했던 메뉴였는데, 대파와 고기만으로 정말 깔끔하고도 맛있어 보이는 근사한 메뉴를 완성시켰네요.
매일 밥, 국, 반찬서부터 생존요리 응용편인 건강을 개선하는 요리들과 보양차, 고급편에 해당하는 건강 일품요리, 그리고 요리고수에 해당하는 김치와 장아찌. 그렇죠 매일 밥반찬의 가장 중요한 김치, 여태 시댁과 친정에서만 갖다 먹어서 제가 해먹을 엄두는 내보질 못했는데 역시나 가장 어려운 고수에 들어가는 코스였네요. 이렇게 난이도별로 구분되어 보기가 더 수월했어요.
거의 매일 비슷한 밥상만 차리다보니 저도 물리고 가족들도 질리는 분위기였는데, 해물 밥을 보고서 아, 이거다 싶었네요.
서울 살때 가마고을이라는 곳에서 해물 솥밥 등을 사먹곤 했는데 무척 맛있었거든요. 책에 나온 레시피도 쉬워보이고 신랑에게 요리 사진을 보여주니, 와, 정말 맛있어보인다. 라는 반응이 돌아와 아, 꼭 해줘야겠다 굳게 다짐했답니다.
요리 레시피뿐 아니라 중간중간 들어간 팁들도 무척이나 유용했는데요. 레시피 중간중간에도 식재료 활용과 국물내기 양념 공식들이 있었구요. 레시피 설명 중에도 참고할 팁이나 효과 등이 덧붙여져서 무척 실용적이었답니다. 봄철의 연하고 어린 해쑥은 그냥 넣어도 맛이 좋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 채취한 억센 쑥은 바로 넣으면 쓴맛이 나요. 국물에 넣기 전에 한번 데쳐서 넣어주세요. 140p 게다가 쑥은 소화 흡수를 돕고 몸을 따뜻하게 하는 효과가 있어 여자들에게 매우 좋은 식품이라 하루 80g만 섭취하면 일일 권장 무기질과 비타민을 얻을 수 있을 정도로 영양이 풍부해요. 141p
책을 꼼꼼히 훑어보면서 뭐뭐부터 만들어볼지 손에 꼽아 보았어요. 그리고 오랜만에 다시 약속을 해주었지요.
밥상에 충실한 주부로 돌아가겠다고요. 이왕 차릴 밥상, 좀더 맛있게 신경써서 차릴 수 있으면 주부 좋고 식구들 좋고 일석이조라 생각합니다.
세 식구 입맛을 모두 만족시킬 메뉴로 찹쌀 탕수육이 눈에 띄었구요. 바지락으로는 국물만 낼줄 알았는데 찜도 해먹고, 꼬막도 무침까지 해먹고. 다양한 메뉴를 밥상에 올릴 생각에 벌써 두근거리기 시작합니다. 지금보다 조금만 더 부지런해지면 되는 거겠지요?
잘하지는 못했어도 요리 후기 열심히 올리면서 친구들 (싸이의 일촌은 모두 오프라인 친구들인 대학 동기, 고등학교 동기, 직장 친구들이었어요.)에게 많은 칭찬을 들었던 때가 있었는데, 지금의 제모습을 보고 의아해하더라구요. 지금쯤 프로주부가 되어있을 줄 알았는데,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었으니까요. 프로주부, 요리매니아까지 바라지는 않습니다. 다만 가족이 밥상 앞에서 맛있다 연발해줄 그 날을 고대하면서 이 책을 예전의 그 첫번째 요리책처럼 너덜거리는 책으로 만들겠다 다짐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