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최인호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아주 어릴적, 아마 시골에 살때니까, 초등학교 3학년도 되기 전의 기억이었을 것이다. 플라스틱 나비 모빌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지금 여기 있는 나는 어떤 나일까? 참 나가 맞을까? 타임머신이 있다면 미래의 누군가가 나를 보고 있는 건 아닐까? 잠깐 평범한 순간을 멈추고 그렇게 돌아본 기억은, 다른 모든 추억이 세세히 기억나지 않는 와중에도 지금도 그때의 찰나가 또렷이 기억나는 신비함을 지니고 있다.

 

아주 가끔 그렇게 일상에 정지버튼을 눌러버릴 때가 있다.

익숙하게 생활한 그 모든 것들이 갑자기 생소하게 느껴지는 것, 1을 뚜렷이 바라보고 있고, 익숙한 글자들을 계속 바라보고 있으면 그 글자가 왜 그렇게 불리는지 갑자기 낯설게 느껴진다. 특히 여행을 갔을 적에, 다시 되돌아와야하는 현실을 생각하며, 그때가 꿈인가 생신가 싶은 마음으로 잠시 스탑버튼을 누르고 있으면, 잠깐 멈추어 섰던 말레이시아의 석양, 태국의 바다 등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지금도 하나의 스틸컷처럼 또렷이 각인되는 새로움.

 

이 책은 평범한 어느 사람의 일상이 갑자기 낯설어진 3일에 대해 그리고 있다. 나처럼 자신의 의도에 의해 낯설음을 부여한 것이 아니라, 낯익은 모든 것들이 타인으로 느껴지는 이상한 현상을 경험하는 것이다.

 


자명종은 낯이 익지만 어제까지의 자명종이 아니다. 아내 역시 낯이 익지만 어제까지의 아내가 아니다. 딸아이도 낯이 익지만 어제까지의 딸아이가 아니다. 강아지도 낯이 익지만 어제까지의 강아지가 아니다. 스킨도, 휴대폰도, 어디론가 발이 달린 것처럼 제 스스로 사라져버렸다. 이 돌연변이의 기이한 현상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기인된 것일까.

 

섀도 박스.

같은 종이를 여러겹 오려 필요한 조각을 만든 후 실제 상황에 맞춰 입체감있게 재배치해서 만든 전위적 예술 공간. 종이를 여러겹 쌓았기 땜누에 옆에서 보면 그림자가 지고 그로 인해 입체감이 느껴지는 3차원의 공간, 그 상자 속에 K가 갇혀 있는 것이 아닐까. K가 겪고 있는 이 수수께끼의 상황은 섀도 박스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제 3의 입체 공간일지도 모른다. 54.55P

 

친숙해보이지만, 너무나 거리감이 있는 그리고 매일매일의 일상이 똑같은 듯 하지만, 깨어날때부터 섬뜩함을 느끼게 하는 기이한 경험들.

그 낯선 경험에서 주인공 k는 참 나를 찾기 위한 여행을 떠난다. 그 속에서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너무나 중복되는 우연의 일치라기엔 무섭기까지 한 사람들과의 만남, 마치 자신이 감시당하고 있는 듯한 묘한 경험을 하게 되면서 후반부로 가면서 그가 깨닫는 바가 생긴다.

 

도대체 어떤 결말로 이야기가 진행이될까?많은 이들이 예상했던 것과 다른 결말이라 이야기한것처럼 나도 그런 느낌을 받았다.

정신분열증이 아닐까 싶었는데, 그런 쪽이 아니었던 것. 희한한 경험 속에 거의 미치지 않는게 이상할 정도로 꼬여가는 상황들. 심지어 자신의 누나 이름도 기억을 못하고, 누나를 만나서도 성욕을 느낄 정도로 이상한 감정은 극대화가 되어버린다. 친숙한 모두가 이상하다면 무엇이 문제인 것일까?

 

그러기에 내릴수 있던 결론. 그리고 소설이 이끌어 가는 결말.

투병중이라 너무나 힘든 와중에서도 지치지 않는 열정이 솟아올라 원고지에 만년필로 눌러 쓴 (컴퓨터를 쓰지 않고) 장장 2달만에 써내려간 최초의 전작 소설, 무엇이 최인호 작가님으로 하여금 힘든 몸을 이끌고 엄청난 열정을 이끌어내게 하였는지..결말에 대한 기대감으로 또 궁금증으로 쉬지않고 넘겨가던 장이 갑자기 무거워지면서 k뿐 아니라 결말에 드러나지 않는 그 외의 사람들에 대한 궁금증까지 낳게 되었다.

 

스스로를 위한 최초의 소설,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는 작가님이 말하는 인생 제 3기의 소설의 시작이었고, 우리에게는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는 그런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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