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에 물주기 - 반짝이는 순간을 쓸고 닦고 물을 주는 일
공혜진 지음 / 북하우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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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일어나 씻고 밥을 먹고 차를 마시는 익숙한 오늘 속에도 내가 알아차리지 못하고 흘려보내는 낯선 오늘들이 숨어 있는 것이라면..

소소하다 못해서 시시하기까지 한 내 하루의 기록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익숙함으로 가득한 집이라는 공간 속에서 사방으로 뻗어가는 더듬이에 집중하며 쌓여가는 지금들을 곡곡 씹어 맛을 보는 것이 이 책의 출발점이다.

-프롤로그


일상기록공작가라는 작가의 직함이 생소하다. 100여가지의 다양한 이야기들에도 특정 직함이 붙어 있다. 예를 들어 반복 수련 중독자, 방DJ, 뒤태애호가, 집요함 애호가, 주치의 주파수 탐색가, 틈식물 기록가 등등 어디에서고 들어본 적 없는 특이한 직함에 눈이 휘둥그레지게 된다.

평범함과 익숙함 속에서 새로움을 발견해내는 작가의 기발한 발상이 무척이나 창의적으로 느껴졌다. 어른들이 보면, 아이구, 할일 없구먼 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일이지만, 요즘의 발랄한 젊은이들에게는 오히려 신선한 멋으로 다가올 그런 이야기들이다. 하나하나 따라해봐도 좋고, 아니면 그녀를 따라 상상만 해봐도 좋을 것 같다.


감성에 대한 지루한 이야기의 나열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면 삐익~ 아니올시다이다. 이 책은 정말 예쁘고도 재미나다.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일상을 잠깐 되돌아볼 여유가 한심하게 느껴질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내 자신을 되찾을 수 있는 작은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면 작은 편견은 접어두라고 말하고 싶다.

이런 책이 나올 줄이야. 상상도 못했지만, 직접 읽어보니 무척 마음에 든다. 블로그에 하나둘씩 연재가 되었어도 무척이나 인기를 끌었을 재미난 혼자놀기 방법들, 그 속에는 참 다양한 멋이 있는 것 같다. 처음에 마치 디자인인듯 보이는 어느 장면이 소개되었다. 놀랍게도 아침마다 엄마와 마시고 남긴 컵 바닥의 커피 자국이란다. 일상의 기록이라 생각하고 하나하나를 사진찍어 모아놓은 사진들. 먹고 남은 찌꺼기라 지저분하다는 느낌보다는 얼핏 보면 멋지게 디자인한 어느 그림같아 보인다. 생각의 전환, 참신한 창의력과 아이디어를 요구하는 세상에서 작가의 여러 생각들은 우리의 죽어있는 감성에 촉촉한 물주기로 자리매김할 것 같다.

문방구 부흥회회원 같은 경우에는 언제고 시도해보고 싶은 그런 일이기도 했다.

1. 무료하고 늘어져 의욕이 없는 날, 주머니에 만원을 챙긴다

2. 책상을 둘러보며 풀이나 지우개 같은 소모품들이 있는지 확인한다.

3. 동네에 오래되고 물건 많은 문방구로 간다.

4. 필요한 소모품 등을 주인에게 물으며 어색함을 없앤다.

5. 소모품들을 구입하면서 자연스럽게 가게 안을 둘러보고 눈에 띄는 것들을 찍어둔다.

6. 있지도 않은 초등학교 1,2학년 조카들을 들먹이며 그 또래의 아이들이 좋아하는 문구류를 주인에게 슬쩍 물어본다.

7. 주인에게 어릴적 쓰던 장난감들의 안부를 묻는다.

8. 조카 것을 구입하는 것처럼 내가 사고팠던 것들을 구입한다. 될 수 있으면 모두 만원을 채운다.

8. 커다란 봉투에 문구류들을 가득 채워 들고 나오면서 주인과 가볍게 인사하며 눈도장을 찍는다.



저자의 문방구 방문 매뉴얼이었다. 후후 정말 읽는 그대로 웃음이 나지 않을 수 없다. 방문 매뉴얼까지 있는 저자의 용이주도함. 나야 아기 엄마라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고르는 척 문방구를 자유자재로 드나들수 있지만, 나만의 문방구 장난감이나 문구류를 고른다는것은 정말 오랜만에 만원한장으로 누리는 최고의 쇼핑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각종 놀이들, 저자의 무한 상상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은 그런 깜찍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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