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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난 아빠의 이상한 집짓기 ㅣ 마음똑똑 (책콩 그림책) 10
진우 비들 글, 김지안 그림 / 책과콩나무 / 2011년 5월
구판절판
상상 속 이야기에서나 존재할법한 반쪽짜리 집, 짓다 만 것 같은 이 집에 사는 준이와 아빠가 이 이야기의 주인공입니다.
반쯤 지어진 집이지만, 준이와 아빠, 그리고 고양이 강아지 모두 행복한 삶을 살고 있구요. 신기한 물건과 괴상한 구석이 잔뜩 있어서 숨바꼭질에 딱 적당한 이상한 집이기도 하지요.
아빠가 월급을 받아 먹거리 학용품, 치과에 갈돈을 빼놓고 모두 다 집 짓는데 쓰기 때문에 언젠가는 집이 완성될 예정입니다.
남들은 이상한 사람이라고 수군대는 우리 아빠, 가장 이상한 점은 절대로 화를 내지 않는 다는 점입니다.
살아가다보면 다른 사람 뿐 아니라 자식에게도 화낼일이 생기곤 하네요. 사랑하는 이에게 화를 내는게 사실 좋은 일은 아니지만, 아이에게 부드러운 말로만 응대한다는게 쉬운일이 아니거든요. 그런데 준이 아빠는 아이에게뿐 아니라 밖에서도 무시하고, 부려먹는 그런 못된 사람들에게조차 웃는 낯으로 대하곤 합니다. 준이까지 이상하게 생각할 정도로요.
"왜 아빠는 화를 내지 않아요?"
"준아 너도 가끔 친구들이 이상하다고 느낄때가 있지? 그거 왜 그런지 아니?"
"왜 그런데요"
"그건 네가 친구들하고 다르기 때문이야."
아빠는 화를 내는 대신 "남과 다름"을 인정하고, 망치를 들고 뚝딱뚝딱 집을 짓는다고 이야길 합니다.
남에게 화를 내기보다 차이를 인정하고 스스로 화를 삭이는 방법, 물론 화를 삭이는게 무조건 참기만 하는 것이면 속병이 들지도 모르지요.
책에는 준이네 집보다 크고 좋은 집에 사는 우주 아빠의 화 다스리는 방법도 나와 있답니다. 물론 화가 날때는 아무때나 버럭버럭 화를 내는 우주아빠긴 하지만요. 또 아빠는 준이에게도 화를 다스리는 방법을 찾아보라고 일러주지요.
화가나거나 기분이 나쁜 일이 있을때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투덜이였던 엄마는 궁시렁 궁시렁 무척이나 투덜거리기도 하구요. 어렸을 적엔 우선 푹 잠을 자기도 했답니다. 물론 자고 나서까지 기분이 썩 나아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계속 고민하고 화내고 있는 것보단 낫더라구요.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생각할 여지를 많이 주는 책이었어요.
모든 사람이 사소한 일로 화를 내고 얼굴을 붉히고 산다면 이 사회가 얼마나 살기 팍팍한 사회가 될까요?
준이아빠를 이상한 사람으로 보기보다, 마음이 너그러운 이해심 깊은 아빠로 보는게 옳을 것 같아요.
조금만 참고 넘어가면 모두가 즐거울 수 있는데, 다스려지지 않는 화를 폭발하고 나면 화의 대상이 아닌 사람까지도 기분이 나빠질 수 있잖아요.
아직 33개월인 우리 아이는 반쪽짜리 집이 영 이상한지 이리 보고 저리 보고 했답니다.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우리 아이가 좋아하는 일은 요즘 무엇인지 아주 잘 알고 있기에 아이가 좋아하는 일을 많이 할 수 있게 도와주고는 있지요. 아직 어려서 스트레스도 없고, 화도 안낼거라 생각하지만, 화는 잘 안낼지 몰라도 스트레스는 분명 아이들에게도 존재한대요.
아기가 좀더 어렸을 적에 스트레스가 많은 아이들을 위해 두드리는 악기장난감이 필요하다는 글을 읽고 한참 웃었던 기억이 났는데, 그래도 종종 생각은 나더라구요 결국 아이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드럼 장난감을 사주었었지요.
화를 잘 안낸다는 것, 그냥 꿍~ 하고 참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상대에게 발산하지만 않을 뿐 스스로 시원하게 해결할 수 있는 그런 방법이 있으면 참 좋을 거예요.
별난 아빠의 이상한 집짓기처럼 말입니다.
작가가 자신의 아버지에게 바친다는 이 책은 어쩌면 어릴 적 아버지의 모습이 조금 반영된 그런 책이 아닐까도 싶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