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우리 차 - 계절별로 즐기는 우리 꽃차와 약차
이연자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5월
절판


서울에서 내려온 친구들과 참으로 오랜만에 만났다. 결혼식 이후로 처음 만나는 자리였으니 다들 그 몇년간 태어난 아이들의 손을 붙잡고 모임에 참석해, 어른보다도 많은 아이 숫자가 자리를 함께 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자 레스토랑 안을 뛰어다니는 아이들 덕에, 자리를 옮기기로 했는데, 마침 근처에 넓은 정원의 카페가 있던 것이 생각나 그곳으로 장소를 옮겼다. 잔디밭이 넓은 그 카페는 아주 오래전 도지사 관사 자리였나? 했다고 나중에 신랑에게 전해들었다. 아이들이 잔디밭에서 뛰놀고 엄마들은 테라스에서 아이들을 바라볼 수 있었던 그 곳, 차가 나오기 전에 나온 생수에는 은은한 향이 어려 있었다. 허브티인가? 하고들 있는데 나중에 직원에게 들으니 "월계수 잎"을 띄운 차라고 했다. 말린 월계수잎이 이런 향이 날줄, 게다가 생수의 맛을 풍부하게 해줄줄은 꿈에도 몰랐기에 목마른 갈증을 기분좋고 맛좋은 시원한 월계수 냉차와 함께 할 수 있었다.



남들은 주로 학창시절이나 직장 다닐때 즐겨마신다는 커피를, 정작 나는 결혼 후 열을 올려 마시게 되었다.

입덧 이후로 한두잔 마시기 시작했던 것이 지금은, 특히나 더운 여름에는 아이스 커피로 연결이 되어 하루에 두세잔이나 되는 카페인을 지속적으로 복용하게 되었던 것. 커피가 불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해서 아직 둘째 계획을 접지 않은 터라, 커피보다 몸에 좋고 살도 안 찌는 차에 관심을 가져야겠다 마음 먹고 있었다.


시중에 널리 알려진 수입산 허브티들도 많지만, 이 책에는 보다 특별한 신토불이의 차, 바로 사계절 산과 들을 품은 우리 땅에서 난 꽃차 한잔, 빼어난 약효로 몸을 다스리는 약차 한잔을 설명하는 멋드러진 책이었다. 단순한 레시피만 실려 있는게 아니라 목록만도 A4한장을 가득채울 정도의 참고문헌을 읽고, 또 30년 이상 우리 차에 대한 연구한 차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담은, 그런 책으로 거듭났다. 2005년에 발간된 책에 미처 싣지 못했던 차들을 추가하고 다듬어 내놓은 세번째 개정증보판 사계절 우리차, 우리 차를 통해 건강한 삶, 보다 깊은 삶의 여유를 찾게 되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담긴 그런 정성어린 책이었다.


꽃차로 흔히 떠올리는 국화차, 그리고 연꽃차.

이 책에는 그 꽃들 외에도 수많은 우리 꽃들이 멋진 차로 거듭날 수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웬만한 전통찻집이나 카페에도 언급되기 힘든 우리의 차들이 이 책 한권에 사계절, 꽃피는 시기 등에 맞춰 빼곡히 실려 있었던 것. 꽃차를 만들 수 있는 꽃들서부터 따고 말리는 시기, 생차로 마실 수 있는 것, 또 쪄서 말리거나 그냥 말리는 것등 , 기대 이상의 정보를 담은 책이어서 읽는 내내 새로운 사실도 많이 배울 수 있었고 마치 그 차를 지금 마시며 책을 읽는 것처럼 그윽한 향에 취하는 상상을 해보기도 했다.



녹차, 메밀 차 등을 타 마실때 보면 100도가 아닌 70도 정도의 물에 타마시라는 설명이 있었다. 팔팔 끓여서 적당히 식힐 때까지 기다리질 못하고, 끓는 상태에서 얼른 티백이나 차를 넣고 우려낸후 뜨끈한 상태 혹은 식어서 미지근한 상태로 맛을 보곤 했는데, 왜 물을 약간 식혀서 차를 타야하는지 언급이 되어 있었다.



흔히 차 맛은 물맛이 절반이요, 나머지 절반은 정성이라 했다. 약수를 구할 수 없다면 수돗물도 정성껏 끓이면 괜찮다. 너무 센 불에 끓이지 말고 중간 불에 두고 물이 끓으면 뚜껑을 열어 한 김 날린다. 이렇게 하면 물 냄새가 없어지고 차 맛이 살아난다. 72p



미묘한 차이를 무시했기에 진정한 차맛을 느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정성이 절반인 차의 맛, 앞으로는 다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차를 우리는 데 보다 더 신경을 써서 제대로 된 차 맛을 음미해야겠단 생각이 들게 한다.



또 차 레시피를 말하기에 앞서 그 식물에 대한 동서양의 일화, 혹은 활용, 약효 등이 다양하게 소개가 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꽃차 하면 내세운다는 장미 차. 장미에 대한 일화중 인상 깊었던 것은 과거 유럽 귀족들의 장미를 활용한 호사에 대한 부분이었다.

세기의 미녀 클레오파트라가 안토니오를 맞이할때 실내를 모두 장미꽃으로 장식하고 마룻바닥에는 45인치 두께로 장미를 깔았다고 한다. 네로 황제는 궁전 천장에서 장미 꽃잎이 쉴 새 없이 떨어지도록 했는데 하룻밤 동안 들어간 장미꽃 값을 지금으로 환산하면 15만 달러나 된다고 한다. 82p


꽃차 얼음은 또 어떠한가?

커피원액을 진하게 얼려 우유 등에 자연스럽게 녹게 하는 아이스 커피류가 있는 것은 알았지만, 우리 꽃차로 얼음을 얼리는 것은 처음 안 사실이었고, 얼음을 몹시 좋아해 뜨거운 차가 아닌 냉차도 향긋하게 즐길 수 있단 사실은 무척이나 싱그럽고도 반가운 소식이었다. 제비꽃 얼음, 향긋한 아까시 얼음 등 생각만 해도 향기로 가득채워지는 듯한 건강하고 멋스러운 얼음들이 시원한 여름 음료를 더욱 운치있게 만들어줄수 있다는 사실이 새롭게 반길만한 기쁜 정보들이었다.


많고 많은 꽃차 중에 아름다운 연꽃이 우아하게 피어나는 연꽃차를 즐기고 볼 수 있는 것은 큰 기대가 품어지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티브이 프로그램을 통해 어느 스님과 리포터 등이 커다란 연꽃을 띄운 연꽃차를 마시는 것을 보고, 정말 놀라움을 금치 못했었는데, 단지 연꽃을 피우는 연꽃차 말고도 진정한 연꽃향차에 대한 설명은 이 책 속에 더욱 잘 나와 있었다. 연꽃 봉오리에 차주머니를 밤새 머금게 하여 다음날 꽃이 피면 그 주머니를 꺼내 연꽃 향기를 머금은 차를 마신다는 것. 연꽃향차. 정말 기발하고도 멋드러진 차가 아닐 수 없었다. 청나라 건륭때 심복의 자서전 부생육기에 이미 아내의 정성어린 연꽃향차에 탄복했다는 일화가 언급되어 있다고 하니 그 멋드러진 방식이 아직도 전해지고 있음에 놀랍기만 했다. 바쁘고 지친 도시 속의 삶에서 꽃 봉오리 속에 향기를 머금게 하는 차의 존재는 의식도 못하고 살아왔는데, 세상의 어느 한편에서는 이토록 우아하고 멋진 일들이 아직도 남아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고 있었던 것이다.


단지 건강을 위한 차 정도의 레시피가 아닐까 짧은 선입견을 가지고 대했다가 방대한 정보와 재미난 일화, 그리고 쉽게 접할 수 있는 다양한 꽃들로 귀한 차를 만들 수 있는 그 소중한 레시피에 다시 한번 고마운 마음이 가득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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