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을 샀어요
벤저민 미 지음, 오정아 옮김 / 노블마인 / 2011년 5월
절판




"쉿, 조용히 해. 아빠가 지금 동물원을 사려고 한단 말이야."

아이들은 내가 뭔가에 홀려도 단단히 홀려서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한다고 생각하는 듯 했다. 외국으로 끌고 와서 우릴 헛간에 살게 하더니 이제는 동물원을 사겠다니, 웃기는 아빠. 문제는 이런 생각을 하는게 아이들 뿐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아마도 우리 형제자매들과 어머니를 뺀 나머지 사람들 대부분이 그랬던 것 같다. 113p


얼마전 방문한 집근처 동물원에서 직접 찍어온 사진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들조차 이 이야기가 소설이 아닐까 생각되는 이야기, 평범했던 가족이 동물원, 그것도 3만여평의 동물원을 사들였다는 이 이야기는 2007년 7월 7일에 개장한 영국의 다트무어 동물공원의 실화를 다루고 있는 책이었다.

어렸을 적에는 슈퍼, 문구점집 딸들이 무척 부러웠었고, 나이가 들자 꿈이 약간 (?) 더 커져서 면세점 사장은 참 좋겠다란 생각을 하곤 했다.

하지만 어렸을적부터 나이가 들어서까지..감히 동물원을 소유해보겠다는 생각은 언감생심 꿈도 못 꿔봤던 것 같다. 동물원에 취직한다면 모를까? 거의 대기업이나 나라에서 해야할것같은 그 엄청난 규모의 사업을 어찌 내가?


사진출처: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5/21/2011052100081.html



하지만 이런 생각을 확 바꾸어준 이가 있었으니 이 책의 저자 벤저민 미이다. 그는 전직 신문 칼럼니스트였고, 프랑스의 헛간을 개조해 가족과 행복한 이상주의적 삶을 꿈꿀 정도로 조금 더 트인 사람이기는 했으나, 동물원을 덜컥 사버리고 운영까지 하게 된것은 그 하나만의 의견과 노력이 아닌 그의 가족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가장 먼저 그에게 이 소식을 전한 것은 동생 멀리사였고, 그의 어머니조차 노후를 위한 집을 팔고 동물원 구입 자금에 전재산을 쏟아부었다. 딱 한 명의 형만 제외하고는 모든 형제자매들이 동물원 구입에 열을 올렸다.

정말 밖에서 보면 현실감 떨어지는 일이 아닐 수 없었는데 동물원 운영에 생초짜였던 이 가족이 엄청난 일을 벌이고 쇠락해가던 동물원을 살려내는 그 과정은 정말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동물원으로 이사한 직후에 전화 통화를 한 친구 하나는 내가 열광하며 이렇게 말했다고 전한다.

"인생 전체가 마치 이 순간을 위한 준비였던 것만 같아." 336p



그가 너무나 사랑해마지 않는 아내 캐서린.

남편의 일에 대부분 찬성했던 그녀가 딱 두번 반대한 것이 프랑스 헛간으로의 이사와 동물원 구입이었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너무나 바라는 일이었기에 그녀는 따라주었고, 가족과 함께 행복한 삶을 누리고 동물원 개장에까지 참여할 줄만 알았다. 동물원이라는 거대한 사업 앞에서 가족의 비극이 일어났으니.. 너무나 사랑하는 아내의 큰 병과 감당하기 힘든 그 이후의 슬픔이었다. 젊은 아내에게 청천벽력과도 같은 선고가 내려지고.. 그 슬픔을 감당하기 힘든 가족들이었음에도 그들은 온 힘이 빠질 그 힘든 시기를 동물원에 몽땅 쏟아부으면서 그 힘으로 버텨내는 강한 모습을 보여준다.




동물원을 인수하는 과정도 힘들었지만, 자금이 부족한 상황에서 동물원 개장까지 시설을 보수하고, 동물들을 먹이고 돌보며 직원들 월급주고 버티는 그 과정은 더욱 힘이 드는 과정이었을 것이다. 동물원 개장을 준비하는 벤저민 가족의 이야기를 읽으며 눈으로 보고 즐기던 동물들의 동물원에서의 삶 속에 그동안 내가몰랐던 뒷 이야기들을 더 많이 알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일요일 아침마다 동물들의 재미난 이야기를 전해주는 모 프로를 즐겨보고 있었는데, 그 속에서도 다 담아내기 힘든 그런 뒷 이야기들이 이 책 속에는 많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었다.


동물들의 숫자, 기타 상황들을 감안하여 도태시키는 명령들까지 지방 의회에서 결정하고, 동물원 원장 개개인의 판단하에서만 독단적으로 일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멀쩡한 늑대 세마리를 안락사시키라는 지방 의회의 명령에 그는 좀더 평화적인 방법을 모색한다. 늑대 위스퍼러의 조언대로 늑대 무리 앞에 죽은 짐승을 통째로 던져주자 먹이를 먹는 순서대로 자연스럽게 서열이 정리되어 늑대무리의 혼선이 빚어지지 않았던 것. 또한 사자 먹이를 줄때도 그냥 주지 않고 그가 직접 나무 위에 올라가 먹이를 두고 내려옴으로써 사자가 표범의 숨겨둔 먹이를 빼앗아 먹는 자연의 환경을 연출하기도 한다.


출처: http://nownews.seoul.co.kr/news/newsView.php?id=20110326601005



맹수들도 포함하는 동물원이기에 수차례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상황 속에서도 돈먹는 하마처럼 무수한 돈이 들어가는 동물원에 더욱 힘을 쏟고 최선을 다하였다. 벤저민 가족의 이야기는 맷 데이먼, 스칼렛 요한슨 주연의 영화로도 곧 개봉될 예정이라 한다. 책으로 읽어도 무척이나 재미났던 내용이었기에 수많은 동물들과 (아마 촬영하기 힘들었을 재규어 소버린과 호랑이 태미의 대치 상황 등) 벤저민 가족의 이야기는 영화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고 감동을 주지 않을까 기대된다.


아들이 좋아하는 사파리 버스를 타고..(이것도 내가 직접 찍은 사진)



한 가족의 위대한 꿈을 완성시킨 이야기.

다 읽고 나서도 믿기지 않는 그 원대한 이야기는 두고두고 회자될 그런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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