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 병정의 사랑
고경숙 그림,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원작 / 재미마주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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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에 읽었던 안데르센의 장난감 병정을 새로운 그림책으로 아이와 함께 읽게 되었어요.
색테이프를 오려서 붙이는 아주 독창적이고도 새로운 꼴라주 기법으로 창조된 그림들이었지요. 그림도 간소화하고, 글도 그에 맞게 최대한 간결하게 추려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는 재미는 충분히 살릴 수 있는 생략과 조화의 구성주의 화풍으로 탄생한 그림책이라고 하네요.

처음 장난감병정을 읽으며 신기했던 것이 장난감을 만들어서 사용한다는 것이 생소했기에 옛날 서양의 풍습대로 낡은 놋쇠 숟가락과 주걱을 녹여서 장난감 병정을 만들었다는것이 너무너무 인상적이었답니다. 예나 지금이나 종이로 만드는 장난감을 제외하고는 모두 사서 쓰는 줄 알았기에 직접 만드는 장난감이 참 생소했던 것이지요. 공장에서 만든 것이 아니라 집에서 직접 놋쇠를 녹여 만들다보니, 그만 재료가 부족해 다리가 하나뿐인 장난감 병정이 만들어지고 말았어요.


이 동화의 주인공이 바로 다리가 하나뿐인 장난감 병정이랍니다. 많은 분들이 잘 알고 계시는 이야기라 줄거리 소개는 생략할께요~

색종이를 간단히 오려서 만들수도 있을 것 같은 그림에 엄마는 무척 흥분이 되었답니다.

아직 아기에게 가베 등의 교구를 접해주지 않았지만, 색색의 이쑤시개등으로 이런 저런 모양을 만들어주며 놀았더니 이제는 크레용이나 젓가락 등 자신이 보는 여러 소품들을 활용해서 이런 저런 것들을 만들어 보더라구요. 이 작품이 아이들 엄마 마음을 더욱 설레게 하는 것이 바로 그점이었어요.

그냥 다른 그림책처럼 평범한 그림이었으면 아이들이 보고서 따라 그리기는 하되, 종이 등으로 만들 생각을 하지 못할텐데.. 이 책을 보자마자 와, 나도 이렇게 색종이를 오려서 붙이고 싶다 이런 마음이 들게끔 호기심을 자아내더라구요. 아직 어린 아이라 그런지 직접 해보지는 못했지만, 조만간 엄마가 도와줘서라도 해볼 생각이랍니다.


우선은 아이와 함께 재미나게 읽어주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지요.

글과 그림이 최소한으로 간소화되었는데, 글 조차 평범한 흰 바탕 검은 글씨가 아니라 색색의 띠에 흰 글씨로 씌여진 새로운 구성이었어요.

글씨체도 예뻤구요.글씨의 띠 조차 여백의 미, 아,그렇네요 동양화에서 강조된다는 그 "여백의 미"가 아주 제대로 활용되는 그림책이었어요. 그러고보니 그림 작가인 고경숙님이 동양화를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그래픽을 공부한 분이시네요. 2006년 국제 볼로냐 국제 어린이 도서전에서 라가치상을 받은 작가분이시기도 하구요. 얼마전 라가치상을 받은 다리라는 외국인 작가의 작품도 인상깊게 보았던 터라 수상작가의 작품에 더욱 많은 관심이 가더라구요. 전체적으로 그림책 한권을 보았다기보다 디자인 책을 본 것 같기도 하고, 암튼 설레는 마음이 가득해지는 새로운 책이었어요.


글씨의 띠도 하나의 디자인, 또는 그림이 되어 책의 여백을 더욱 아름답게 살아나게 합니다. 아이들도 그것을 느낄 수 있었겠지요? 초등학교 수업시간에 배울 여백이 어쩌고 하는 어려운 단어까지는 모르더라도 그냥 있는 그대로 배우더라도 뭔가 공간의 활용이 다르다는 그 느낌만은 어렴풋이 느낄 수 있지 않나 싶어요. 그림뿐 아니라 글의 활용이 참 인상 깊었던 것이 정적으로 보일 수 있는 공간에 동적인 느낌을 살려주는 글과 그림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구조였답니다. 아, 읽어보시면, 직접 만나보시면 제 말뜻을 이해하시기 쉬울 것 같아요. 커다란 물고기가 물 속에서 장난감 병정을 꿀꺽 삼키는 장면에서의 글자들, 글자가 더이상 글자의 틀에 갇혀 있는게 아니라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되는 과정입니다.



이야기는 해리포터의 작가 조앤 롤링이 안데르센 문학상을 받는 자리에서 안데르센 작품 중 그녀가 가장 좋아한다는 장난감 병정의 이야기 바로 그 자체를 다루고 있습니다. 많이 추려졌기는 하지만, 아이들이 처음 만나는 안데르센 동화를 좀더 편하고 쉽게 만날 수 있는 느낌을 살려주었구요.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새로운 만족감을 줄만할 그런 그림동화로 재탄생이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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