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 고인돌 그림책 10
아리안나 조르지아 보나치 글, 비토리아 파키니 그림, 김현주 옮김 / 고인돌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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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정말 다양한 엄마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엄마들의 공통점이 있죠.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 그리고 직장에 다니든, 전업 주부든 그 사실은 변함이 없다는 공통점과 함께 말이지요. 심지어 나이가 젊은 엄마, 그리고 마흔이 넘은 엄마들까지 이 세상 모든 엄마들은 강하고 용감합니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말이지요.

언젠가 어느 엄마가 나오는 광고에서 남편 앞에 선 여성이었을땐 한없이 나약해보이던 엄마가, 아이를 낳고 나서는 무거운 디럭스 유모차도 번쩍 번쩍 들어올려 계단을 올라가는 광고가 나왔지요. 그 장면이 무척이나 기억에 남네요. 친정이 아파트 2층이라 엘리베이터가 서질 않아서 항상 유모차를 안고 올라가야하거든요. 아무리 무거워도 엄마들은 힘을 냅니다.


이 책에는 한 명의 엄마 이야기만 나오지 않습니다. 피부색도 다양하고, 머리모양도 다양하고, 그리고 각각의 개성이 뚜렷한 그런 엄마들 이야기가 나오지요. 화자는 아이들입니다. 아이들이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놓아요. 그 속에서 나와 닮은 점, 어렴풋이 다른 점 등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게다가 역동적인 엄마들의 동작도 무척이나 재미났답니다. 부드러우면서도 강인한 엄마의 모습을 제대로 살려낸 삽화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세상에 완벽한 엄마란 없습니다. 아이와 신이 나게 놀아주며 뱅뱅 돌리기를 해주다가, 오후에 아이가 너무 어지러워서 병원에 가는 사태도 발생합니다. 사랑하는 아이와 하루종일 있고 싶어도 직장일때문에 그러지못하는 엄마의 애환도 그려집니다. 직장일로 너무 늦게 퇴근한 엄마를 기다리다 지친 아이가 암호를 대라며 퉁명스럽게 대하고 엄마에게서 나는 낯선 화장 냄새가 싫어 피하기까지 하지만, 그래도 엄마의 자장가 소리를 듣자 엄마와 행복했던 날을 떠올리며 아이는 다시 마음이 누그러집니다.




큰 목소리로 아이 앞에서 아이 이야기를 핸드폰으로 통화하는 엄마는 어떻구요. 아이가 찡그리는 대목에서 뜨끔하고 말았습니다. 저도 그렇거든요. 아이가 뻔히 듣고 있는데도 오늘 우리 아이가 어땠다고 신이 나게 어른들께 보고를 합니다. 모두 듣고 싶어하시거든요. 친정, 시댁 모두의 레이더 망이 우리 아기에게 쏠려 있습니다. 양가 부모님, 이모, 삼촌 모두가 하루의시작을 아기이야기로 시작해서 아기 이야기로 끝을 냅니다. 그래서 엄마인 제가 열심히 이야기를 옮기는데 아기가 똘망똘망하게 바라보면서 이제는 참견도 합니다. 전화할때는 찡그리지만 앞에서 직접 이야기하면, 자기가 직접 재현하기도 하더라구요.



항상 아이와 시간을 보내곤 하다가 오늘은 신랑 일을 도울 일이 있어서 아이 곁을 좀 오래 떨어져 있었답니다. 직장 다니는 엄마들이 얼마나 아이가 보고 싶을지 진심으로 이해가 되던 하루였지요. 핸드폰을 열적마다 보이는 아이 사진이 그렇게 애틋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이 목소리를 듣고 싶어도 전화해서 목소리를 들으면 아이가 찾고 보챌까봐 아이와 통화도 못하고 친정 아버지와만 통화를 해야했네요. 나중에 외할머니에게 전화가 오자, 엄마인줄 알고 반갑게 받았다가 힘없이 끊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너무나 가슴이 아팠습니다. 집에 오는 길에 바로 아이에게 가고 싶었지만, 아이가 어제밤 "옥수수가 먹고 싶어요."라고 잠결에 말했던게 기억이 나 좀 멀리 돌아가더라도 옥수수를 사갖고 돌아왔네요.




이모와 함께 엄마를 마중나왔던 아기를 보자마자, 아이는 이모 손도 놓고.. 엄마 엄마를 목놓아 외치며 아장아장 걷던 그 발로 뛰어오기 시작했답니다. 아, 우리 아이가 벌써 이렇게 컸구나 정말 가슴이 뭉클해졌어요. 같이 있어도 엄마 할 일 볼일 있다고제대로 못 놀아주기 일쑤였는데.. 못 보니 가슴이 미어지더라구요.


이 책을 보고 또 보면서도.. 우리 아이와 내 모습이 투영되어 정말 신기한 느낌이 드는 그림책이었답니다. 책의 뒷표지의 말처럼 아이가 엄마에게 선물하는 그림책인지도 모르겠어요. 같이 읽어주니, 우리 엄마도 그렇다는 식으로 아이가 집중하면서 "엄마야 엄마, 아기 엄마." 하고서 짚는 장면도 인상적이었고, 책에서 그림을 그려주면 자기도 그림을 그리러 가고, 빙빙 돌리는 장면이 나오면 자기도 돌려달라고 말하며 책을 따라하려는 모습도 참 귀여웠습니다. 책에서 나오는 장면이 재미나면, 자꾸 그 책을 더 읽어달라 하더라구요. 아이도 좋아했지만 사실 엄마가 더 생각할 거리가 많았던 책, 바로 우리 엄마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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