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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 디자인은 멈추지 않는다 - 보고 또 보고 싶은 매력의 도시
송화진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4월
품절
쓰나미로 인한 이번 원전사태만 아니었으면 아마 조만간 여행을 떠났을지도 모르는 동경, 몇년간의 기다림이 또 몇년 더 이어질 것 같은 예감이다. 가보지 못해 그런지 동경은 더욱 가보고 싶은 매력적인 곳으로 다가온다. 아기를 갖기 전 동경과 시드니 여행을 계획하면서 준비하는 과정동안 동경에 무척 심취해 있던 기억이 있고, 그이후로 동경 관련 여행 책자나 에세이 등을 꾸준히 읽으며 더욱 환상을 키워 왔다. 물론 길고도 긴 글에서 얻는 효과도 크지만, 가보고 싶은 곳에 대한 사진, 특히나 자연 풍경보다 맛있는 음식, 현대적인 건물의 외관, 그리고 디자인이 뛰어나기로 소문난 예쁜 선물 패키지, 그림같은 카페와 먹기 아까운 디저트 등을 대변해 줄 수 있는 것은 역시 시각적 자극 효과가 큰 사진에 있을 것이다.

인터넷 블로그와 책 등을 통해 다양한 사진등을 접해봤어도 이 책 만큼 동경의 예쁘고 감각적인 디자인을 담아놓은 책은 없을 것이다. 정말 많은 사진이 실려 있고, 읽는 내내 예쁜 소장품을 갖게 된 것마냥 들떠 있었다. 작가는 그래픽 디자이너로 디자인 소스가 될만한 곳을 어디든 지치지 않고 찾아다니는 편이지만 그 중에서도 동경은 평소보다 훨씬더 들뜨게 만드는 곳이라 하였다. 보통 사람들이 아닌 디자이너가 보기에도 무척 매력적인 곳이었나보다. 10여년간 그녀가 동경을 오가며 카메라에 담은 방대한 자료가 쏟아지는 향연.
동경을 여행, 혹은 삶의 이미지가 아닌 디자인에 초점을 맞춰 살펴본 책은 처음이라 어떤 내용일까 무척 두근거렸는데 책을 열어보니 가보고 싶은 곳을 미리 가본듯 만들어주는 그런 이미지화가 뛰어난 책이었다.
전문적인 디자인에 무심했던 나같은 평범한 주부도 행복하게 즐길 수 있는 책, 이 책의 구성은 다섯가지로 나뉘어 있다.
디스플레이, 전시를 통해 상상을 뛰어넘는 소통이 시작된다. 또 사인 보드를 통해 예쁘다 느끼기는 했으나 우리가 간과하고 넘어갔을 소소한 부분들, 거리의 또 다른 예술품을 만나게 된다. 세번째 디자인 제품에서는 진화를 거듭하는 디자인 아이템으로의 다양한 만남이 기다리고 있다. 네번째 패키지, 그들의 포장은 확실히 특별하다. 패키지로 만나는 일본의 세계, 다섯번째 푸드, 음식도 예쁘고 보기 좋아야 한다는 것, 디자인이 따른 음식 문화를 만나 볼 수 있다.
디자인에 대한 구구절절한 설명보다 더 한눈에 쏙 들어오는 실물의 사진들, 그 속에서 우리는 디자인에 대한 이해의 폭을 조금씩 넓혀갈 수 있는 듯 하다. 이 책을 보고 동경을 여행하게 되면, 일반 여행 가이드나 여행에세이와는 또 다른 느낌의 거리 곳곳, 제품 각각 등을 좀더 눈여겨보게 될지 모른다. 블로거들의 여행 후기들을 찾다보면 주부들이나 미혼여성들이 많은 생활용품점에서 예쁜 그릇, 아기자기한 소품등에 열광하는 것을 보았다. 일본의 비싼 물가를 고려해 많이 사들고 오기는 힘들다지만, 저렴한 백엔샵 등에서도 충분히 좋은 디자인의 제품을 만날 수 있다고 해서 눈여겨 보았던 곳이 내추럴키친이었다. 여행을 계획하며 기억해둔 곳들이 책 속에 여러 곳 등장해서 반가움마저 들었다.
일본보다도 더 물가가 비싼 북유럽, 북유럽의 내추럴한 분위기가 현재 동경을 강타하고 있다 한다. 운 좋게 세일 시즌에 방문하면 북유럽스타일의 생활소품이나 가구류 등의 좋은 제품을 믿을 수 없는 가격에 만날 수도 있다고 하니 보는 것만으로도 매력적인 제품이 내 손에 들어올 생각만 해도 두근거리는 일이었다
앞서 언급했던 내추럴 키친도 그렇지만, 애프터 눈 티 등과 더불어 동경 여행을 할 적에 꼭 들러볼 곳으로 꼽아두었던 곳들이다. 주부가 되다보니 실생활에서 아기자기 소중하게 쓰여질 그런 제품들을 구입해오고 싶었기에 너무나 좋아하는 맛집과 더불어 인테리어 소품, 그릇 가게 등은 동경 여행의 필수 예정 코스가 되어버린 것 같다. 뛰어난 디자인이 눈을 압도하는 그런 제품들, 내추럴 키친은 가격까지 착해 지름신이 내린다는 그런 곳이라 기대가 크다. 한국에서 일제 나무 스푼과 카페 놀이용 예쁜 나무 쟁반 등을 무척 비싼 가격에 구입하는 것을 보았는데 직접 발품만 팔 수 있다면 동경에서 충분히 더 예쁜 디자인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입해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중이다.
시보네라는 셀렉트 숍의 경우에는 동경에서 가장 인기있는 셀렉트 숍으로 작가의 베스트 숍으로 즐겨 찾는 곳이라 했다. 각자의 주관이 다른 것이라 하지만 흔치않게 베스트로 꼽히는 경우에는 더욱 주목을 하게 된다. 과연 어떤 곳이기에 그런 것일까?
셀렉트숍이란 하나의 콘셉트로 다양한 아이템을 판매하는 곳이다. 일본의 셀렉트 숍은 국내에서는 접하기 힘든 세계 각국의 디자이너 제품을 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전시장을 방불케할 대규모 매장에 감각적인 디스플레이로 가득한 시보네 아오야마점, 굳이 물건을 사지 않더라도 그 안의 멋진 제품들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시간이 될 것 같다.
디자인과 비즈니스의 결합이라 불리는 패키지 코너를 보니 며칠전 본 티브이의 내용이 떠올랐다.
일본의 100년 이상 지속된 가게, 초밥, 일본 동양과자 , 그리고 기억 안나는 어느 곳 등의 사장들이 지속적인 모임을 갖고 있었는데 그날의 화제는 신제품을 내놓은 전통과자가 화두였다. 품격높아 보이는 멋진 포장에서 작은 내용물을 꺼내 맛을 음미하는 사장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것, 수백년이상 이어진 가게이다보니 거의 기업화되다 시피해서 각각의 사장들이 차려입은 정장이 어색하지 않았고, 또 어느 대기업 CEO못지않은 자부심이 느껴졌다. 그때도 그들의 포장에 깜짝 감동을 받았었는데, 이 책에서도 역시 그들의 독특하면서도 매력적인 포장문화가 등장한다. 아기자기한 먹거리 뿐 아니라 비구 또한 귀여운 그래픽으로 마무리한 종이 띠를 두른 바구니에 담아 받는 사람이 감동을 더할 수 있는 그런 상품으로 거듭나게 만든 제품이 인상적이었다. 한눈에 비누인지도 몰랐고 설명을 읽고서야 알게 된 것.
작가가 특히나 동경에서 자제심을 잃는다는 곳이 서점과 베이커리, 선물용 식재료를 파는 곳이라 하였다. 일본의 식품 패키지는 포장 그 이상의 의미를 담은 듯 너무 예뻐서 일부러 예쁜 병에 담은 것, 혹은 색다른 패키지에 담은 과자를 고른다 한다. 포장을 뜯지않고도 먹고 싶은 마음에 들게 만드는 것, 그들의 기술이 아닐 수없었다. 예쁜 먹거리 포장서부터 푸드에 이어지는 맛있어 보이는 음식 사진 퍼레이드에 깊은 밤 뱃속에서 울리는 처절한 울림에 괴로워졌다.
이른바 동경 스타일을 선호하는 이유를 알게 된다는 책 뒷 표지의 말처럼.. 디자인이 넘쳐나는 도시 동경이 밋밋한 회색 대도시와 닮은 듯 다른, 명확한 차이를 알 수 있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