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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집을 발로 찬 소녀 1 ㅣ 밀레니엄 (뿔) 3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뿔(웅진)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간밤에 좀 늦게 잤던 터라 아침일찍 아기와 함께 일어나니 네시간밖에 자지 못한 셈이 되었다. 너무 피곤해서 오늘은 낮잠이라도 자서 보충해둬야지 했는데, 아침부터 읽기 시작한 밀레니엄 3부는 결국 눈이 벌겋게 되고, 다 읽을때까지 손에서 내려 놓을 수가 없었다. 5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을 정말 말 그대로단숨에 읽어내렸다. 아기가 낮잠자는 그 시간에도 오로지 책 속에 빠져있었단 뜻이다.
1부, 2부의 내용도 물론 재미있었으나 3부는 정말 말 그대로 클라이막스로 이끌어주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풀려나온다.
2부 2권을 못 읽고 2부 1권에서 점프를 하다보니 중간 내용이 생략되었지만, 3부 첫 시작만 봐도 대충 짐작을 할 수 있었다.
병원으로 만신창이가 되어 실려온 앳된 소녀와 나이든 남자, 둘의 치명상은 무척이나 심각했고 특히나 소녀는 총상을 세군데 입었으며 가장 심각한 것은 머리에 박힌 총알이었다. 2부에서 이슈에 휘말리는 리스베트를 안타깝게 바라봤던지라,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그녀는 리스베트가 맞았다. 하마터면 목숨까지 잃을뻔했던 리스베트.
게다가 그녀가 끔찍이도 증오했던 모든 악에 대한 궁금증 역시 속시원하게 해결이 되었다. 다만 어쩌면 저런 사람이 있을수 있을까 싶은 두려움을 심어주었을뿐.
한 소녀를 아주 무참히 짓밟은 공권력의 실체가 드러나고 리스베트의 천재성이 아니었다면 그대로 정신병원에서 묻혀버렸을 그녀의 비운의 운명에 대해서도 비로소 그 원인을 밝혀내는 셈이다.
그동안은 리스베트의 활약에 밀려 블롬크비스트가 활약하는 비중이 너무 적다 생각이 되었는데, 병실에 누워서 회복중인 리스베트는 꼼짝없이 갇힌 상태이고, 이를 해결해주는게 블롬크비스트의 대대적인 활약이었다. 우리나라 같으면 이렇게 속시원히 언론이 재역할을 할 수 있을까? 참 아쉬움도 들었다.
아직까지는 언론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한 소녀의 억울한 입장을 통쾌히 해결해줄 수 있는 밀레니엄의 대 특종은 정말 기대되는 일이었고, 그녀를 마녀사냥하듯 몰아가던 엑스트룀 검사나 사포라는 대형 공권력 앞에 강한 어뢰를 발사할 수 있는 수단이 있다는게 정말 놀라울 따름이었다.
언론이 터뜨리는 경영진의 부도덕한 이윤 창출 기사 하나로 유명한 일간지의 대표를 위태롭게 할 수도 있다는 것도 스웨덴이어서 가능한일이 아닐까 싶었다.
우리나라라면 터뜨리기 전에 유야무야되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다. 아, 이런 피해의식을 갖고 읽으면 안되는데.. 사회복지제도의 어두운 측면도 많이 발견되었지만, 그래도 스웨덴이라는 독특한 나라의 여러 사건들은 리스베트와 블롬이 활약할만한 충분한 근거가 되는 그런 사회구조여서 부러웠나보다. 물론 그들은 답답한 자신들의 나라보다 정계 인사도 법정에 세울 수 있는 미국을 더 개방적으로 보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너무 두꺼워서 나도 모르게 이게 마지막권이라는 착각으로 몰아붙이다가, 끝에 한권이 더 있음을 알고 당장 읽지 못해 안타까우면서도 동시에 안도가 되었다. 아, 아직 한권이 남았구나. 원래는 훨씬 길었을, 그러나 적어도 이번 사건의 대단원의 막을 장식할 그런 결말은 얻을 수 있어 진정 다행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티그 라르손, 기자 출신이기에 더욱 치밀하게 사회 문제에 초점을 맞출 수 있었던 이야기들.
맨 처음 소설을 읽기 시작했을때는 블롬크비스트니 리스베트 살란데르니 하는 생소한 이름들이 입에 붙지 않아 자꾸만 거부감이 들었는데,1부 1권을 다 읽고 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친밀한 이름들이 되고 말았다. 2부,3부까지 읽어내리고 나자 스웨덴 문학은 도대체 어떤 이야기들이 펼쳐지는 걸까?전반적으로 궁금해지기까지 했다.
완성되지 않은 소설의 슬픔, 그러나 그 백미를 장식할 밀레니엄은.. 소설을 사랑하는 이들이 읽어보지 않는다면 반드시 후회할 대작이라고 손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