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사기의 행복한 도시락 -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점심시간
남은주 지음 / 미호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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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도시락 메뉴는 뭐야?"



나는 늘 한 줄 짧은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하지만, 어린아이 같은 남편의 아침 인사가 참 좋다.

점심시간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도시락 뚜껑을 여는 그 누군가보다,

내 도시락을 기다리는 누군가의 두근거림을 상상하며 준비하는 그 마음이 어쩌면 더 행복한 것 같다.

반듯하게 정해진 백지 공간 안에 나만의 아이디어로 정성스럽게 만든 요리를 곱게 담은 후

작은 사랑을 하나 더해 살포시 남편의 가방에 챙겨 넣으면 나도 모르게 소르르 미소가 지어진다.



prologue 중에서

보기만해도 사랑스럽고 먹음직해보이는 도시락 메뉴들에 들어가기 앞서 프롤로그 글을 읽고 어제 신랑과의 일이 생각나 가슴이 아팠다.

트러블이 있을만한 일이 있었던 데다가, 매일 "오늘 뭐 먹고 싶어" 묻는 내게 그동안 쌓인 화를 풀듯 딱 한마디말을 담아냈기 때문이었다.

"내가 무슨 영양사도 아니고, 매일 내게 식단을 물어.." 라면서 말이다. 예전에는 생선도 잘 먹었는데 요즘에는 생선도 잘 안먹고, 원래 고기나 느끼한 음식을 좋아하지도 않아 무얼 해줘야할지 너무 막막할 때가 많았다.


뭔가 해놓아도 맛없다는 듯 안먹어버리면 참 그게 얼마나 맥빠지는 일이었는지..

내 딴엔 자기 생각해서 한말이었는데 듣는 상대는 그게 아니었나보다.

우사기님 이야기를 들으며 두근거림을 상상하며 요리하는 즐거움을 되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리 만들어 두면 편한 도시락 단골 손님들은 소위 우리가 밑반찬이라 부르는 것들이다. 또한 밥 위의 원 포인트 후리가케 만드는 법도 재료별로 소중히 잘 나와 있었다.

일본 도시락 느낌이 풍성한 식단답게 소스 만드는 법도 소개되어 있고 맛있는 도시락에 빠질 수 없는 도시락 디저트까지 친절히 소개되었다.

메인 메뉴 하나로 간단히 끝나는 직장인 매일 도시락이 소개되고 수제 냉동식품으로 만드는 도시락, 학창시절에 무척 좋아했던 햄 소시지 도시락, 한 가지 메뉴로 폼나는 한그릇 도시락들이 소개된 후, 밥이 아닌 면과 빵으로 된 도시락, 그리고 테마에 맞춘 스페셜 도시락까지


도시락이 이렇게 다양하게 펼쳐질 수 있다는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지지난주 주말에 아기와 처음으로 단둘이 기차여행을 떠났었다.

급하게 떠나느라 식사도 못하고 떠난 여행 (사실은 대전-논산간 짧은 기차 여행이었다. 신랑 마중가는 여행~ 아이에게 기차를 처음 태워보는 자리였다.) 이라 역내에 있던 매점같은 식당에서 옛날 도시락이라는 것을 사먹어봤는데, 분홍색 소시지가 인상적이긴 했지만 너무 시어 맛이 없는 김치 볶음과 콩자반 등이 맛이 너무 없어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남이섬에서 사먹었던 옛날도시락은 따끈하게 데워서 흔들어 비벼 먹는 맛이 정말 일품이었는데 하면서 말이다.


향수를 갖고 먹었던 도시락에 대한 실망을 금치 못했을때 마침 시기 적절하게 읽은 우사기님의 행복한 도시락은 그때의 실망감을 덮어줄 유용한 도시락 레시피로 풍성한 고마운 책이었다.


일본 요리와 일본 여행을 테마로 블로그를 운영중인 우사기님의 도시락에는 그래서인지 일본 느낌의 도시락 메뉴가 무척이나 많다. 일본이 도시락 문화가 발달한 나라기도 하고, 레스토랑이나 편의점 등에서도 아주 다양하게 만날 수 있는게 도시락이기때문에 그녀의 책에는 다양한 일본의 도시락이 레시피와 팁 등으로 소개되고 있는 것이다. 직접 일본을 방문했을때 사먹을 수 있는 도시락 판매 식당에 관한 이야기도 들려주고 에키벤이라고 해서 기차 여행에서 즐길 수 있는 명물 도시락 이야기도 들려준다.







이런것도 도시락으로 만들 수 있었어? 싶은 면요리 도시락의 경우에는 예전에 모 탤런트가 스파게티를 도시락으로 챙긴다고 해서 인상적이었었는데 이 책에 바로 그런 면요리 도시락 레시피들이 소개가 된다. 야끼소바, 다양한 파스타 등의 도시락이 말이다. 밥과 빵에 지루해진 사람들이라면 파스타 도시락으로 주위의 환기를 끌어봐도 좋을 법 했다.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다양한 도시락 레시피와 사진들. 보고만 있어도 행복해졌지만, 이제는 실생활에 신랑 반찬을 위해서 메뉴에 올려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눈으로만 요기를 해서야 되겠는가? 도시락 싸들고 나들이 갈 기회는 많지 않지만 일상 식탁 위에서 펼쳐지는 먹음직한 도시락의 향연은 입맛이 없다는 신랑의 식욕까지 되살릴 수 있을 듯 하였다. 사실 내 입맛에 맞을 메뉴들이 더 많아 더욱 해보고픈 마음이 들었는지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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