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 - 인생도처유상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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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히 정말 신드롬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유홍준님의 책으로 인해 열풍이 불었던 문화유산답사에 대한 관심들.

나 또한 근처 유적지를 간간히 여행다니기는 했어도 안내문에 적힌 내용 외에 더 배우고 기억나는 것들을 취하기가 어려웠는데, 유홍준님의 해박한 지식을 통한 깊이있는 설명은 정말 말 그대로 잠들어있는 문화유산의 신비를 그대로 일깨워주는 듯 했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1권을 읽을 무렵만해도 어지간한 책들을 잘 읽지 않을때였던지라 오랜만에 읽은 베스트셀러 한권이 정말이나 인상깊게 느껴졌었다. 아무리 책을 안 보던 때였어도 그 책을 놓칠 수는 없었고 가족들 모두 재미있게 읽고 난 후에 방학때 남도로 가족여행을 같이 떠난 기억이 난다. 저자님이 설명해주신 코스 그대로 다녀오지는 못했어도 최초로 시도한 남도 여행이자 답사 여행이었기에 그 의미가 무척 컸다고 생각한다. 그 이후로 몇권을 더 보았었는데, 북한 편까지 소개되었는 줄은 미처 몰랐다. 아마 그 무렵에는 정말 더 책을 안 읽고 있을 무렵이라 아무리 유명한 책이 나와도 돌아볼 겨를이 없었나보다.


그리고 10년이 흘러 유홍준님의 문화유산 답사기 시즌 2에 해당할 6권이 새로이 나왔다.

우리나라의 경복궁, 광화문등과 더불어 유홍준님이 스스로 고향으로 삼은 백제 유적지인 부여, 그리고 답사여행때마다 반드시 꼭 끼워넣는다는 사랑하는 절 선암사까지..

이번 6권은 더욱 에피소드도 많이 들어가고 개인적으로도 인연이 깊은 곳을 골라 담아낸 책이라 하였다. 그리고 새로이 예정된 7권에는 제주도 편 이야기가 소개될 것이라는 암시가 책 뒤에 붙어 있어 6권을 금새 읽어버린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최근 2~3년간 소설, 여행 에세이 등의 책으로 취미생활을 대신하며 보내왔는데 여행책을 좋아해 세계 여러 나라의 여행기뿐아니라 국내의 여러 여행에세이 또한 즐거이 읽고 있었지만 역시나 유홍준님의 문화유산 답사기는 예의 그 명성을 다시 부활시킬만큼 재미도 풍부하고 얻을 거리 배울 거리가 풍성한 그런 책이었다. 특히 경복궁과 광화문 등에 대한 이야기는 그가 문화재청장으로 근무하던 때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서 가끔 뉴스에서 보도되던 고궁에서의 행사유치에 대한 비난의 글 등을 접했던 시민으로써 문화재청에서 왜 허가를 내주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상세히 소개되어 오해가 풀리기도 하였다.




경복궁관리소장에게 경복궁이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 언제냐 물어보자 다음과 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한다.



"청장님, 비오는 날 꼭 근정전으로 와 박석 마당을 보십시오.

특히 갑자기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날 여기에 와보면 빗물이 박석 이음새를 따라 제 길을 찾아가는 그 동선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릅니다.

물길은 마냥 구불구불해서 아무리 폭우가 쏟아져도 하수구로 급하게 몰리지 않습니다.

옛날 분들의 슬기를 우리는 못 당합니다. "

36.37P



서울에 10여년을 살았을때도 경복궁에 들어가본 것은 딱 한번이었던 것 같다. 그것도 아주 잠깐. 제대로 둘러볼 새도 없이 친구들 만나 근처에서 모임이 있었기에 그냥 잠깐 들어와 둘러보고 나갔던 기억이 난다. 근정전 앞 바닥이 박석으로 되어 있다는 것도 미처 신경을 쓰지 못했었는데 책에서는 내가 놓친 부분들을 다시 짚어주어 꼭 다시 둘러보고 싶게 만드는 그런 소개글들이 많다. 조각보를 만들듯 자연스런 형태로 이어붙인 근정전 박석. 월대 앞에서 본 근정전이 아닌 행각 오른쪽 모서리에서 본다는 근정전은 정말 그야말로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지점이라고 했다. 책을 읽다보면 정말 아무 것도 모르고 찾아갔을때보다 이 책을 읽고 가면 더욱 배울 점이 많을 것이라는 것과 한술 더 떠 유홍준님의 답사여행에 직접 동참하면 더욱 유익한 정보도 얻고 우리 것을 제대로 배울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심어진다.



하나하나의 이야기를 모두 다 소개하고 싶을 만큼 꼭지 하나하나를 읽는 재미가 무척이나 쏠쏠했다. 정말 답사지를 내가 한번 더 다녀온양 깊이있는 무언가를 배울 수 있는 느낌이 한 가득이다. 안내문에 써있지 않은 놀라운 정보들, 그리고 기억에 남는 것들. 강녕전에서부터 이어진 굴뚝이 교태전 양의문 옆으로 나와 교태전의 굴뚝인양 세워진 것은 그가 설명을 해줘도 사람들이 농담인줄 아는 놀라운 사실이라는 점도 책을 덮고 나서도 생각나는 대목이었다.



책에는 분명 서울 출신이라고 했는데 내 고향 부여라는 충청도의 이야기가 나온다. 충청도 사람이다 보니 아, 반가운 충청도 이야기를 답사 코스로 만나보게 되어서 찾아가기 쉽겠구나 하는 행복감이 있었는데 뭔가 앞뒤가 안맞아 무슨일인가했었다. 사연인즉슨 성루 토박이인 유홍준님이 시골 고향을 하나 만들고 싶어서 서울에서 세시간 이내의 지역을 고르다가 산책할만한 절이 가까이 있어야 하고, 유구한 역사까지 자랑할 명소를 찾다보니 부여를 제2의 고향으로 삼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래서 부여 반교리에 적을 두다 보니 반교 노인이라는 도장까지 파놨는데, 60이 넘어도 청년회 소속인지라 65세까지는 여전히 반교 청년회의 일원이라는 농촌의 안타까운 현실이자 농담처럼 여겨지는 말도 들리었다


내가 미처 느끼지 못했던 충청도 사람들의 이야기를 객지 사람이 본 시선에서 분석한 것에서부터 패망한 나라라는 인식이 강하게 남아있는 백제의 안타까운 유적에 대한 현실을 다시 짚어주는 그의 이야기들은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또한 선암사에 대해서도 제대로 한번도 찾아가 본적 없는 나로써는 문화유산답사여행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저자분이 가장 애용하는 코스이자 사랑하는 곳이라 하여 관심이 가는 절이 되었다. 사계절 꽃도 너무나 아름답고 뒷간 역시 놀랍게도 문화재로 지정될 정도로 기억할만한 곳이라 했다. 우리나라의 광주 비엔날레에 크게 실망한 외국인들을 데려가 선암사를 통해 한국의 아름다움을 다시금 느끼게 해주기도 하였다 한다.


많은 것을 보고 느끼게 해준 그의 답사 여행기.

새롭게 떠나보고픈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책이었다. 평범한 시각으로 진정한 아름다움을 놓치는 경우가 많았는데, 세계의 유명 문화유산에 절대 뒤처지지 않을 고유의 아름다움이 가득한 진정한 참맛을 되새기게 해주는 책이었기에 선조들에 대한 고마움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행복한 책이기도 했다.




신랑 직장이 있어 더욱 가깝게 느껴지는 논산 관촉사의 이야기도 잘 나와 있어서 꼭 한번 이 책을 참고해서 둘러보고 올 예정이다.

책에 소개된 곳들을 찾아가기 쉽게끔 뒤에 답사여행 코스와 일정 (시간 포함)등이 잘 소개되어 있어 개별 답사를 시도할때에 참고하기 좋게 되어 있었다.

1주일에 2일, 주말에는 부여 반교마을에 내려와있다는 유홍준 저자님. 주말에는 그가 항상 부여에 와있다는 소식에 손님이 너무 많아 고민이라 하셨지만, 꼭 한번 들러보고픈 게다가 유홍준과 함께 하는 부여 답사 프로그램(4,5,10,11월 마지막주 토요일)에는 꼭 참여를 해보고픈 마음이 들었다. 가깝고도 먼 저자분의 설명을 직접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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