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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님,진지 드세요 - 반말왕자님 ㅣ 좋은책어린이 창작동화 (저학년문고) 24
강민경 지음, 이영림 그림 / 좋은책어린이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보자기로 만든 망토를 두르고, 팔짱을 낀채 엄마와 할머니의 극진한 인사에 으쓱해하고 있는 표지의 주인공.
아드님 진지드세요의 주인공 범수랍니다.
누나는 어른들께 존댓말도 잘하는데 유독 범수만 부모님 심지어 할머니께도 반말을 하고 투덜대기 일쑤입니다. 아침마다 잠깨운다고 엄마와 실랑이하기는 기본이구요.
장손이라 투정마저도 예쁘다 봐주시는 할머니께서도 범수의 짧은 말꼬리는 문제가 있다 생각하시네요.
"쳇! 어린이는 나라의 보배라면서 !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면서!" 9p
투덜대는 범수, 뭔가 잘못 알아도 한참 잘못 알고 있는듯 합니다.
친구들에게 반말할때도 기분 좋다는 범수는 입버릇처럼 붙어버린 반말에 선생님에게까지 반말을 하고야 맙니다.
한번 책을 잡자마자 술술 정말 잘 읽히는 책이었어요.
아직은 네살 밖에 안된 우리 아기, 지금은 반말과 존댓말의 차이를 잘 모르는 것 같지만 처음에 말 배울때는 잘 모르니 반말로 배우다가 안되겠다싶어 엄마가 존댓말을 써주니 자기도 자연스럽게 존댓말을 쓰더라구요. 엄마도 자꾸 반말과 존댓말이 섞여 나오니 아기도 그런 것 같아요.
우리 아이보다 여섯달 빠른 친구네 딸은 워낙에 말을 빨리 시작하기도 했지만 처음에 존댓말을 잘해서, 참 부러웠답니다. 친구 또한 아이가 항상 존댓말을 쓰는 줄 알고 학습지 선생님께도 당연히 존댓말을 쓰는 줄 알았는데 어느 날 방문 밖을 지나가다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 들어보니.. " 아니, 네가 해." 하면서 선생님께 반말을 하고 있어서 깜짝 놀랐다고 하더라구요. 선생님이 반말을 하셔서 아이도 친구에게 하듯 반말을 하고 있더랍니다.
아직 입에 붙지 않았을때 어려서부터 존댓말이 입에 붙게 노력한다면 아이들도 자라서도 존댓말하는 것을 어려워하지 않을 것 같아요. 잠깐만 방심해도 짧고 하기 쉬운 반말이 익숙해질테니 부단히 노력해야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범수는 좀더 자란 초등학생이라 반말과 존댓말의 차이를 잘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말이 자신을 으쓱하게 높이는 것 같아 반말을 쓰기 시작한거고, 아직 어려 그 차이를 모르는 유아들은 반말, 존댓말, 상대방이 쓰는대로 섞어 쓰는 듯 합니다. 우리 아이에게도 그래서 되도록 존댓말을 써주어야 하는데 자꾸 잊어버리고 반말을 할때가 있네요.
안하무인인 범수. 사실 범수에게는 몰래 좋아하고 있는 민지라는 여자아이가 있답니다. 새초롬한 성격이라 아직 가까워지지도 못했는데 다른 친구 대할때처럼 입에 붙은 반말때문에 마음에도 없는 차가운 말이 뱉어져 나와서 당황스럽기도 했지요.
어른을 바르게 대하지 못하는 범수의 잘라먹은 말꼬리.
어떻게 하면 범수를 바로잡을 수 있을까요?
엄마 아빠 말씀은 커녕 할머니 말씀도 안 듣고 선생님 앞에서 잠깐 움츠러 들었다가.. 동네에서 만난 흰머리 할머니께도 아주 당당히 대드는 당돌한 아이인데 말입니다.
범수의 존댓말을 바로잡기 위한 엄마와 할머니의 대작전이 드디어 시작됩니다.
그리고 범수는 상황을 잘못 알고 자기가 왕자님이라도 된양 의기양양해서 즐기지요.
그렇게 해서 과연 바로잡을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는데 놀라운 것은 친구들의 반응을 통해 범수가 뼈저리게 그 상황을 실감한다는 것이었지요.
정말 그 상황을 경험한 것같은 기분이 들었네요.
아, 말로도 타일러지지 않을때는 이런 방법을 쓸 수도 있겠구나.
범수 엄마의 혜안에 놀라웠답니다. 두 볼이 빨개지도록 부끄러운 경험까지 감수하면서 아들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는 엄마의 모습이 정말 대단하게 느껴졌지요.
반말 뿐 아니라 웃어른에 대한 기본 예의범절이 뭔지를 깨닫게 해주는 책이기도 했어요.
어떤 초등학생 아이가 자기 엄마는 무식하다라고 이야기를 해서 친구들이 모두 놀랐다고 들었어요.
오히려 아이 엄마는 "요즘 애들 다 그렇지 않나요? 마찬가지잖아요." 라고 답변을 했다고 하구요.
과연 그럴까요. 다른 집 아이들도 우리 엄마는 무식하다라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 공공연히 말하고 다닐까요?
아이 친구들의 경악하는 반응을 봐서는 절대 그게 보편적인 현실이 아닐거예요. 그 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니 범수가 생각났네요.
아이에게 진정한 예의범절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주는 것. 백마디 말보다 더욱 와닿는 그런 그림책이 될것 같아요.
엄마와 아이가 함께 봐도 좋은 그런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