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
김제동 지음 / 위즈덤경향 / 2011년 4월
품절


이 책이 나오자마자 서평계가 꽤나 크게 들썩였다. 김제동, 말잘하는 재미난 사람이지 정도로만 알고 있던 나는 그 놀라운 반응에 덩달아 책이 더욱 궁금해졌다.

책을 좋아하며 찾아 읽다보니, 그렇게 엄청난 인기몰이를 하는 책 치고 속빈 강정인 경우는 드물었다. 게다가 이 책은 그야말로 진국이었다.

김제동이 만난 여러 사람의 인터뷰 내용이 경향 신문에 연재되던 것을 책으로 묶어 내놓은 것인데, 입담꾼인줄은 알았지만, 잡자마자, 나도 모르게 술술 읽히는 내용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여기저기 들고다니며 읽었던 것 같다. 은행에서 볼일을 보는 와중에도 책을 읽었고, 집에 와서도 아기가 삼촌에게 매달리는 것을 보고서도 책 속에 푹 빠져서 미안한줄 모르고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인터뷰 형식의 책은 몇번 만나본적이 있었는데, 촌철살인이라고들 평하는 김제동이 쓴 책이라니, 어떤 내용일지 궁금해지기는 했다. 그래도 이렇게 푹 빠져들게 될 줄이야..인터뷰 대상은 귀에 익은 사람들도 있고, 이름은 낯설지만, 어렴풋이 기억을 하겠는 사람들도 있었다. 보편적으로는 대부분 유명한 사람들이 많았고 정말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났기에 소녀시대의 수영서부터 신영복 교수에까지 이르는 이 시대 뜨거운 참여자들과의 소통이라고 씌여 있는 듯 하다.



분명 그는 상대방을 인터뷰하고 있는데 중간중간 그의 인생 이야기도 제법 많이 들린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 노제 때 사회를 맡았다는 이유로 정치적 외압을 받아 스타 골든벨에서 하차하게 된 배경까지도 은연중에 알게 되었다. 친한 연예인들을 언급하면 그의 향후 자취에까지 영향이 미칠까봐 자신만을 핵심멤버라 소개하기도 했던 당당한 언론인 김제동. 그저 국민을 웃기고 싶었던 그가 그 안에 참 강직한 면모를 갖추고 있음에는 가볍지 않은 무게감이 느껴져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20세기엔 남보다 1.2배 똑똑하면 더 높은 지위에 오를 수 있었어요. 이제 시대가 달라졌죠. 더 똑똑한 것 대신 다른 사람 100명을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필요해요. 자신이 아는 것을 개방하고 공유하고 협동해야만 뭔가 의미있는 일을 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어요. 78p 과학자 정재승 편



눈먼 시계공을 쓴 작가분이신 정재승님. 그 책을 읽어보고 싶었는데 어찌하다보니 여태 못 읽어서 작가분 이름만 귀에 박힌 상태였다. 이렇게 김제동의 인터뷰 대상으로 만나게 되니 또 새로운 면모를 배우게 된다. 그저 웃음을 주고 싶은 사람이라지만, 절대 가볍지 않은 그의 무게, 상대방에게 깊은 생각을 주는 김제동의 예리한 표현들을 듣고 있노라면 실로 뜨끔뜨끔 할 때가 종종 있었다. 단순히 웃기려는 사람이라기보다 그는 "분명한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책도 쓰고 결혼에 대한 시니컬한 인터뷰를 하면서 자기 생각도 다 표혐하면서 살고, 음... 또 불어를 하잖아. 그래서 부러워.

누난 한국어 잘하잖아.

그렇지. 부모님이 많이 투자해주셨어. 한글 조기교육도 받았거든.



프랑스 대통령 부인 카를라 브루니가 의식된다는 고현정의 답변이었다. 프랑스 여성이 불어를 잘 하는 것은 당연할진대, 그녀의 답변이.. 그냥 웃어넘기기에는 참으로 가슴이 아팠다.

가십이 따라다니지 않은 연예인은 없을 것이다. 게다가 화려한 스포트 라이트를 받았던 사람들은 더욱 그렇다. 국민 여신, 미실이로 부각된 고현정이지만, 그녀의 아픈 상처만은 감춰지지 않았던 것 같다. 친한 지인들 앞에서는 장난도 잘 치고, 푼수끼도 다분한 동네 누나 같은 친근한 사람이라고 제동과의 돈독한 인터뷰 내용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난 누나랑 술 마실때가 참 좋다. 누나가 너무 웃겨서 내 본분을 잊는다. 나는 그저 누나 이야기를 들으며 낄낄대며 술을 즐길 수 있다. 그런데 가끔씩 누나의 뒤에 짠한 슬픔이 내비친다. 끝없이 자유를 갈망하는 갈매기를 닮았다. 100p 고현정 편



김제동은 참 솔직하다.

다른 사람같으면 감추고 싶은 그런 이야기들조차 아예 끄집어 내어 솔직하게 수면 위로 떠올린다. 덕분에 읽는 사람들이 더 부담없이 그의 솔직한 화술에 빠져드는 지도 모르겠다. 그가 공공연히 이상형으로 밝히고 다녔던 송윤아를 형수로 만든 장본인, 설경구와의 인터뷰에서도 주위의 걱정어린 반응들과, 그 내용에 대한 언급을 솔직하게 드러내었다. 그저 궁금증으로 남기지 않게. 그는 그렇게 배려한다.



그의 인터뷰 대상에서 만날 수 있었던 많은 사람들 중에 정말 나를 가장 폭소케 했던 사람은 배우 황정민이었다. 진솔하고 듬직한 그가 딱 한번 김제동 앞에서 화를 낸 적이 있었다는데 (물론 제동에게는 아니라.) 그 까닭은 책을 읽는 사람들의 몫으로 남겨둘까 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는 줄 알았는데 지금 살고 있는 이 세상이 참 갈수록 이상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잘 포장된 언론 덕분에 자꾸만 그 사실을 잊고만 있다가, 이렇듯 표면위로 노출되는 이야기 덕분에 잊어서는 안되는 세상의 이야기를 다시금 읽고 기억하게 된다. 평범하게 살고 있는 아기엄마도 이 책을 읽으며 자주 보고 싶었던 재미있는 남자 김제동의 솔직한 이야기에 푹 빠져볼 수 있었고, 만나기 힘든 많은 어려운 분들을 그의 마당발 인맥 덕분에 편안히 만나 볼 수 있었다. 인터뷰 내용도 절대 어렵게 펼쳐내지 않았고, 읽다보면 씁쓸한 여운도 있지만 충분히 재미난 그런 책이었다. 더 나은 세상이 되면 그가 반드시 빛을 볼 수 있으리라 기대하면서..


야구선수 양준혁과의 인터뷰 중에서





그의 말대로 그는 그저 우리에게 웃음을 주고자 하는 것 뿐이라는데 왜 그곳에서는 그를 내몰았을까. 하지만 덕분에 그의 재미난 인터뷰 책을 만나게 되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것인가도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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