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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ㅣ 클래식 보물창고 5
윤동주 지음, 신형건 엮음 / 보물창고 / 2011년 4월
평점 :

학교 다닐때 유난히 시를 사랑하는 문학소녀는 아니었지만, 또한 시보다는 읽기 편한 소설을 더 좋아하는 학생이었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시를 꼽으라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시가 바로 윤동주님의 시 서시와 별헤는 밤이다. 또한 자화상, 참회록, 쉽게 씌어진 시 등은 교과서와 시험 등에 많이 나오고 출제되었던 시인지라 오랜만에 봐도 너무나 낯익은 그런 시들이었다. 이 시집에서는 이전에는 만나기 힘들었던 윤동주님의 동시까지 같이 소개되어 있어 아이와 함께 시를 즐길 수 있었다.
5부작으로 나뉘는데, 2부 오줌싸개 지도 편이 바로 동시 모음 편이었고, 5부는 산문이 소개되어 있었다.
워낙 많은 곳들에 인용이 되고, 별헤는 밤 같은 경우에는 책꽂이, 연습장 어디에나 인용되곤 하던 멋진 문구가 포함된 시라고 할 수 있었다.
참새
가을 지난 마당은 하이얀 종이
참새들이 글씨를 공부하지요
째액째액 입으론 받아 읽으며
두발로는 글씨를 연습하지요
하루종일 글씨를 공부하여도
짹 자 한 자 밖에는 더 못 쓰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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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서는 윤동주님의 다른 시들과는 또다른 느낌이 나서 좋았다. 어려운 시국이었어도 아이들에게만은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고픈 시인의 마음이 전해지는 느낌이었다. 아직은 아기가 많이 어려서 시까지 이해하기는 힘들겠지만, 그래도 아이에게 "시 한편 읽어줄까?" 하니 "네~" 하고 대답하면서 엄마의 목소리를 기다리는 모습에 낭랑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열심인 목소리로 읽어주었다. 아이도 속뜻을 이해하고 즐기는 단계까지는 아니더라도 시 자체의 있는 그대로의 재미는 곧 받아들이는 날이 오리라. 새로운 시인을 만난 느낌으로 몰랐던 윤동주님의 동시들을 즐겨보았다. 철없는 어릴 적에는 매일 검사받는 일기장 채우기가 갑갑할때 동시 한편 후딱 써서 하루 일기란을 메워 넣곤 했는데, 그렇게 큰 감흥 없이 기계적으로 써넣은 시들은 지금은 남아있지도 않지만 어른이 되어 읽으면 부끄럽기만 하지 않을까 싶은데..
윤동주님은 소학교 시절 고종 사촌 송몽규와 함께 어린이, 아이생활 등의 아동잡지를 1년여 정기구독하고, 이듬해에 <새명동>이라는 문예지를 발간해서 동요, 동시등을 발표했다는데 그때 윤동주님의 나이가 12세 무렵이었다. 내 어릴적에는 감히 그런 생각이나 할 수 있었을까? 또 중학교 이후에 상급학교 진학을 앞두고 부친은 의학 공부를 원했으나, 그의 열정을 꺾을 수가 없어서 연희전문학교 문과에 진학하기로 했다는 이야기도 이 책의 연보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이었다.
너무나 유명한 윤동주 시인이 생전에 문단에 이름을 날린 적도 없이 다만 자기 혼자 시를 쓰며 시인의 꿈을 키우다가 독립 운동 혐의로 일본 경찰에 체포되어 스물아홉이라는 이른 나이에 감옥에서 순절했다는 사실은 정말 놀라운 사실이었다. 정지용시인은 그래서 윤동주야말로 순결한 영혼과 저항의 정신이 깃든 시를 남긴 진짜 시인이라고 말했다 한다. 165p 엮은이의 말중에서 윤동주님의 시가 너무나 유명해서 생전에 그가 문단에 제대로 이름을 날린 적도 없었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
현재 초중고 국어 교과서에만 20여편의 시가 실릴 정도의 명성을 자랑하고 전국민이 사랑하는 시인이 되신 고 윤동주님.
그분의 시집은 오랜만에 다시 만나도 너무나 반가운 그런 시집이었다.
친구들과의 편지에 시 한편 인용하고 싶을때 가장 먼저 떠올리곤 하던 서시와 별헤는 밤을 다시 한번 되뇌이며 학창시절의 그때 그 기분으로 되돌아간 심정이 되었다.
짬짬이 곁에 두고 그분을 기리며 읽고 또 읽고픈 그런 시들의 모음으로 소중한 추억을 되새기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