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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화장실에서 똥 눌까?
안야 프뢸리히 지음, 게르겔리 키스 그림, 유혜자 옮김 / 소담주니어 / 2011년 4월
절판
아이들 그림책을 읽다보면 점잖은 척 단어 선택을 골라해야하는 어른 책과 달리 솔직하고 재미난 표현에 가슴까지 뻥 뚫리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어요.
똥을 누다니요. 어른 책에서 이런 말이 나오면 점잖지 않다라는 생각을 할텐데, 아이들 그림책이라 그 적나라한 표현조차도 정겹습니다.
이 책을 한창 읽을 유아기 아기들, 배변 훈련이 끝난 친구들도 있고, 우리 아이처럼 아직 배변 훈련이 되지 않은 아기도 있겠지요. 책을 읽기전에 제목만 보고서는, 아, 우리 아이도 이제 화장실에서 볼일볼수 있게 도움 줄 책이겠구나 생각했어요.
동물 친구들이 화장실에서 볼일을 본다라니, 어떤 일이 일어날까 궁금도 했구요.
어느날 공원 관리인 아저씨가 트랙터로 파란색 집을 실어다주고 갔어요.
아무데나 볼일을 보는 동물들 때문에 공원 여기저기서 똥 냄새가 나고, 또 아저씨의 강아지 헥토르가 자꾸 발에 똥을 묻혀와서 곤란하다 생각해서 갖다 놓은 화장실이었지요. 애완동물도 아닌 야생 동물들에게 화장실이라니 참 재미난 발상이구나 생각했는데, 과연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요?
처음 보는 화장실에 동물들은 모두 호기심을 느끼기도 하고, 겁이 나기도 합니다.
용기있는 곰돌이 하르트가 가장 먼저 당당히 들어가 볼일에 도전하네요. 덩치가 너무 커서 화장실에 꼭 끼니, 집중해 똥을 누기가 힘이 든 하르트랍니다.
그래도 당당히 화장실에서 나와 성공한 듯이 다음 차례 입장을 외칩니다.
고슴도치 페터, 토끼 엘리노어, 여우, 사슴 아론, 부엉이 율리아나, 그리고 모두가 다 가고 난 이후에 멧돼지 그룬처 박사까지 모두 화장실에 도전을 합니다.
인간의 배변 습관과 인체 구조에 따라 설계된 화장실이 동물들의 배변 구조와 높이 등에 맞춰질리가 없는데도 말입니다. 그리고 모두가 솔직하게 인정을 하지를 않네요.
책을 읽고서 하나하나의 동물들에게 모두 이름을 붙여서 짧은 동화라도 애정을 담아냈다는게 우선 놀라웠구요. 왜 여우만 이름이 없을까도 궁금했어요.
동물들이 어울리지 않는 화장실에서 끙끙 힘을 주면서 노력하는 것도 안쓰러웠고, 무엇보다도 토끼가 똥을 누기 위해서는 엉덩이를 살랑살랑 간질일 풀이 필요하다는 발상 (물론 사실은 아닐 수 있겠지만, 사실일 것 같은 이야기에 귀가 솔깃해지기도 했답니다. 정말 하나같이 익숙한 각자의 배변 습관이 있는 법인데 관리인 아저씨가 동물들을 너무 인간의 틀에 맞춰 생각을 하였네요.) 이 인상적이었답니다.
아이와 함께 배워본 동물들의 용변 누기. 맨 끝 표지 뒷장에 나오는 각각 동물들의 비밀스러운 화장실 지도도 숨은 그림 찾기 하는 재미가 있어 신이 났네요.
아이들은 이렇게보너스처럼 주어진 선물을 더욱 즐기는 것 같아요 작은 그림이라 눈에 더 잘 띄나봅니다. 어른들보다 보물찾기에 더 뛰어난 눈을 지녔거든요.
동물들은 힘이 들어도 우리 아이에게는 , 또 엄마 아빠에게는 익숙한 장소 화장실. 동물들에게 필요한 장소가 있듯이 우리 사람에게도 꼭 맞는 화장실이 있다는 거. 우리 아기가 배울 수 있는 소중한 책이었답니다. 또한 친구와 내가 모든 것이 똑같을 수 없는데, 내 마음대로 강요할 수 없다는 사실도 배울 수 있었구요.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서서히 늘어가는 아이의 표현과 문장력에 놀라워하고 있는 나날이네요. 체계적으로 가르쳐 주지 않아도 아이가 쓰는 말은 주로 엄마가 읽어주는 책과 엄마 아빠의 대화 등을 같이 듣고 보고 배우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러니까, 그 다음에, 등의 접속사 사용은 물론이고, 아이가 쓰지 않을 것 같은 문어체 문장도 구사해 어른들을 놀라게 하네요. 가장 중요한 것은 정말 다양한 정보와 생생한 이야기들이담긴 재미난 책들을 읽어주는 것이 엄마의 역할이자 보람이 될 그런 순간 같아요.
앞으로도 우리 아이와 좋은 책과의 만남은 계속 될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