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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란다 시작했습니다
히라사와 마리코 지음 / 페이퍼북(Paperbook) / 2011년 3월
품절
일본 여성들은 무척이나 아기자기하고 예쁘고 귀여운 것을 선호하는 듯 하다. 마치 우리 여고생때의 모습이 그들에게는 20대, 30대를 넘어서까지 계속 지속되는 것 같다고나 할까? 친구 하나도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실용성 보다 귀여움을 추구한 키티 라디오와 귀여운 살림살이들을 갖춰놓고 사는 것을 보고, 아, 딱 그 친구가 생각나는 책이었다.
이렇게 살고 싶다. 라고 생각은 했지만, 사실 생활을 하다보면 꿈과 낭만이 이뤄지는 삶이란 여간 부지런하지 않고서는 사실상 힘든 일이긴 하다.
코타키나발루에 가서, 휴양 리조트 안에 있던 등나무로 된 멋진 의자에 누워 창밖의 바다를 바라보며 신랑과 둘이서, 이런 등나무 의자 사다가 베란다 등에 두고 밖을 봤으면 하고 생각도 해봤지만.. 우리집 베란다 밖으로 보이는 것은 흉칙한 맞은편 아파트 건물이기는 해서 아쉬운 전경이기는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란다에서 티타임을 즐기고, 작은 텃밭을 가꾸는 많은 이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그들의 삶이 부러운 것이 사실이었다
좁은 베란다를 즐기는 아이디어 노트라더니..정말 이 책은 노트처럼 작고 귀여운 책이었다. 일러스트레이터로 유명한 여성이 쓴 책이다보니 책 속에는 정말 예쁜 일러스트와 아기자기한 아이템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우리나라보다 더 비싼 땅값을 자랑하는 일본이기에 훨씬 좁은 평수의 아파트에서 살고들 있고, 그러기에 베란다는 우리보다도 더욱 아쉬운 그들만의 짜투리 공간이었을 것이다. 그보다는 조금 나은 실정이라고는 해도 빨래건조대, 화분 몇개, 그리고 각종 잡동사니로 채워진 베란다가 아쉬운 공간이기는 했다. 어떤 이들은 베란다에 시공을 해서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 시키기도 했다는데, 나도 그렇게 해보고픈 마음이 들기도 한다.
우리집이 꽤 오래된 아파트이기에, 앞뒤 베란다가 너무 길고넓게 빠져서, 실 평수를 많이 잡아먹어 앞뒤 베란다 공간이 아쉬운 공간이기는 하다. 요즘은 베란다를 넓혀서 집을 넓히기도 한다지만, 그러면 집이 너무 추워진대서 그것도 약간 비추기는 하고, 기존의 베란다를 유지하면서도 앞뒤 중 한 군데라도 좀더 효율적으로 쓸수는 없는지 (지금은 지나치게 창고 용도이다.) 아이가 커가면서 아이의 놀이 공간이 부족해, 자꾸만 아쉬운 눈길을 보내는 곳이 베란다였다.
작가분이 젊은 여성분이라 그런지 정말 여성 취향의 느낌이 물씬 나는 책인 것이 육아보다도 젊은 여성들의 행복한 삶에 대한 이야기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사실 그래서 더 부럽기도 했다.
가장 꿈처럼 느껴졌던 부분이 베란다에 침낭을 두고 잠을 청했다는 것.
물론 우리집처럼 맞은 편이 아파트 외벽인 곳이 아니라, 바로 베란다 옆에 무성한 나무가 있어 사적인 공간이 보장되는 베란다를 갖고 있는 작가라 가능했는지 몰라도 상당히 운치있어 보이기는 했다.
그리고, 처음에 이 책을 읽을 적에는 베란다 텃밭 정도를 예상하고 읽어내려갔는데, 이 책은 작은 책 치고는 꽤나 많은 정보가 담긴, 베란다의 모든 것이 담긴 책이었다. 되도록 예쁘고, 아기자기한 공간을 갖출 수 있는 곳. 그녀만의 카페 같은 곳으로 베란다를 완성시켰다. 아, 정말 집안에서 차 한잔 할때 식탁 앞이 아닌 화초의 싱그러운 향기를 만끽하고, 자연 바람을 느끼는 베란다에 앉아 브런치도 즐기고 차도 한잔 할 수 있고, 작가처럼 영화도 보고 음악까지 듣는다면.. 그곳이 정말 나만의 카페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부럽고 또 부러운 삶이었지만, 내가 또 언제 그렇게 꾸미게 될런지..
지금의 하루하루를 허덕허덕 보내는 삶을 되돌아보자면, 참 거창한 꿈처럼 느껴지는 베란다의 황홀한 변신이었다.
작가처럼 이렇게 꾸미고 나만의 카페를 꾸며보고 싶은 것. 작은 소망 하나가 내게 추가되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