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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펼쳐보는 신기한 크로스 섹션 - 지구의 신기한 사물과 장소를 본다 ㅣ 한눈에 펼쳐보는 크로스 섹션
리처드 플라트 지음, 스티븐 비스티 그림, 권루시안(권국성) 옮김 / 진선아이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어렸을 적에 그림그리기를 좋아해서 집에 있는 갱지에 볼펜으로 열심히 그림을 그린 기억이 있다. 그리다보니 종이도 아깝고 해서 자꾸만 그림이 작아졌고, 작은 그림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보니 마치 스토리가 있는 그림처럼 재미난 그림들이 그려지게 되었다. 특히나 오빠의 그림은 (물론 그림을 싫어해 자주 그리지는 않았지만) 보다 더 정밀하고 과학적이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그 그림이 작아지기에는 한계가 있었는데, 초등학교 동창이었던 남자애의 그림은 정말 연필로 그린 그림치고는 너무나 세밀해서, 어린이가 그린 그림이라 믿기지 않을 정도의 정교함까지 갖추고 있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학교에서보다 집에서 그린 그림이 훨씬 더 정교하고 큰 작품을 만들어 액자에 걸어둔 게 몇 작품이라 하여 아이들 모두 놀란 기억이 있다.
이 책을 보니 어릴 적 그 기억이 떠올랐다.
게다가 이 책은 그저 정교하기만 한게 아니라 가로, 세로로 잘라 그 내부의 속까지 속속들이 자세히 들여보게 해주는 재미난 책이다. 지금 봐도 재미있지만, 어린 시절의 내가 봤으면 더욱 더 재미난 상상을 많이 하게 되지 않았을까 싶은 책이었다. 아들이 자라면 이 책을 시리즈로 구입해줘도 좋을 것 같았다. 재미나고 상세한 그림에 빼곡한 설명까지 덧붙여져서, 하나하나가 그대로 스토리로 이어지기 때문이었다.
증기 기관차인줄 알았던 표지의 그림은 증기 견인차라는 것이었다. 나도 처음 보는 것이었는데 1860년 처음 등장한 것으로 기계 세계의 공룡과도 같은 존재였다고 한다. 처음에는 농기계를 구동하다가 나중에는 무거운 쟁기나 짐마차, 놀이공원의 놀이기구를 움직이기도 하다가 20세기 초의 전기 모터와 내연 기관에 밀려 멸종되고 말았다는 것. 얼핏 보고 기차인줄 알고 아기에게 "기차야" 하고 설명해주니, 기차가 부속 하나하나로 나뉘는 모습에 깜짝 놀란 아기는 이게 무슨 내용인가? 하는 신기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다시 설명해주어야겠지만 엄마도 잘 몰랐던 사실이니 아기가 이해해줄거라 믿는다. 사실 아이가 정작 더 관심을 끈 장면은 불이야! 의 소방차였다. 항상 외관만 보던 소방차를 여기에서 속속들이 볼 수 있었고 불끄는 장면이나 대피하는 장면들까지 보여주니 자세한 이야기를 해주지 않아도 아이와 스토리를 만들어 이야기를 들려주기 좋았다. 물론 아이가 글을 알고 좀더 큰 아이라면 더 재미나게 직접 읽을수도 있을 것이다.

크로스 섹션 시리즈는 이 책 외에도 한눈에 펼쳐보는 크로스 섹션, 인체 크로스 섹션, 놀라운 크로스 섹션 등이 있다는데, 처음 만난 이 책만으로도 이미 나는 이 시리즈에 반하게 되었다.
신기한 크로스 섹션은 지구의 신기한 사물과 장소를 알아보는 책으로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자연과 인간이 걸어온 역사를 배울 수 있는 내용이 가득하다.
이야기의 시작은 지구에 불시착한 녹색 외계인이 지구를 헤메다가 만난 화가 비스티의 도움으로 우주선을 고치게 되고, 외계인이 들려준 이야기를 모두 그림으로 그려낸 화가의 작품이 바로 이 책이라는 재미난 설정이다. 외계인이 처음 불시착한 장면도 사진처럼 찍혀있고, 그 시선을 따라 여행하다보면 과거에서의 여행뿐 아니라 남극기지, 우주 정거장, 공항 등 만나기 힘들었던 많은 곳들의 속속들이 다 들여다보는 재미까지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상세한 그림을 a4에 담아내기엔 한계가 있어서 정말 큰 사이즈의 책으로 탄생하였다. 게다가 도시편은 더욱 인상적이다. 이 커다란 책의 두 페이지로도 모자라서 펼친 그림으로 해서 총 네 페이지가 상세 그림으로 도시를 설명해준다. 그 상세그림 속에 들어가다보면, 어느새 그 안에서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치고 있는 어릴 적 모습으로 되돌아가 있을 수 있다. 그저 풍경 한가지 혹은 소재 한가지만 주어져도 마음껏 상상하고 재미난 세상에 빠져들었던 어린 시절이 그리워지는 책이었다.
내 아이도 이 책으로 그런 무한한 상상의 재미를 누려보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