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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채기를 조심해! ㅣ 그림책 보물창고 52
패트리샤 토머스 지음, 월리스 트립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11년 4월
절판
코끼리도 재채기를 할까요? 31개월 아기가 코끼리를 무척 좋아해 읽어주기 시작한 동화책이었는데, 생각해보니 코끼리가 재채기를 하면 어떨지 궁금해지더라구요. 인터넷을 찾아보니 코끼리 재채기 동영상이 있는 것으로 보아, 실제로 코끼리도 재채기를 하기는 하나 봅니다.
사실 코끼리가 아무리 덩치가 크다고 해도 지각변동이 일어날 만큼 큰 변화가 있는건 아니겠지요. 하지만, 동물들의 상상나라에서는 놀라운 대소동이 벌어진답니다.
그림책 속의 코끼리가 한번 재채기를 할 적마다 동물들에게는 불안하고 피해를 줄만한 일들이 많이 일어났어요.
그래서 재채기가 나올 것 같다고 경고하는 코끼리에게 물소, 원숭이, 새, 벌, 곰, 악어, 물고기, 하마, 얼룩말 등의 대부분의 동물 친구들이 부탁에 통사정을 합니다. 제발 좀 참아줄 수 없겠느냐구요.
친구의 재채기 한번에 너무 예민한거 아니냐 하시면 곤란합니다. 코끼리의 재채기는 말 그대로 강풍, 태풍 수준이거든요. 재채기가 일으킨 엄청난 바람에 원숭이들은 다음날까지 돌아오지도 못했고, 잉꼬들은 깃털이 모두 빠져 맨살이 다 드러나고, 고래들은 모두모두 공작의 꼬리를 갖게 되었고, 앵무새의 날개는 캥거루의 등에 박히고 말았거든요. 사실 모든 동물들의 고충은 이루 다 말할 수가 없었어요.
코끼리가 재채기를한다는 발상부터가 재미났지만, 재채기로 인한 태풍으로 동물들이 겪는 우여곡절들은 어찌나 웃음이 나던지요.
친구의 불행을 보고 재미있어 해서는 안되겠지만.. 그래도 큭큭큭 웃음이나는건 참기가 힘들었답니다.
가엾은 기린은 (쉿 웃으면 안돼) 거의 반으로 접히다시피했고..
작가도 우리가 웃을걸 짐작했나봐요.
좀더 큰 아이들이 읽었으면 우하하하하..하고 같이 웃었을 그런 책이었을텐데..
아직 어린 우리 아가는 코끼리가 누워있어. 코끼리가 쿵 쓰러졌어! 하면서 평소 못 보던 코끼리 모습과 자기가 아는 동물 숨은 그림 찾기에 여념이 없더라구요.
코끼리가 재채기를 했대~ 하면서 읽어주면 재미나게는 듣지만.. 그 엄청난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 실감이 잘 나질 않나봐요.
그래도 플레이도로 갑자기 코끼리와 기린을 만들어주고 싶어서 만들어주다가.. 아무래도 덩치가 큰 코끼리보다 기린은 날씬하게 만들려니 세워지지도 않고 자꾸 쓰러지더라구요. 그래서 책 읽은 핑계를 대어주었지요. "봐봐, 이렇게 기린이 반으로 접혀버린거야." 하고서 쓰러진 기린을 보고서 아까 읽어준 이 책을 상기시켜 주었답니다.
갑자기 터져 나오는 재채기가 참기 힘들어질때가 있을 거예요. 비단 재채기 뿐 아니라 어떤 습관이라도 고치기 어려운 습관이 있어 친구들에게 피해가 된다 싶을때 아이들이 겪는 스트레스는 어마어마할 것 같아요. 코끼리도 친구들이 정말 통사정을 하면서 구구절절 늘어놓는 이야기를 들으면 재채기를 하고 싶을 리가 없겠지요. 참고 싶은데 참아지지 않는 무시무시한 재채기. 코끼리에게도 엄청난 스트레스인데, 어떻게 하면 코끼리의 이 고민이 해결될까요?
코끼리 뿐 아니라 모든 동물들의 고민거리인 코끼리의 재채기를 잠재워줄 현명한 친구가 책의 말미에 등장합니다. 그 친구의 도움으로 모두모두 행복한~ 결말을 맞았어요~~하고 말했으면 좋겠지만, 주책맞은 코끼리 덕에 또 한번 고생들을 한답니다.
"할 수 있어" 라는 말을 요즘 입에 달고 사는 우리 아들.뭔가를 어렵게 시도하면서 그 말을 줄곧 하곤 하는데, 코끼리처럼 우리 아가도 "할 수 있어" 라는 생각을 심어주는 좋은 책이었어요. 동물들의 생존권이 걸리다시피한 코끼리의재채기도 멈출수 있었으니 우리 친구들의 작은 고민거리쯤은 쉽게 개선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요? 못고치는 습관은 없는 거다 하는 마음으로 "난 할 수 있어" 주문을 외워보자구요.